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사쿠라바 가즈키
작품명 : 소녀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직업
출판사 : 노블마인
슬픔이란 살아남기 위한 본능이야. 그러니까 괴로울 때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가만히 있는 건 너 때문이 아니야
나, 열세 살 오니시 아오이는 중학교 2학년 1년 동안 두 사람을 죽였다.
여름방학에 한 명. 그리고 겨울방학에 또 한 명.
처음에 사용한 무기는 악의, 두 번째는 배틀 액스였다.
그러면서 내가 절실하게 깨달은 건, 살인자란 정말로 소녀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직업이라는 거였다.
[GOSICK] 시리즈로 많은 독자들로부터 절찬을 받은 작가가 두 소녀의 목소리로 표현한 잔혹한 성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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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 디자인이 정말 예쁘네요. 약간 쓸쓸한듯 하면서도 정적인 아름다움이 묻어나는 디자인이 소설의 분위기를 잘 나타내 주고 있습니다.
13살 여중생이 있습니다. 반에서는 언제나 웃음을 유발하는 분위기 메이커이지만, 집에 돌아가면 폭력적인 알콜 중독 새아빠와 신세타령뿐인 엄마에게 시달리는 조용한 아이가 됩니다.
13살 여중생이 있습니다. 반에서는 언제나 책을 읽고 있는 존재감 희미한 독서위원이지만, 밖에서는 섬 최고의 부자인 선주 영감의 귀한 손녀로 아가씨 대접을 받으며, 화려하고 기묘한 고딕 롤리타 복장을 입고 다닙니다.
이 소설의 해설에 보면 '폐색 상황'이라는 말이 보입니다. 주인공 소녀들은 겉으로는 자신을 포장하면서도 정작 중요한 말은 누구와도 소통할 수 없는 고립 상황에 빠져있습니다. 그런 그들이 묘한 만남을 갖는 것으로 소설은 시작합니다.
읽으면서 느낀 것은,
전 역시 이쪽 계열의 사람이라는 것.
소설 내에 쭉 묘사되는 지독한 고독감, 폐쇄감, 답답함과 부조리한 상황에 대한 분노. 그리고 그 모든것을 포괄하는 '우울함'의 분위기. 그리고 그것은 현실적이기 보다는 적당히 유치한 자아에서 발론될 감정일 것.
그런 착 가라앉은, 차갑고도 가벼운 우울함은 절 편안하게 합니다. 제자리를 찾은 듯한, 가장 개인적이면서도 안락한 공간에서 휴식을 하는 듯한 편안함을 이 소설을 읽으면서 느낄 수 있었습니다.
더 없이 극한상황으로, 말 그대로 '사람을 죽이는 상황'에 이르는 두 소녀의 이야기는, 순수하고 행복하고 싶었지만, 현실에 절망하고 소통에 실패할 수 밖에 없었던 두 소녀의 어두컴컴하고 잔혹한 이야기는 그 '우울함'의 오락이 되어 저에게 휴식을 줍니다.
전 그럭저럭 부족함 없이 컸습니다. 진짜로 위기감을 느낄정도의 우울함에 빠져 본 적은 없습니다. 허나 제가 커 오며 경험했던 많은 경험들은, 환경들은 이런 우울함을 고향처럼 느끼게 만들었습니다. 아니, 오히려 좀 더 극단적인, 극적인 우울함을 소설에서 대리 추구하고 있습니다.
이런 약하고도 유치한 감성이 좋습니다. 현실에 제대로 맞서지도 못하고 안으로 안으로 가라앉는 소위 '찌질함'이 사랑스럽습니다. 왜냐하면 제가 그들에 가까우니까, 아니, 그런 그들에게 최대한 '가까워지고 싶으니까'.
개인적인 이야기가 되어버렸습니다. 제 자신 안에서도 제대로 정리가 안 된 이야기입니다만, 간만에 이 작품을 읽으면서 작품 자체는 강하면서도 여린, 섬세하면서도 유치한, 그런 소녀들의 감성과 투박하고 거친 현실이 부딪히며 생기는 잔혹한 이야기입니다.
라이트노벨 출신 작가답지 않은 섬세하고도 간결한 문체와 흥미로운 전개로 순식간에 읽을 수 있는 책입니다. 등장인물들의 심리에 중점을 두다 보니, 이야기의 플롯이나 전체적인 구조면에서는 큰 충격은 없습니다만, '읽는 것' 자체에 빠질 수 있는 소설이지요.
인터넷 서점들에서는 꽤나 큰 폭으로 할인하고 있으니 추천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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