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 들어 크게 재미나는 소설을 찾지 못하다가 찾은 타메라곤이란
책은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만난것처럼 청량하기 그지 없더군요.
처음 타메라곤이란 제목을 접했을때는 영화 "에라곤"이 연상되면서
왠지 모르게 거부감이 들더군요. 해서, 출판된지 한참이 지난뒤에야
읽게 되었습니다.
티메라곤이란 책은 여러가지 면에서 다른 여타 판타지 소설과는
다른 여러가지 차별점이 있습니다.
첫째, 이제는 마치 법칙처럼 등장하는 소드마스터,익스퍼트 등등의
무력의 잣대가 등장하지 않습니다. 이는 비단 판타지 뿐만이 아닌
무협소설에도 자주 등장하는데요. 탈마,선경,초절정,절정,중수,하수 등등 마치 자로 잰듯한 전투력 측정은 어찌보면 지루하게 느껴짐과 동시에 식상하기 까지 합니다.
그렇게까지 전투력을 딱딱 구분할 바엔 차라리 만화"드래곤볼"처럼
스카우트로 전투력측정해서 수치화 하는게 날거라는 생각까지 들더군요.
허나,타메라곤에선 이러한 무력의 선을 구분짓지 않습니다.
마나.내공.단학 등등의 흔한 설정 대신 타메라곤만의 독특한 무술
인 "레마"를 집어넣고 특유의 설정을 만들어내는 면은 매우 신선했
습니다.
둘째,타메라곤의 마법 역시 기존 판타지와는 그 궤를 달리합니다.
흔히 등장하는 판타지세계 속의 마법은 무력과 같은 잣대가 등장
합니다. 드래곤(10~12서클) 대마도사(9서클)이하 8서클.7서클....
마법사는 마나를 쓰고, 그 마나는 심장에 "테"형태로 자리잡습니다.
그 "테"가 1개면 1서클,2개면 2서클...
전사의 마나는 마법사와 달라 단전에 저장되거나 온몸에 퍼집니다.
보통 주인공 이외에는 "오러"와"마법"은 동시에 사용하지 못합니다.
현재 출판된 판타지 소설의 90%는 위의 설정에서 거의 벗어나지
못합니다. 허나.타메라곤은 다릅니다. 타메라곤에서의 마법은
"등가교환의 법칙"에 따라 마법이 실현됩니다.
즉,무언가를 한다면 그에 따른 대가가 돌아온다는 말이죠.
타메라곤의 마법은 그 대가가 "시전자의 생명력"에 따릅니다.
또한,마법의 구현을 위해서는 "고대어"를 알아야 하고 "시전자의
의지"또한 있어야 합니다. 얼토당토 않은 마법을 시현 했다간,그
대가로 시전자는 죽을 수 밖에 없겠죠.
이러한 설정이 물론 타메라곤의 최초는 아닙니다. 전 이전에도
클램프사의 "X"라는 만화에서 이러한 설정을 본 적이 있습니다.
허나. 이는 표절이거나 모방이 아닌 음악에서의 "sampling"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셋째, 타메라곤 소설에는 자신만의 철학이 담겨 있습니다.
여기서 "철학" 이란 말이 포함하는 범위는 매우 광범위 합니다.
인물들의 삶.생각.고뇌.사상,모순 등등의 개인과 사회의 부딪힘.
개인과 개인의 부딪힘 등등의 매우 포괄적인 면들을 모두 포함한
것입니다.
판타지 소설매니아라면 누구라도 읽었던 "드래곤 라자" 역시 위의
요소들이 매우 잘 들어가 있어 지금까지도 회자 되는 히트작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주인공 후치가 피스트마스터가 되서,깨어나는 드래곤들을 족족
때려잡아 세계의 평화가 이루어 졌다는 소설이었다면, 과연 지금
까지 좋은 반응을 가져 올 수 있었을까요...?
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후치의 무력은 보잘것 없습니다.
