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한담

연재와 관련된 이야기를 합시다.



작성자
Lv.1 [탈퇴계정]
작성
10.10.21 20:24
조회
778

죽일 놈을 살려주면 글쟁이가 욕먹고 독자가 떠나버립니다.겪어봐서 압니다. 제 모 글이 그 사건 때문에 선작 수가 천 단위로 훅 줄어들었기에 너무나도 잘 기억하고 있습니다. 내글!

...은 농담 삼아서 하는 이야기고, 이샤님은 가장 근본적인 요소에 대해서 잠시 망각해버린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소설은 어디까지나 가상의 시공간과 등장인물을 이용해 이야기를 구성하는 매체입니다. 서두에 굳이 '이 이야기 속 등장인물 및 사건은 허구이며, 특정 인물과 사건과 관련되지 않았습니다'라고 쓸 이유가 없을 정도로 누구나 잘 알고 있는 상황입니다.

작가의 수족이 되는 등장인물이긴 하지만, 저는 단순히 인물들이 작가의 꼭두각시로서 존재하지만은 않다고 생각합니다. 가상의 공간과 상황을 부여하고 그 속에 등장인물을 구성한 이상, 그 인물들은 상황 속에서 움직이는 한계를 띄고 있습니다. 당연한 소리지만 등장 인물의 행동패턴의 한계치는 작가의 한계치를 넘을 수 없지만, 그렇다고 그 배경과 상황을 뛰어넘을 수도 없습니다. 작가의 손에서 창조되었지만, 엄연히 등장인물은 작가와는 다른 존재입니다. 그렇기에 등장인물은 그 배경 속에 구성된 자신의 역할에 충실하거나, 혹은 그것을 기반으로 행동할 수 밖에 없는 법입니다.

대게 판타지 소설이나 무협에서 나오는 캐릭터들의 상당수는, 우리가 알고 있는 '일반적인 세계'와는 다른 세계의 인물입니다. 당연하죠? 하지만 그런 그들이 과연 우리와 같은 사상을 가질 수 있을까요? 소설이라는 것을 과감히 무시하였을 때, '과연 다른 두 세계의 인물들의 사상과 행동이 서로 일치하거나 유사한 형태를 띌 수 있느냐?'라고 묻는다면... 글쎄요, 저는 일단 '그렇진 않다'라고 봅니다. 새로운 세계의 인물이라면 그 세계에 기반을 둬야 합니다.

물론 현실을 기반으로 형성된 유사현실 혹은 가상 세계이긴 하지만, 세계가 새롭게 구성됨에 따라 우리가 늘상 겪는 것이 '가상 세계'에선 전혀 생소한 개념일 수 있으며, 흔히 취급되는 도덕관이나 윤리관 같은 개념이 전혀 다를 가능성도 농후합니다. 물론 그것은 오로지 그 세계를 창조한 자의 생각에 따라 좌우되긴 하지만, 대부분 현실과 유사하되 세부적인 관념에서 다소 다른 노선을 띕니다. 이것은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지요.

그를 기반으로 생각해보면, 이샤님은 오로지 '우리 세상'의 도덕 및 윤리적 관점으로 등장인물들을 살펴보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헌데, 그들은 '다른 세계'의 사람입니다. 다시 말해, 그들의 눈으로 이샤 님의 주장을 바라본다면 오히려 반감이 나올 수 있는 법입니다. 제 글의 등장인물들이라면 대충 이 정도로 말하겠군요.

'댁 목숨이 소중한 건 알지? 난 내 목숨이 제일 중요해. 다른 건 다 필요 없어. 뭐? 개과천선? 당신 시간 많지? 난 없어.'

