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룡검전으로 이어지고 있는 학사검전은, 한때 제가 가장 좋아했던 글이었습니다. 단지 창룡검전이라는 후속작에 대한 언급없이 어중간한 상태에서 끝을 내버렸기에 무한한 아쉬움과 함께 기억속에 묻혀졌던, 그런 글입니다. 그런만큼, 창룡검전의 발간은 저에게 큰 기쁨으로 다가왔던 모양입니다.
학사검전-창룡검전의 주인공 운현은, 무척이나 고지식한 성격을 가졌지요. 이렇게만 묘사하면 퍽이나 지루한 사람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다행히 운현은 자신의 열정을 쏟을 무언가를 찾게됩니다. 비록 그것이 자신이 평생동안 달라온 길과 다르고, 주변인들이 가벼이 여겨 자랑스럽게 내보이기 힘든 것이었다 해도, 분명히 그 열정은 운현에게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다 준 모양입니다.
운현은 거친 풍랑 위의 나룻배마냥 이리저리 떠다닙니다. 그 와중에서도 타인에 한 대가를 바라지 않는 그의 호의가 그를 보호하는 방패가 되고, 그를 지켜주는 검이 되어줍니다. 그로 인해 더욱 거센 풍랑속으로 빠져들게 되어도, 운현은 적지 않은 생의 시간에서 추구해왔던 그 가치를 도통 던져버릴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그 가치-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가 구시대의 유물이라고 말하며, 절대적인 가치라 말하면서도 마음에 담아두지 않는, 그러한 것을 무협을 즐겨읽는 독자라면 누구나 상상할 수 있는 무정한 무림의 세계에서 고지식하게 지켜내고 있는 운현의 모습은 그 자체로 장엄하기까지 합니다.
다른 관점에서, 운현은 미련곰탱이라고 말해도 그 미련함을 다 표현하지못할 사람이기도 합니다. 좀 더 편해질 수 있고, 좀 더 자유로울 수 있고, 우리들 독자가 바라듯이 좀 더 강해질 수 있는데도, 자신은 일개 서생일 뿐이라며 자신이 설 곳을 분명히 합니다. 그것이 잘못된 것이라고는 누구도 말하지 못하겠지요. 그러나 현실은 그와 부딪히면서 운현에게 가치관을 뒤집길 강요하고 정체성을 변화시키려고 합니다.
운현은 순수하며 선의에 가득한 사람입니다. 그를 만난 사람들은 결국 그를 미워할 수 없게 됩니다. 자금성에 학사로 들어갈 수 있을만큼 똑똑합니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하게 검에 대한 크나큰 재능을 가지고 있고, 기연과 마주하여 세상의 거친 풍랑에 대항할만치 대단한 실력을 가지게 되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그는 여전히 순수하며, 상처받기 쉬운 영혼을 가졌습니다. 독하게 마음 먹으려해도 결국 그리하지 못하는 순박함을 가졌습니다. 그의 '가치관'은 세상의 악의를 이해하지 못했고, 그것은 운현에게 길고 깊은 상처를 주기도 합니다. 그가 상실을 경험하기 전까지, 그는 여전히 무림맹의 서기일 뿐이었습니다...
감상이라고는 하지만 완결도 나지 않았고 마무리까지는 멀게만 느껴지니, 다른것보다 운현을 보면서 느낀것들만 적었습니다. 영양가는 별로 없습니다만, 사실 제가 이 감상을 쓰게 된것은 다른분들의 감상 (혹은 댓글)을 읽으면서, 몇몇 분들이 운현이라는 인물이 가진 것에 대해만 관심이 있지 운현이라는 인물 그 자체에 대해 이해하고 있지 않다고 생각해서입니다.
보법, 학사검전, 창룡검전- 최현우님의 글에는 조급함이 없습니다. 다른 글들이 인물의 강함을 합리화시키려고 할때, 최현우님은 인물이 그 강함을 다룰 수 있게끔 그의 마음을 성장시킵니다. 그렇기 때문에 최현우님의 글은 보다 서정적이고 맑은 분위기를 가져다 주는게 아닐까요? 물론 제 느낌일 뿐입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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