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방수윤
작품명 : 허부대공
출판사 : 드림북스
이글을 비평란에 적어야 될지 감상란에 적어야 될지 모르겠습니다만 (이게 왜 나눠져있는지 모르겠습니다)장점과 단점을 모두 쓸 생각인지라 감상란에 적겠습니다.
개인적으로 국내무협에서 황제와 땅주인이 버젓이 존재하는데 군사집단이나 국가화되어있는 문파들이 대군을 이끌고 땅따먹기하고 정보기관을 두고 정보전을 벌이는 설정을 보며 개연성의 부재를 자주 느꼈습니다.그런 설정이 강호의 분위기와 매력을 제대로 살리지 못한다는 생각도 들었고요.강호의 분위기를 못 살린다는 면에서 저런 설정 자체를 안 좋아하는 편이지만 차라리 저렇게 하고 싶으면 아예 무림의 세계관만 빌려서 무림단체가 아닌 국가를 바탕으로하는 새로운 세계관을 만드는게 좋지 않나는 생각도 많이 했습니다.특히 패공이 되기위해 야망을 불태웠던 춘추시대의 모형을 빌려오면 적절하겠더군요.
그런데 딱 그런 설정을 가지고 있는 소설이 나와있더군요. 바로 허부대공입니다.허부대공의 세계관은 딱히 중국이 아니라 관부가 몰락하고 무림문파들이 국가와 같은 역할까지 겸하고 있는 세상입니다.문파의 행동과 영향력이 국가와 같은 모습을 보이며 땅따먹기를 하는게 납득이 되죠.형태로 봐서는 차라리 그냥 국가라고 하는 편이 더 개연성 있을 것 같지만 무림문파라는 정체성을 포기하고 싶지 않았던 작가의 마음이 반영되었다고 생각하기에 이정도면 좋은 세계관이라고 생각합니다.
작가의 이야기꾼으로써의 능력도 좋은 편이라고 생각합니다.여러가지 위기와 그것을 풀어가는 방법이 다채롭게 묘사됩니다.
다만 아쉬운 점이 주제와 주인공의 행동에 대한 공감을 제대로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 소설의 중심에는 가족애가 항상 위치해있습니다. 내용을 요약하면 가족애가 투철한 주인공이 콩가루집안이 된 거대문파에 들어와서 엄청난 음모와 갈등 끝에 모든 것을 극복하고 가족을 이룬다는 내용입니다.
그런데 이게 사실 일일드라마가 많이 생각나는 내용입니다.거대문파를 재벌가로 치환하면 딱입니다.이런 드라마의 문제가 가족애보다 음모와 갈등이 더 부각되기 마련이고 사실 선량하게 포장되는 주인공도 그 음모의 중심에서 살아가다보니 하는 행동이 정상인은 아닌 것 같습니다.결말부분에서 아무리 훈훈한 가족애를 강조해도 막장만 기억에 남고 가족애는 비정상인들의 대화합으로 변질됩니다.우리는 이런 드라마를 막장드라마라 부릅니다.
허부대공은 주인공의 매력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소설이다보니 이게 좀 더 치명적으로 다가옵니다.특히 주인공이 가족을 지킨다는 명분으로 맹주를 죽이려 하는 부분부터 뭔가 어긋납니다. 여기서 맹주를 악인으로만 표현했어도 이해가 되는데 오히려 매력적인 인물로 표현합니다. 또 내면의 갈등으로 살해를 멈추었다거나 작가가 주인공을 합리화하려는 장황한 설명이 없었다면 나았을텐데 그렇지 못합니다. 주인공은 맹주의 생매장을 시도 했지만 단지 실패했을 뿐이고 이 행동에 대해 합리화하려는 논리도 황당합니다. 그중 가장 황당했던 장면은 맹주가 주인공에게 왜 암수를 썼느냐하니 주인공이 그냥은 못이기니 당연히 암수를 쓴게 아니냐 이런식인데 그말에 맹주는 납득을 합니다.사실 죽이려고한 것 부터 잘못된 것인데요.
예를 들면 A와 B가 같이 길을 걸어가고 있습니다.그런데 B가 아무 잘못 없는 A를 갑자기 두들겨 팹니다.A가B보고 갑자기 왜 때리냐고 화를내니 B가 A를 보고 갑자기 때리지 않으면 못 이길것 같아서라고 합니다.A는 그렇군!이라며 납득합니다.무슨 꽁트 같습니다.
맹주살해 에피소드에서부터 작가가 그리고 주인공이 말하는 가족애는 가족이기주의로 변모합니다.소설에서 하나의 에피소드에 불과하지만 이 에피소드가 소설의 주제를 크게 비틀게됩니다.사람으로 치면 5Cm의 흉터는 몸전체에서는 아주 큰 흉터가 아닐수 있지만 그게 얼굴 한 가운데 있으면 외모에 영향을 미치는 것 처럼요.
이후에는 살인에 대해 정당한 방위로 이해되는 부분에서도 사람을 죽여놓고 내가 아니라 가족(동료)을 위해서 그랬다는 식으로 가족애(동료애)를 강조하는데 이것 때문에 가족이기주의나 집단이기주의는 더욱 강조됩니다.주인공이 복수에 대한 자기합리화를 위해 지인들을 이용하는 듯한 불편함도 있고요.그냥 넘어가도 충분히 이해되는 부분인데 괜히 거기서 포장을 해서 가족애를 변질시키고 의도와는 달리 주인공을 찌질한 캐릭터로 만듭니다.
작품의 세계관과 이야기를 풀어가는 능력에서는 만족스럽지만 주제를 강조하는 방식이나 주인공의 실제행동과 괴리감이 느껴지는 포장에서 아쉬움이 많이 느껴졌던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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