'당연히 그 말이 옳지. 사람 목숨은 소중해요~ 라는 말 말이야. 그런데 말이야, 나한테 굉~장히 나쁜 일 하려던 녀석들을 보내주면 또 그런 짓을 하거든? 어, 그게 몇 번 정도 있었지? 한 여섯 번? 일곱 번? 뭐 대충 그 정도 되겠네. 아무튼 말이야, 네가 그런 마음 가지고 '앞으로 착하게 사실거죠? 그럼 안녕.'이라고 말하고 떠난 사람이 난데없이 칼 들고 쨘 하고 나타나는 걸 한 두세 번 정도 겪으면... 그 말이 쏙 들어갈거야.'

'내 검에 피를 묻힌 자가 스무 명 정도 되었을 때 까진 그런 고민을 했습니다. 제 동료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하지만 그 고민을 계속 붙들던 이들은 이제 제 곁에 없습니다. 그걸 깨닫지 못한 사람들은... 이제 저세상에서 제 행동을 지켜보고 있지요.'

'어, 음... 참고하겠습니다. 예, 참고하지요. 그런데... 참고한다는 게 그냥 고려한다랑 같은 말이고, 그게 꼭 지키겠다는 소리는 아닙니다. 뭐... 에이 씨, 됐어요. 댁도 다 알잖습니까. 그런 소리 해 봤자 내가 들을 리가 없잖아요.'

일단 저들의 세계에선 그것이 정설이자 진리입니다. 물론 세계관이 그것을 허용하진 않지만, 적어도 등장인물들이 겪은 상황 속에선 그것이 사실이지요. 그렇기 때문에, 그들이 저런 말을 할 것이라는 걸 어렵지 않게 추측할 수 있습니다.

대충 그런 겁니다. 등장인물들은 이샤님의 세계와는 다르며, 그렇기에 그들의 생각대로 살아갈 수 밖에 없는 겁니다. 그들에게 삶의 고귀함과 인간애의 아름다움을 설파하신다는 것이 나쁜 건 아닙니다. 헌데, 그들이 과연 이샤님의 의견을 존중할 정도로 평온한 삶을 사는 건 아니잖습니까.

p.s 생각보다 인간은 사람의 죽음을 가뿐하게 여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영제국이 한창 해적이 들끓을 시절엔 항구 앞에다 해적을 교수형 시킨 뒤 타르를 발라(!) 대롱대롱 매달아서 오랫동안 말린 사례도 있습니다.

유럽 지역의 교수대는 으레 광장 쪽에 설치되어 있었고, 교수형이나 뭐 단두대형같은 걸 집행할 때 도시락바구니(!!)를 싸들고 관람하는 양반네들도 심심찮게 있었다는 기록도 있습니다. 그리고 한국의 고유 문화인 망나니(...)의 경우, 본격적인 칼질 이전의 덩실대는 춤사위는 사형 이전의 일종의 피니쉬 피날레(...)라고 볼 수 있습니다. 사형식의 흥취를 돋보이게 하는 퍼포먼스랄까요...

인본주이니 인간성, 혹은 우리가 잘 알고있는 문명인스러운 사상은 비교적 최근에 발명(!)된 개념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오히려 인간같지도 않는 놈은 쳐죽여야 제맛(...)이라는 사상이 인류 역사상 보편적으로 퍼져 있고, 그런 행위 자체가 칭송받은 시절이 훠어얼씬 깁니다.

이런 것을 보자면, 흔히 판타지나 무협의 시대적 배경을 고려했을 당시의 상황은 현 소설의 흐름인 '난 오늘 널 쳐죽일 거야!'는 그리 옳지 않다거나 한 게 결코 아닙니다. 오히려 약과랄까요....


