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님의 추천사를 읽고 주저 없이 구매했습니다. 하지만, 취향의 차이라고 하기에는 좀 어색한 다름이 있습니다. 견해의 차이일 수도 있고요.
글을 잘 쓰는 것과 무협을 잘 쓰는 것은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무협을 잘 쓰는 것은 무협이라는 장르가 가지는 매력을 듬뿍 뿜어내는 것입니다. 그것이 사람의 이야기(협)이 되었던, 무를 위주로 하는 글이 되었던 말이죠.
글을 잘 쓴다는 것은 서술자가 독자로 하여금 자신의 의도한 바를 독자도 공감하게 하는 바라고 생각합니다. 즉, 글에 몰입된다는 뜻으로도 생각할 수 있습니다.(이것은 명백히 다른 의미지만, 소설이라는 글의 틀 안에서는 비슷하게 받아들여진다고 생각합니다.)
용검전기를 읽으며, 저자의 노력이 곳곳에 보였습니다. 그리고 한번에는 아니지만, 상당히 빠른 시간에 구매한 전권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책을 읽으며 잠시 책을 내려놓고 ‘이상해!’ 하는 생각이 계속 들게 했습니다.
제가 이런 생각을 하게 된 부분은 무협편이 완성되고 판타지로 넘어가면서 확실해졌습니다.
글의 내용은 대부분이 알고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글의 내용과 전개부분에서 보면, 과거 80년대 유행했던 방식을 많이 따릅니다.
그는 절대천재라서 모든 것을 수월하게 성취한다.
이 한 문장으로 설명되는 주인공의 성취와 행로는 무협에서 가장 흔하게 사용되는 클리셰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작가는 단순히 이렇게 하지는 않습니다. 이를 위한 개연성 첨가를 시도합니다. 하지만, 왠지 그 부분이 공중에 떠있습니다. 작가는 80년대 주를 이루던 무림정복 형식의 이야기를 좀 더 개인적인 관점에서 써나가자 했으나 이야기는 이야기대로 등장인물은 등장인물대로 따로 움직였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게 된 원인은, 개인적인 생각에 판타지와 연계된다고 생각합니다.
먼저, 주인공의 카리스마와 이야기 전개를 위해 주위 인물들이 그에게 굴복하는 과정이 매우 작위적입니다. 특히 개방의 인물에 이르러서는 절정에 달합니다. 이것은 판타지 계로 넘어가면 더합니다. 이런 과정은 우리가 흔하게 대하는 판타지 성향의 글에서 흔히 나타나는 과정입니다. 판타지 글의 클리셰라고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주인공이 이렇게 하라고 했더니 이렇게 되더라 하는 부분이, 단순히 개연성의 미비라는 측면은 아닙니다. 그렇게 되어야 하는 설정을 잡기는 했습니다. 하지만 글 전체의 흐름에서는 그럴 수 있지만, 그 상황에서는 그럴 수 없다, 라는 점입니다. 이 부분은 처음 무를 익히는 부분과 마교에 들어서는 부분, 마지막 모든 일을 정리해가는 부분에서 특히 더합니다.
작가가 어디에 초점을 맞추었던 글이 재미있으면 된다고 하면 할 말이 없습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에는 제대로 이야기에 집중하지 못하고 오히려 이야기에 끌려다닌 흔적들이 많아 보인다는 것입니다.
글쓰기의 방향을 한곳으로 정하지 않고 집중하는 분야에 맞추었다면 하는 생각이 듭니다.
재미요?
글쎄요, 재미없다고 하기는 그렇고 그렇다고 재미있다고 하기에도 그렇고, 그냥, 평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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