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조진행
작품명 : 후아유
출판사 :
주인공의 성격에 대한 논란이 참 많네요.
후아유의 주인공은 제가 보기에 우리가 평소에 보편적으로 볼수 있는 이상에 좌절하고 현실에 타협하고 부인에게도 이혼당하는 현대의 인간을 아주 잘 묘사했다고 봅니다.
우유부단하고 소극적인 성격에다가 누가 옆에서 막말을 하면 왠만하면 참다가도 또 한편으로는 발끈하는 면이 있는, 그러한 스스로의 찌질함에 좌절하고 그러면서도 정의로운 슈퍼맨이 되고 싶은 욕망이 혼재된 현대인의 성격이 너무 리얼할 정도로 잘 그려져 있다고 봅니다.
다만 이러한 리얼한 찌질남이 주인공인 소설은 독자들의 울화통을 자주 터트리는 관계로 장르소설의 목적인 대리만족에는 방해가 되는 요소이고, 또 대중의 인기와 판매량에 신경을 써야 하는 장르소설 작가들이 회피할수 밖에 성격이죠.
그런데 우리 현대물 판타지 소설들을 보면 독자들의 몰입을 위해서인지 처음에는 지나칠정도로 찌질하다가도 능력을 얻고나면 갑자기 자신이 얻은 능력만큼 성격과 인격도 슈퍼맨이 되는 그러한 소설이 많은데 저는 아무리 판매량과 독자취향이 중요하다지만 이런 소설들은 조금 문제라고 봅니다.
물론 킬링타임이 주목적이고 대리만족만 하면 되는 장르소설에서 그런걸 따지냐고 묻는다면 할말은 없습니다. 다만 모든 소설들이 그러한 개연성을 무시하고 또 독자들에게 그게 당연한걸로 받아들여져서 리얼리티가 있는 소설들에게 오히려 비판이 간다면 그건 문제라고 봐요.
어린 찌질이들이 기연을 얻고나서 작가의 아무런 설명도 없이 그냥 정의의 사도가 되고 자기 절제 또한 거의 완벽에 가깝도록 변하는데요. 능력이 작가의 장치대로 혹은 기연으로 그렇게 변하는건 이해하지만 성격과 인격조차 그렇게 변하는건 좀 말이 안되죠.
물론 그러한 성격이 장르소설 독자들의 슈퍼맨이 되고 싶은 대리만족 취향에 부합한다는건 인정합니다. 때문에 그러한 주인공이 등장할수 밖에 없는 작가들의 사정또한 이해하고요.
다만 모든 소설에 매번 그런 비현실적인 슈퍼맨 캐릭터만 등장하는건 문제라고 봅니다.
물론 무협의 세계에서 협의를 추구하는 소설은 괜찮습니다. 그건 그 세계가 극기와 수련을 통한 협의를 숭상하는 세계이고 또 그러한자가 존경받는 세계라는걸 작가와 독자 모두 암묵적으로 인정하기 때문이죠.
판타지세계도 작가가 그러한 세계관을 부각해서 그린다면 문제될게 없어 보입니다. 문제는 이계 이동 무협, 판타지 혹은 현대물이죠.
잘 짜여진 현대 경쟁사회 시스템속에서 적응하고 살아갈 교육과 훈련만 되어 있는 현대의 지극히 평범한 인간들이 능력을 얻고나면 갑자기 자기 절제가 완벽하고 인격도 완성된 인간이 되어가는건 전혀 공감할수 없거든요.
그런 점에서 후아유는 개연성이 살아있는 괜찮은 작품이라고 봅니다. 주인공의 캐릭터에서 현대인들의 군상들에 가까운 착하면서도 찌질한 소시민적인 리얼함이 잘 살아 있으면서도 보통 그런 리얼한 작품들이 대부분 부족한 재미라는 측면에서도 일반 작품들에 비해 손색이 없는 작품이니까요.
물론 후아유의 주인공도 물질과 이성에 대한 욕구가 너무 없다던지하는 그러한 비현실적인 면이 보이지만 그건 전처와의 이혼과정을 통해서 어느정도 개연성을 확보 했다고 봅니다.
또 현대 우리사회의 시스템과 인간들에 실망하고 좌절해서 거의 죽음 직전까지 갔던 주인공이 기연을 얻고나서 우리 사회의 정의를 위해 노력한다는 설정은 아무래도 좀 어색하지만 그것 역시 초고대문명의 영혼과의 약속이라는 장치를 통해 미흡하지만 어느정도는 개연성을 확보했다고 봅니다.
특히 고시텔과 보안회사 직원들과의 갈등에서 강자가 아닌 사회적 약자들에게 조차 화가 나면 발끈하는 주인공의 그 어디에나 있을듯한 그 보편적인 성격을 보면서 기존의 장르소설에서 보기 힘든 그 리얼함에 박수를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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