Comment ' 13

  • 작성자
    Personacon 맨닢
    작성일
    10.10.21 20:44
    No. 1

    잠깐잠깐만요...!
    이사 (x) 이샤 (x) 아샤 (o)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탈퇴계정]
    작성일
    10.10.21 20:47
    No. 2

    어서님, 115749번 글에 대한 내용이에요. 이사(isa)님입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진다래
    작성일
    10.10.21 20:59
    No. 3

    저 역시 컴터다운님 글에 공감이 가네요. 이사님 글은 말 그대로 이상향...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1 드림컴패니
    작성일
    10.10.21 21:13
    No. 4

    재가 그글에 댓글달았지만 한번더 쓸께요 뭐 재멋대로 판단한거지만 재가보기엔이사님이 하고싶은말은 소설은 대중매체이고 여러연령층이읽으니 현실과 소설을 동화시시킬수있다 뭐 그런뜻 같애요 사실 소설은 자유성이 인정되는 것이기에 뭐라하기힘들지만 청소년부터 중년층까지 다양하게 드나들고 읽는 매체이니 한번쯤 생각해볼만한 문제인것같기도하네요 게임역시 즐기기위해 만들어졋지만 그특유의 폭력성,중독성이 현실에서까지 살인이나 미친짓을 하게만드니까요 또 면역성이라는게 있죠 인간이 의외로 죽음에 무감각한부분이 있는건 맞지만 그렇다고 살인을 하면 안되자나요ㅋ 뭐 생명존중을 외치려는건 아니지만 소설에서의 무분별한 폭력,살해를 표현한 글등이 청소년들에겐 괴뢰감또는 살인에대해 무뎌지게 할수도있지요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대중매체인 TV프로그램도 선정성등의 법률이있지요..비교가 안되는건 알지만 같은 대중매체로 좀많은 인원차는 있겠지만 엄연히 소설도 많은 사람이 읽으니까요...
    그렇다고 소설에 자유성을 억압하는건 말도안되니...
    뭐..소설역시 즐거움,대리만족등을느끼기위해 있지만..
    옛소설등을 보면 교훈같은것도 들어있지만 판타지등의 소설을 보면 오로지 재미목적으로 쓰이다보니 약간 심하다싶은 부분도있긴해요..(어디까지나 개인적 생각입니다.)이사님이 말씀하시는것도 컴터다운님이 말씀하시는것도 모두 부정할수없는 애기지만 판단력억제성등이 낮은 청소년등에겐 우려되는 부분이기도하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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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Lv.86 데코몽쉘
    작성일
    10.10.21 21:24
    No. 5

    조금 다른 이야기지만 이사님꼐서 쓰신 그 글에서 제가 느낀 슬픔은
    작가의 배고픔을 고려치 않았다는 것일까요...뭐, '표현의 자유'에 대해 써 놓고 비평을 하긴 했지만, 마찬가지로 하나의 글쟁이이자 작가라는 직업에 대한 연민을 느끼는 제 입장에선 아마도 그런 글을 쓰게되는 작가들을 변호하고 싶은 심정이 없진 않았겠죠.
    그런 글을 쓰고 있음에도 희망이 없는 이 현실을 헤쳐나가느라 그런 점에 대해 성찰할 시간조차 부족한...더 좋은 글을 쓰고 싶은데, 이런 글이 아니면 팔리지 않게 될 것을 알기에 타협한 그런 작가들도 많겠지요.
    뭐...그런 겁니다.

    글이라는 것은 그 가진 잠재력이 한없이 고상해 질 수 있는 한 마리의 고고한 백조와도 같지만 그 수면 아래를 내려다보면 얼마나 많은 노력과 고뇌, 고민이 필요한지는 목숨걸고 글에 매달려 봤던 사람들만이 알겠지요.