하지만.후치의 일행들은 언제나 큰 사건의 중심에서 벗어나지 않습니다.마치 "반지의제왕"에서 포르도 처럼 말이죠.
후치는 자신의 눈으로 세상을 겪습니다. 자신과 생각구조가 다른
이루릴이라는 엘프도 만나고, 많은 라자들의 비참한 최후 역시
겪습니다. 그리고, 세계의 한 축을 담당했던 위대한 마법사"핸드레이크"에게 서슴없이 질타의 화살을 날립니다.
우리는 후치의 모험에서 많은 인간상을 보고,느끼며, 슬픔과 기쁨
을 느낄수 있는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었습니다.
타메라곤 역시 마찬가지 입니다. 한국의 콩쥐나 서양의 신데렐라
처럼 주인공인 곤은 못된 이모와 못된 사촌의 시달림을 받습니다.
거기에 더해 주인공은 선천적으로 타고난 "오드아이"로 어릴때부터
사회로 부터 배척까지 받습니다. 그러다 운명을 바꿔줄 "와이번"
의 알을 얻게 되고,알에서 깨어난 와이번과 정신교감을 이루게
됩니다. (물론 이 설정은 영화"에라곤"과 "드래곤라자"의 mix이자
sampling입니다. 쥐 친구와 당나귀 친구는 영화 "슈렉")
소외 받은 자의 시선에서 바라본 사회. 그리고 충돌.
자신과 교감을 이루었지만 자신과의 생각과 너무 다른 개체(와이번엘)에 대한 애착과 두려움.
위에 설명한 2가지 장점과 마지막 3번째의 철학이 합쳐지면서
타메라곤은 대작이 되기 위한 충분한 준비가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
습니다.
하지만!!!!!!!!!!!!!!!
3권까지 무난하게 진행되던 소설이 4권부턴 급격하게 흔들린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이 견해는 철저하게 저 개인적인 견해 입니다. 동의 하는 분이 있을수도 혹은 아에 없을지도 모르지요.
첫째, 서술형으로 차분하게 읽어지던 소설이 갑자기 눈에 밟히더군요. 왜일까 하고 찬찬히 살펴보니 문체가 갑자기 변했습니다.
예를 들면 이런겁니다.
--- 곤은 단검을 고쳐쥐고. 상대를 노려보았다.
긴장하는 곤.
--- 곤은 얼굴에 웃음을 띄우며, 엘에게 말을 걸었다.
기분좋아진 곤.
마치 권경목님의 "세븐메이지"를 읽는듯한 이 느낌.
갑자기 변하니 눈에 엄청 밟히더군요. 뒤에 따라붙는 "사족"같은
단정형 문체....작가분이 4권 쓰시다가 "세븐메이지"를 재미나게
읽으셧나요..?
둘째. 급격하게 올라간 주인공의 무력과 급추락한 넬과 그리샴
먼치킨물은 소위 말하는 현 장르소설의 추세이자 트렌드라는건
잘 알고 있습니다. 요새 소설 중에 주인공 치고 먼치킨 아닌 소설이
드물죠. 타메라곤이 반품들어간 데가 생각보다 많아서 일까요?
4권부터 급작스럽게 주인공의 무력이 확 늘어나더군요. 그와 더불어 거의 주인공급인 넬과 그리샴의 무력과 마법은 주인공에 비해
퇴색해져 가더군요. 더불어 지식과 통찰력,관찰력 등등의 모든면에
서 이미 넬과 그리샴을 앞서가기 시작해 조연급으로 급추락한 느낌
또한 받습니다. "3권까진 주관대로 썻으나 4권부턴 대세대로 깽판물로 갈꼬야!! 좋아!! 엘은 알고보니 "드래곤"인거고 이제 다 주겄써" 라는건 정말 아닐텐데요...
정말 간만에 재미나는 소설을 읽었습니다. 기우인지 4권부턴 좀
흔들린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부디 이 좋은 설정을 두고 "용두사미"
가 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 아쉬운 소리 몇글자 끄적이며 이만
감상을 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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