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정상수
작품명 : 아크란
출판사 : 로크미디어
로크미디어에서 나온 작품치고 어느 정도
수준이 보장되지 않은 작품이 드물죠.
정상수님의 전작 아로스제국건국사를 상당히
인상깊게 봤던 기억 때문에
아크란도 7권까지 보게 됐습니다.
전 사람은 여러 종류의 천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작가로 따지면 김정률님은 이야기의 천재이고
풍종호님은 설정쌓기의 천재,
용노사는 노력의 천재라는 생각이 듭니다.
정상수님도 전 분명히 천재의 범주에 들어간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이름난 편집증인 정확함을 지향하는 작가들의 작품에
비하면 모자랄 수도 있겠지만
아로스제국건국사, 아크란을 통해 본 정상수님만의 스타일은
오직 정상수님만의 것입니다.
한 작가가 오롯이 자신만의 스타일을 세운다...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분명 단점은 많습니다. 인물의 개성이 드러나지 않으며
모든 것이 설명조입니다.
그리고 주인공은 승승장구가 예정돼 있고 별 다른 시련도 없죠.
그리고 말도 안되는 천재입니다.
아로스제국건국사의 개연성 부족질타에 대한 영향인지
아크란에서는 "존재의 흔적"이라는 떡밥이 등장합니다.
드래곤의 유산을 수습한 자는 보통 인간보다 월등히 빠르고
강하게 성장한다는 설정이죠.
그래봤자 아크란에게 다 썰리겠지만
이번 아크란의 호적수들은 그렇게 만만하지가 않더란 말입니다.
무엇보다 아로스제국건국사에서 겪었던 무미건조한 서술방식이지만
아크란은 "재밌다"는 겁니다.
단순한 설명의 연속인 것 같아도 독자로서는 그 변화를
따라가기가 버겁습니다. 정상수님의 세계에 대한 식견과
이해의 정도를 따라 갈 수준의 독자가 과연 얼마나 될까요?
저도 그렇습니다. 정상수님의 글은 나의 모자람을 알게 해주고
좀 더 분발하게 해주는 마력이 있습니다.
계속 머리를 굴리다보면 결국 작가와 힘겨루기를 하게 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부족한 개연성을 질타하고
아크란의 역사의 흐름을 앞서서 예상하는 지적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습니다. 왜냐면 전지적 작가시점에서 끊임없이
기술하고 있지만 실제로 화자는 상당한 제약을 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킬링타임 소설처럼 작가의 변덕에 의해 스토리 라인이 왔다갔다하는
글이 아닙니다. 작가의 설정이 하나의 변수가 되어 톱니바퀴처럼
변하는 세계... 그 세계의 흐름을 작가의 변덕으로 돌릴 수 있는
글이 아니며 세계 자체가 어느 정도 독자적인 생명력을 가지고
스스로 발전하는 느낌입니다. 작가가 틀을 잡은 이후...
세계가 스스로 약동하며 정해진 결말을 향해 실을 꼬아가는 것
같습니다. 그것이 정상수님의 글의 핵심적인 매력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결론적으로...
아직 자잘한 단점이 너무 많이 보이는 정상수님의 글이지만...
전 아크란이 완결된 이후에도 정상수님의 책을 구매하게
될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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