    젊은 날의 한 때, 철없던 사춘기에 글로 벌어먹는 것에 심각하게 고민해 봤고 또 좌절하고 포기해 봤기에 가끔 이러한 글이 올라오면 매우 슬플 따름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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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Lv.14 천영객
    작성일
    10.10.21 22:05
    No. 6

    저는 필력만 있다면 그런 살생을 많이 벌이지 않고도 충분히 재미있는 소설이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드래곤 라자의 경우만 봐도 실제로 소설내에서 죽는 사람은 그렇게 많이 나오지 않지요.
    심지어 타 종족과의 대립에서도 일방적인 학살 같은 것은 나오지 않습니다. 되도록이면 살생 대신 대화나 다른 방법을 통해 사건을 헤쳐나가려 하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충분한 재미를 줍니다.
    문제는 그만한 필력을 가진 작가분이 손에 꼽을 정도이며 파괴적인 대리만족감이라도 충족시키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폭력적인 장면을 많이 집어넣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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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Lv.1 페이첼
    작성일
    10.10.21 22:34
    No. 7

    작가는 보물을 숨기는 넘 이고,
    독자는 보물을 찻는 넘 입니다.

    작가는 거짓말 속에 진실을 숨겨놓습니다.
    독자는 거짓말 속에서 진실을 찻아야 합니다.

    어떤 답이 나올지는 독자 재량입니다.
    독자의 능력범위 안이란 말입죠.

    하지만 조건은 있습니다.

    독자는 작가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물론 대부분의 독자들은 항상 이 조건을 인지하고 숙지하고 있지만,
    가끔 까먹는 독자도 생뚱맞게 튀어나옵니다.

    사람을 죽이는 내용이 나온다고 해서, 혹은 주인공이 밥 먹듯이 사람을 인간백정처럼 죽이고 다닌다고 해서, 그 가치관을 곧이곧대로 자신의 덜 여문 무개념 속에 집어넣을 독자는 흔하지 않습니다. 가끔 있긴 하겠지만 그렇다면 그놈은 애초에 미친놈입니다.

    세상의 모든 미디어는 폭력적인 걸로 가득차 있습니다.

    당장 티비를 틀어봐도 공중파 사극에서 칼들고 사람베고 있구요.(물론 케이블로 가면 더 하겠죠) 온라인게임은 온갖 희긔한 살인기술로 전신을 무장한 캐릭터들이 내가 니 아바타다 하면서 청소년들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게다가 뿐 입니까? 막부시절 인간백정처럼 사람을 죽이던 일본닌자 들은 애니로 인해서 영웅으로 칭송받는 시대고. 한국의 협객들도 '이런 버러지들이' 하면서 허건날 사람죽이고 다닙니다.

    그리고 무차별적으로 쏟아져나오는 좀비 영화들은 어떻습니까? FBI가 권총대신 기관총 들고 악당 때려잡는 영화는? 살인자를 다룬 소설은? 건달이 나 마이 무긋다 아이가 하면서 칼 푹푹ㅠㅠ 배때기에 찔러넣는 영화는?

    굳이 무협판타지가 아니더라도, 사람을 벌레죽이듯 하는 미디어들은 세상에 넘치고 넘쳤습니다. 하지만 그걸 본 사람들이 폭력에 물이 들어서 많이들 따라하던가요?

    물론 영상으로 만들어진, 그것도 현대배경으로 한 영화가 지나치게 폭력적인 경우에는 청소년들이나, 철 없는 어르신분들이 따라할 경우가 가끔 있겠죠. 이건 문제라고 저도 생각합니다.

    하지만 무협은 그야말로 '과거'에 '딴 세상'에 현재와 가치관마저 확실하게 틀린 '허구'입니다. 어떤 모질이가 무협 주인공이 멋있다고 칼 들고 '묵룡일검!'하면서 누구 때려잡는 그런 뉴스 보셨어요? 아니면 왜 살인을 했냐는 물음에, '무협지보고 멋져서요'라는 뉴스 한번이라도?

    사람 인간백정처럼 죽이는 주인공들은, 과거 어르신들 세대의 무협이 더 했습니다. 손짓 한번에 백여명 목이 잘리고, 강시는 허건날 출연해서 사람 목 뜯고 달아나기 일쑤고, 하물며 봉황도 각 작품마다 줄기차게 출연해서 사람 죽이고 다녔습니다.

