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김정률
작품명 : 트루베니아 연대기
출판사 : 드림북스
언제나 그렇듯이 비평을 쓰는 것은 어렵지만, 그 중에서도 톱에 들어있는 작가의 글을 비평하기란 하나의 간단한 단편을 짓는 것 만큼이나 어렵다.
하프블러드의 2부에 등장하는 트루베니아 연대기는 제목에서부터 포스가 흘러넘친다. 왜 제목이 이러하는지 모르겠거니와 사실 제목에는 별로 관심을 두지 않기 때문에 -왜냐하면, 일단 열 손가락 안에 꼽히는 작가 치고 제목이 후지다고 해서 손이 안 가느냐, 그건 아니니까- 별 갈등 없이 빌려올 수 있었다.
하프블러드의 경우에는 1, 2권을 제외한 전권이 소장되어 있는데 이것들과 트루베니아 연대기를 비교하라면 우선 글의 분위기가 비슷한 다른 작가가 하프블러드의 줄거리를 지니고 글을 쓴 게 아닌가 생각이 들 정도다.
하프블러드에서 크게 일었던 갈등은 배 위에서의 눈물로 간단하게 표현된다. 아버지 없이 자란 아이가 청소년이 되어서 어머니까지 옆 대륙으로 도망가서 시간이 흐름 다음에 어머니를 만나러 간다는 데, 감정 표현이 조금 서툴지 않았나 싶다.
또한, 귀족들의 대화구사가 매끄럽지 못하다. 하오체를 쓸 뿐 정작 말투는 2류 건달과 다를 바 없다. 귀족들은 죄 멋대로에 자존심이 강하고 제 배경을 믿고 나대는 것들로 치부되고 있다. 하프블러드에서도 이러한 것들이 자주 목격되었는데 트루베니아 연대기에서는 이러한 점이 더욱 심각하다.
그리고 모든 소설이 그렇듯 대화체가 너무 딱딱하다. 언젠가부터 그랬는지 모르겠는데, 말 더듬기와 감탄사의 배합이 적절하지 못한다. 웃음소리 역시 마찬가지다. 호호호 하하하 크크크의 범주를 벗어나지 못했다. 둘러보면 알겠지만 사람이 무의식적으로 웃을 때 호호호 하하하라는 음만 내면서 웃는 사람이 있다면 내가 리모콘을 불판에 구워 씹어 먹겠다.
마지막으로 군데군데 유치한 장면들을 지적한다. 김정률님이 나의 아버지뻘 되는 나이이신데도 불구하고 읽으면서 몸을 살짝 떨 정도로 유치한 장면이 군데군데 있었다.
최대한 못난 점을 꾸려보려 했는데 대다수가 이미 신물나도록 언급한 주제였기에 말하지 않은 부분도 있고, 무엇보다 이야기의 전개 면에서는 부드럽게 흘러갔기에 못난 점이 눈에 잘 띄지 않았다는 것도 있다.
대여점에서 빌리는 것은 추천하지만 아무래도 사기에는 조금 돈이 아깝지 않나 싶기는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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