작가명 : 조재윤
작품명 : 동천
출판사 : 자음과모음
감상입니다.
------------------------------------------------------
1,2권이 나온지 벌써 9~10년 즈음 된 소설. 그런데 이제야 본격적인 내용의 사건을 보여주려는 듯한 글. 현재 출판된 권수만 32권. 처음 손을 대기에도, 다시 읽기에도 부담이 되는 권수. 하지만, 그 유쾌함을 잊지 못하는 이라면, 계속해서 쓰여지기를 바라마지 않는 소설....
사실 동천은 내가 좋아하는 '류'의 무협소설은 아니다. 주인공의 아이같은 말투, 소소한 일상들 자체가 글의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고, 그로인해 발생하는 극악한 전개속도, 하렘빨 나는 여캐릭터들과의 관계, 목적의식 없는 주인공의 행동.... 등등 나와 맞지 않는 부분이 적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유쾌한 상상을 하며 즐거운 마음으로 동천을 집어든다.
[동천]이 내게 주는 매력은 어떤 것일까?
1. 주인공의 '아이다운 매력' ?
심부름이나 하던 하인이 갑작스럽게 하인을 부리는 높은 신분이 되어 막나가는 모습. 먹고 싶은 것을 맘대로 못먹었던 탓으로 무엇보다 강한 식탐. 혼자만의 생각에 빠져 때때로 헤어나오지 못하는 성격. 자기 중심적이고, 쉽게 실증내는 진정 그럴듯한 아이. 노력보다 악운으로 강해지고, 살아남는 주인공.
각각의 면모를 살펴보면, 솔직히 밥맛 그대로인 이런 주인공 '동천'이 나는 좋다. 그만의 독특한 매력, 그 일관된 성격이 나를 유쾌하게 하고, 생각만 해도 웃음짓게 한다.
2. 개성이 넘치는 주변 인물들 각각의 캐릭터가 맘에 든다.
도연, 소연, 화정, 정화, 수련, 역천, 정인, 제갈연 등등 수많은 캐릭터들이 그들 각각의 매력을 뽐내고 있는 듯하다. 그리고 이들이 어떻게 변해 갈 것인가 하는 것이 나에게는 또 하나의 즐거움이 된다. 주인공 '동천'이 여전히 한결같기를 바라는 마음과 별개로, 이들이 조금씩 성장하거나 또는 변해가는 모습을 보는 것은 또다른 소소한 즐거움이 된다.
충직하고 진중한 수하 도연. 융통성이 많은 듯, 부족한 듯 자기 자신을 잃지 않는 그의 모습은 오히려 여타 소설에서 주인공 감이 아닐까? 동천과 비슷한 매력이 언뜻 드러나는 소연. 혼자만의 공상에 빠져 헤어나오지 못할 때도 있지만, 주인공을 사모하는 그 마음만은 애틋하니, 어린시절의 아픔을 이겨내고, 부디 동천과 좋은 결말 맺기를. 자신의 자아를 완전히 찾아갈 것인지 기대되는 화정. 스스로의 모습을 진정 인정하려는지, 천진난만한 지금의 모습 변치않기를.. 정화. 암흑마교의 교주가 되어, 주인공의 상전으로 계속해서 남아주기를.. 수다쟁이 수련. 뜻한바대로 도연을 쟁취해내기를.. 4차원 사부 역천. 혼자 크는 동천을 어찌 잘 지켜볼런지.. 그리고 조정인.. 제갈연, 미호, 민낭, 항광, 냉현, 소구 등등 언급하지 않은 인물들 모두 그 각각의 매력을 기억한다.
3. 작지 않은 스케일의 세계 [동천]
처음 글을 접하고, 유치한 말투에 유치한 사부, 소소한 일상, 어이없는 대화 등을 보며, [동천]을 그저 단순한 코믹 무협으로 단정지었었는데, 그 속으로 들어가보면 드러난 사건과 수많은 복선만 보더라도 그안에 얼마나 치밀하고 복잡한 구성이 있는지.... 앞으로 보여주어야 할 것이 얼마나 많은지.... 그저 놀라움만이 가득하다.
유쾌한 고아인 줄로만 알았던 동천가문의 이야기와 그의 출생비화. 아직 드러나지 않은 천마와 해결되지 않은 천사의 문제. 신기 제갈여휘의 계략. 무림맹, 오련, 마교세력들간의 역학관계. 또 다른 주인공 조정인.
지금과 같은 속도감으로 글이 전개되기를 바라는 입장에서 이러한 내용들을 적절하게 다 담으려면, 아직 30여권은 더 필요하지 않을까?
4. 다른 사람의 일상을 훔쳐보고는 있는 듯한 즐거움.
여느 소설보다 훨씬 많은 독백과 대화. 소소한 이야기들. 어쩌면 그로인해 등장인물들과의 거리감이 더욱 가까워 지는지도 모르겠다. 혼자 지껄이기를 좋아하는 몇몇 인물들은 [동천]의 중요한 매력포인트가 아닐까? 이 글을 읽노라면, 마치 다른 사람의 일기장을 읽는 듯한 느낌을 갖는 것은 나만의 느낌은 아닐 것 같다.
이렇게 나에게는 재미있고, 기다려지는 글이 1년째 멈춰있다. 그 이유가 어떻든지 정말로 아쉬운 일이다. 부디 완결까지 이 글이 쓰여지길....
-------------------------------------------------------
Comment '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