    그래서 우리 아버지분들이 폭력적인 영향을 받았던가요? 아닙니다. 예 아니예요. 소설은, 컴터다운님이 말씀하신대로 언급할 가치도 없이 '허구'를 전제로 한 픽션입니다.

    만약 진작에 그런게 문제가 됬다면, 문피아는 19금 사이트가 벌써 되도 훨씬 전에 됐을겁니다. 하지만 아직 묵룡일검 매화승천! 외치면서 칼 들고 살인저지르는 청소년은 없었습니다. '무협지 보고 멋져서요'를 외치는 범죄자도 아직 없었구요. (이계로 가겠다고 주문진 그리는 바보는 봤었지만)

    아무튼 소설은 허구입니다. 그걸 전제로 작가는 글을 쓰고, 독자도 글을 읽습니다. 그리고 만약, 어떤 멍청한 독자가 그에 영향받아서 폭력적인 행동을 하거나 성향을 띠게 됐다면, 그건 전적으로 독자 탓입니다. 본인이 성숙하지 못한 탓이지요.

    예. 말이 두서없이 난장판으로 길어졌는데 아무튼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글을 어떻게 받아들이냐는 전적으로 독자의 몫 입니다. 몸에 안 좋은건, 알아서 걸러내서 먹어야죠. 그걸 누가 가르쳐줘야 아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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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Lv.6 읽기쓰기
    작성일
    10.10.21 23:52
    No. 8

    판타지의 배경은 분명히 지금보다 험악하겠습니다만, 지금 통하는 도덕이 그때 통하지 않는다는 말은 지나친 것 같습니다.
    제갈 양의 '칠종칠금' 아시죠? 실제로 그는 일곱 번이나 자기를 죽이려 했던 상대를 놓아 줌으로써 상대를 마음으로부터 복속시켰습니다.
    원수를 산 채로 회를 쳐 죽일만큼 만큼 잔인한 데가 있었던 유비도 자신을 따라오는 백성들을 위해 목숨을 걸 만큼 '멍청하고 병신같은' 혹은 '선한' 점도 있었지요. 그렇기 때문에 수 많은 동양 사람들이 그들을 좋아하고 심지어 신격화까지 시켰던 겁니다.

    잔인한 것만이 능사가 아닙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탈퇴계정]
    작성일
    10.10.21 23:52
    No. 9

    컴터다운님의 말씀 충분히 공감하고 이해합니다. 제가 이사님의 글에 대해 반박할 때 사용했던 논리이니까요. 제가 청개구리라서 그런지 몰라도 컴터다운님의 글을 보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작가가 설정한 세계관 내에서 인물은 무한한 자유를 가진다. 다만 글이 인기와 공감을 얻고자 한다면 글 안의 인물은 독자와 소통해야 하지 않을까. 그런 의미에서 독자가 살인이 철저히 금기시 되는 시대에 살고 있는데 과연 살인을 가볍게 여기는 시대의 인물과 공감할 수 있을까?

    여기서 말하는 소통이라는 부분은 대리 만족도 될 수 있고, 몰입을 통한 카타르시스도 될 수 있을 겁니다. 단순히 '현실에서 할 수 없는 것을 소설 속에서 할 수 있으니 대리 만족으로 만족합니다.' 라는 식이라면 더이상 드릴 말씀은 없습니다만, 그런 식이라면 글의 한계가 너무 뚜렷해질 겁니다.

