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성님의 대가 시리즈 중, 마교와 관련된 내용입니다.
감상 포인트를 몇 가지, 장/단을 나눠 뽑아봤습니다.
1. 장점 및 특이점
-흥미로운 전개. 살수가 소교주로 변장하여 들어가는 점, 소교주의 성격이 개차반이라는 점, 가족이라는 소재를 사용하여(주로 여동생이지만) 흥미를 이끌고, 중간에 시체가 사라지거나 하는 둥 긴장감있는 전개.
-흥미로운 세력구도
항상 호구짓하기로 유명한 무림맹이 이번엔 일반적인 작품에서 마교나 흑막으로 나올 법한 행동들을 합니다. 이게 오히려 흥미를 불러일으키며, 자연스러워서 좋았습니다. 뿐만 아니라 평소 어색하다 생각했던 점들인 작은 문파 vs 마교같이 큰 문파의 심리전이나 힘싸움 등의 묘사도 좋았으며 개연성도 부족하지 않았습니다. 그 절정은 여인 한 명 납치해온 문파(이름이 기억 안나네요)와의 일화인 것 같습니다.
-비교적 소수의 조연 출연으로 난잡하지 않은 이야기 전개
맛깔나게 조연을 사용하면 물론 좋지만, 일반적으로 최근 장르 문학은 이야기 진행이 잘 안 된다 싶으면 새로운 조연을 내고, 단물 뺀 뒤 또 새로운 조연을 내는 둥 굉장히 평면적인 인물들과 사건들, 일화를 사용하여 이야기를 전개해 나갑니다. 특히 인기작일 경우 더더욱 그런 경향이 보이는데, 이야기를 늘려야 하기 때문이겠죠.
적어도 제가 본 6권까지는 그런 경향이 전혀 없이 작중 잘 안배된 인물 만으로 이야기가 전개 되는 점은 크게 칭찬하고 싶습니다.
2. 단점
-오락가락 하는 주인공의 성격 및 무력
저는 무슨 떡밥이라도 있는 줄 알았습니다. 특히 천마총람의 뒷부분을 읽고 나서 주인공이 극마/극선을 오가게 된 줄 알았습니다.
이전 주인공은 무력을 사용함에 있어서 주저함도 없었고, 특히나 자신의 위험이나 이득이 침해될 위험이 있을 때에는 과감하게 목숨을 앗아갔습니다. 하지만 여동생 둘 데리고 교를 빠져나왔을 때로부터 둘째 여동생을 만나 돌아오는 과정까지, 이야기를 늘리기 위해서인지 몰라도 쓸데없는 말다툼, 쓸데없는 기력/심력 소모, 쓸데없는 분쟁으로 책의 1/3을 날립니다. 물론 이야기가 진행되고, 나름의 이유가 적혀있지만 저는 굉장히 작위적으로 보였습니다.
죽이는 게 싫다고 처음부터 나오긴 했습니다만, 그런 말을 한 것 치고는 여인 납치해올 때도 그렇고, 그 전도 그렇고 과감할 땐 과감하게 행하는 걸 볼 수 있습니다만 제가 지적한 저 사긴 이후 부터는 굉장히 오락가락하는 모습이 보여, 편집자의 농간인가 싶을 정도였습니다.
무력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주인공은 무력을 뽐내는 것에 대해 그리 부담감을 가지지 않았습니다. 특히 소교주로 인정을 받아야 할 때에는 내가 놀고 있는 줄 알았냐며, 불쾌함과 동시 실력을 보이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중반부 이후, 마찬가지로 천마총람 이후의 일입니다만, 무력을 숨기려고 한다거나 아니면 이전과의 묘사와 달리 다소 약화된 무력등을 볼 수 있었습니다. 게다가 절대 하지 않던 방심을 해서 제압당하기 까지 하더군요.
‘흑익’을 꺼내기 위한, 말그대로 목적을 위한 장면같아 보여 너무나 작위적이었고 답답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습니다.
일반적으로 힘을 숨기는 클리셰나 위기에서 힘을 발휘하는 클리셰는 성장형 주인공이나, 흑막형 주인공에서 사용되는 방식입니다. 하지만 마공의 대가 주인공은 애초부터 그런 인물상이 아니었는데, 갑자기 흔한 클리셰를 끌고온 이유가 도무지 이해가 안 갑니다. 마찬가지의 이유로 이것도 편집자의 농간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어색한 장면 중 하나 였습니다.
- 뚜렷하지 않은 목적의식 및 작가의 작품 방향 상실
3권까지는 좋았습니다. 마교에 들어와 마인으로서 꿈에나 그리던 무공을 얻는 과정이 정말 흥미진진했습니다. 하지만 이후부터 귀혼대법인지 뭔지에 당하면서 정체가 까발려지게 되었는데, 이게 꼭 이렇게 되어야 했는지 의문입니다.
주인공이 무공을 얻는 것만이 만약 목적이었다면 그것을 이루고 난 뒤 치밀하게 준비하여(기존대로) 나가는 방식도 있었고, 아니면 다른 방식으로 까발려질 수도 있었습니다. 훨씬 더 극적이면서도 자연스럽고, 또 작위적이지 않은 방식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가령 여동생들과의 대화에서 점점 이상한 점을 알게 된다든가, 소교주가 알아야만 할 것을 모른다든가, 점점 진실이 옥죄어지는 구도를 얼마든지 만들 수 있었을 겁니다.
시체가 잠시 들짐승에 의해 사라졌을 때처럼 얼마든지 그런 흥미진진할 구도가 가능했는데, 뜬금없이 어떤 리스크도 없는 사술이라는 방식에 당해버리니 맥이 빠집니다.
이때 역시 ‘목적을 위한 장면’만 느꼈지, 전혀 흥미진진하지 않더군요.
물론 복선은 있었습니다만, 그 복선을 이루기 위해 고작 머리카락 따위가 아니라(애초에 그렇게 대단한 것을 머리카락 따위로 할 수 있다니, 세계정복도 쉽겠군요. 이 점은 이 작품에서 두고두고 가시가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좀 더 대단한 게 필요해서 소교주와의 힘싸움을 그릴 수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너무나 어이없게 전개되다 보니 작위적이라고 밖에 말할 수 없더군요.
덕분에 초반부터 쭉 이어지던 기조, 말하자면 영화 광해나, 거지와 왕자처럼 개차반 소교주를 대신하여 가족의 정을 회복하고, 아슬아슬하게 줄타기하는 흥미진진함-
이 기조가 완전히 무너지고 말았습니다. 즉 작품의 방향이 급선회하게 되었는데, 이게 상당히 어색한 방식으로 되다보니....심지어 작가가 쓰다가 감당이 안 되서(혹은 편집자의 바람으로) 그냥 작품 방향을 평범한 먼치킨의 중원놀음으로 바꿨나 싶기도 했습니다.
굉장히 아쉬운 부분입니다만..
이렇게 구구절절 쓰게 된 것도 이 작가 분의 책은 마공의 대가만 봤습니다만 전개하는 방식도 그렇고, 문장력도 그렇고 얼마든지 훨씬 더 재미있고 흥미진진한 글이 가능한데, 아쉽다는 생각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흔쾌히 추천할 수 있을 만한 좋은 책이었습니다.
다만 중반부 이후부터 점점 아쉬워지는 건 어쩔 수 없군요. 두고두고 작품을 이끌어 나가는 데 있어 독이 될 실수였다고 감히 생각합니다.
제 점수는요.
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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