    근래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이고깽에 대한 비판과 비난, 그리고 양산형 소설로 인한 시장의 위축 등에 대한 생각이 과연 어디서 비롯 된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독자의 대리 만족을 충족시켜주지 않아서? 아마도 그 것은 정답이 아닐 겁니다. 어쩌면 이사님께서 말씀하셨던 것처럼 현실에 살고 있는 독자와 작가의 세계에 살고 있는 인물이 사고방식, 기준, 가치관, 선호도 등이 일치하지 못하기 때문에 나오는 비공감에서 양산형에 대한 비난과 장르 문학에 대한 한계가 나오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결론적으로 말씀드리자면 절대진리라도 누군가가 알아주지 않는다면 소용이 없는 것처럼 환상을 통한 비공감이 장르문학에 대한 대다수의 외면을 가지고 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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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Lv.27 하츠네미쿠
    작성일
    10.10.22 15:50
    No. 10

    판소를 보면은 우리와 같은 시대의 작가들이 썼기에 우리와 선의 기준이 같은 소설들을 제법 봤습니다. 흔히 귀족들중에서도 착한 이를 쓰고 싶으면 신분차별을 하지 않는 이로 그린 경우도 많이 있었지요. 그렇게 우리와 조금 달라도 완전히 다르지 않은 세계에서, 특히 퓨판의 경우 현대의 도덕관념을 가진 이들이 넘어가서 자기의 욕심 때문에 수백, 수천의 목숨을 죽인 것을 가지고 다르기 때문이라고 하면 모두 그것이 악이 되지 않을까요? 그리고 저는 가치관의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 아닙니다. 가치관이 달라도 어느정도 존중을 해줘야 한다고 물론 저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제가 말하고 싶은 것은 일부 소설에서는 현대의 독자가 읽고 현대의 독자와 소통하는데도 생명의 소중함이 너무나도 가볍게 다뤄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제 댓글을 읽어보지 않으신 것 같은데 제가 댓글에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도 살려주라고 할수는 없다고 썼습니다. 다만 일부 소설의 주인공들의 경우 개세적인 힘과 경세적인 권력을 가졌음에도 주인공 입장에서는 하루살이 같은 생명에게 자비 한 번 없이 잔인하게 참살하거나 원한을 가진 이를 피부를 벗겨내어 죽이는 인간으로서 의심 될 만큼 잔인한 일을 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러고도 작가는 그것을 변호하죠. 저는 그런 것이 변호되고 정당화 되는 것이 옳지 않다는 것입니다. 저는 정당방위를 잘못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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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Lv.86 데코몽쉘
    작성일
    10.10.22 18:03
    No. 11

    [그렇게 우리와 조금 달라도 완전히 다르지 않은 세계에서, 특히 퓨판의 경우 현대의 도덕관념을 가진 이들이 넘어가서 자기의 욕심 때문에 수백, 수천의 목숨을 죽인 것을 가지고 다르기 때문이라고 하면 모두 그것이 악이 되지 않을까요?]라고 하셨는데...

    '동질화'효과라는 것이 있죠.
    자신이 가치관을 십수년간이나 형성해온 그 세계와 가치 체계가 완전히 다른 세상에서 다른 이들이 모두 자신과는 다른 가치관을 가지고 있는데 그 상황에서 자기 주관과 자기 정신을 온전히 유지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자신이 소통하는 모든 이들이 전부 그 세계의 가치관을 가지고 있을텐데, 솔직하게 말해서 자기 주관을 끝까지 세우려다간 결국엔 미쳐버리고 말 겁니다. 그걸 견뎌내려면 스스로의 가치가 최고라고 믿으면서 더불어 그 가치관을 다른 이들에게 설득, 납득 시킬 수 있는 능력까지 있는 사람이어야 하는데, 이런 사람을 우리는 소위 '천재' 혹은 '변혁가'라고들 하지요.

    개연성 측면에서만 본다면 그 현대의 도덕 관념을 유지하는 사람들이 '초인' 혹은 '성인'이라고 부르기에 모자람 없는 정신력을 가진 것이라고 봅니다. 생각의 관점은...보는 각도에 따라 언제든 달라질 수 있죠. 우리가 생각하는 그 모든 것이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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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Lv.86 데코몽쉘
    작성일
    10.10.22 18:14
    No. 12

    욕심이라기 보다는 그 사람이 그 세계의 법칙에 적응하기 위해...
    즉, 미치지 않기 위해서 자기 합리화를 시킨 경우라고 보는 것이 다 합당할 수 있다는 말입니다. 하기야 사람 안 죽이고 어디 숨어서 잘 살아가는 소설 내용들도 있으니 어쩌면 미쳐버렸다고 판단해도 되긴 하겠군요.
    하지만 말입니다...

    굳이 이런 내용을 예로 드는 건 도덕적인 판단..네, 뭐 좋습니다. 좋은 게 좋은 거죠. 글을 쓰면서 충분한 필력이 있어서 폭력적인 내용을 쓰지 않고도 재밌게 쓸 자신이 작가에게 있다면야 그것까지 고려하는 것도 나쁜 일은 아닐 겁니다.

    그런데 뭘 어떻게 표현하던지 그 자유는 작가에게 있겠고 판단은 독자가 할 겁니다. 작가들도 스스로 주장하는 것이 있습니다.
    "우리가 어찌 쓰든 너희들이 선택해서 팔아 줄 것 아니냐"라는 거죠.
    심한 사람의 경우 도덕이 밥먹여주냐고 반문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리고 개인의 자주성과 판단력은 존중되야 하겠고 말이죠.
    판타지 소설도 심의 걸리고 매스미디어도 심의로 웬간한 건 다 걸러집니다. 그걸 거르지 않는 건 국가가 최소한 이 정도의 판단은 할 수 있어야 정상적인 인간이라고 판단하는 거겠죠. 전 그래서 이번 논제의 근본적인 원인은 '작가'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학교 교육에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얼마나 학교에서 도덕적인 교육을 제대로 못 시키면 하루의 절반을 그곳에 처박혀 있는 청소년들의 정신상태가 환상과 현실조차 제대로 구분하지 못한답니까?

    좀 제 표현도 과격해 졌는데...
    그 이규가 양 측면의 주장이 다 일리가 있는데 그걸 굳이 한담란에 글을 올린다는 건 생각이 없거나 아니면 논쟁을 일으키고 싶다거나 하는 이유뿐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해서입니다.

    결론은 공격적이거나 논쟁 일으킬 여지가 있는 한담은 안 쓰는 편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저 옆에 독자마당 가면 이런 거 쓸 곳 참 많습니다. 거기서 써줬으면 하는 바람이죠.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범과같이
    작성일
    10.10.22 18:16
    No. 13

    이사님은 참 고결하신 분 같군요;; 하지만, '인간'이란 동물이 만들어놓은 현실이란 곳은 그다지 고결하지 못합니다.

    퓨판의 경우는 Sena'Thel님이 이미 충분하게 설명해주셨고, 일반 판무로 보았을때, 물론 무차별적인 살인은 악입니다. 인간이 자식을 낳는 것과 비슷한 것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 일종의 인류의 생존본능이랄까요? 하지만, 인간에겐 간혹 그 생존본능을 뛰어넘기도 하는 파괴본능이란 것 역시 가지고 있습니다. 일부로, 칼과 피가 난무하던 중세시대로 가지 않더라도 현제에도 여전히 살인마는 존재하고 살인은 존재합니다. 물론, 그들이 옳다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진정 전쟁이란게 무엇인지 몸소 체험한 사람들이 넘쳐나는 세상에서의 사람들이라면 어떨까요? 글쓴이분이 언급하셨듯이, 웃으며 인사한 상대가 1초 후에 자신의 등에 칼을 꽂을지도 모르는 세상입니다. 특히, 보통의 판무 소설에서 많이 나오는 용병의 생활이나 무인의 생활에선 그런 경우가 더욱 잦겠지요. 그런 상황에서 과연 인간이란 동물은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글쎄요... 전 아니라고 생각되네요. 어쩌면 제가 너무 세상에 찌들었을지도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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