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카마치 카즈마
작품명 : 헤비 오브젝트 1권
출판사 : 대원씨아이 NT노벨
결국, 전쟁은 사라지지 않았다.
하지만 변화는 있었다. 무의미한 살육이 담담하게 이어지는 와중에도 변화는 있었다.
초대형 병기 오브젝트.
그것이 전쟁의 모든 것을 바꾸었다.
전장에 파견유학을 온 학생 쿠엔서는 정비기지에서 기묘한 분위기를 풍기는 소녀와 마주친다. 그 소녀는 ‘엘리트’라 불렸다 ―‘오브젝트’의 파일럿으로서.
가까운 미래. 이 보잘것없는 소년은 소녀를 위해, 맨몸으로 최강의 병기 ‘오브젝트’와 맞서게 된다.
이 만남은 그 일의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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띠지에는 이런 문구가 커다랗게 적혀있습니다.
"지금, 새로운 불행이 시작된다!"
푸하하하하! 대놓고 노렸어! 대놓고 노렸다고!
하여간 '어떤 마술의 금서목록'이라는 최강(판매 누계 1천만부를 넘었으니 충분히 최강이죠) 인기작의 작가인 카마치 카즈마가 데뷔 5년차에 내 놓은 신작입니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금서목록'에서 인기 있었던 부분, 즉 카마치 카즈마의 '장기'만을 추출하여 철저하게 그 방면으로 가공한 작품이랄까요.
'초능력', '마법'의 강대한 적. 그에 비해 보잘것 없는 주인공.
그러나 지키고자 하는 한 사람의 '소녀'를 위해 분연히 일어서, 신념의 힘으로 '무능력자'의 통쾌한 역전승을 거두는 구원의 카타르시스으으으으으!
금서목록의 주인공 카미조 토우마가 보여주던 그 '맛'의 에센스를 뽑아온 것이지요.
'국제 연합'이 해체되고 각기의 이념에 따라 제각기 선택한 '세력'에 속한 다양한 국가들의 연합이 지도를 마치 스테인드글라스처럼 수놓은 근미래.
전장의 주역은 모든 첨단기술이 총동원된, 최소 50미터를 넘는 초거대 살육기계 '오브젝트'.
기존의 전투기, 전차 등 모든 병기를 무용화할 수 있는 과도한 무장뿐만 아니라 상황에 따라서 핵무기의 직격도 견뎌낼 수 있는 강대한 장갑으로 둘러싸인 초거대 병기가 전쟁의 주역이 된 시대.
"전장의 주역은 오브젝트다. 일반 병사에게는 가치가 없다."라는 말까지 있을 정도로 철저하게 오브젝트 중심으로 돌아가는 이 전장에서, 오브젝트 설계사를 목표로 전장에 '파견유학'을 나온 '학생'이자 공병인 쿠엔서와, '귀족'출신의 소년병 '헤이비어'가 이 책의 주인공입니다.
오로지 오브젝트에 의지한체, 아군의 오브젝트가 격추되면 바로 백기를 드는 그런 전장. '오브젝트'에 의지하여 최전방의 군인마저 평화에 찌들어버린 그런 시대.
허나, 아군의 오브젝트가 격추된 뒤, 적이 '백기' 신호를 무시하고 학살을 감행하자 주변은 아수라장으로 변합니다.
그 가운데서도 쿠엔서는 오브젝트에서 탈출한 파일럿- 철저한 선발 과정과 '최대의 장벽은 인권'이라는 말이 있을정도의 가혹한 훈련끝에 탄생하는 '엘리트'. 단순히 '몇 번의 인사를 나눈 정도'의 안면밖에 없는 그 소녀를 구하기 위해 오브젝트의 빔포가 작렬하는 전장을 향해 헤이비어와 함께 뛰어듭니다.
그야말로 '금서목록'을 카피한 듯한 물건입니다만, 차이점은 꽤나 많습니다. 일단 금서목록에 비해 사람들이 쉽게 쉽게 죽어나가요. 물론 주조연들이 바퀴벌레처럼 끈질긴건 똑같은데, 일단 '전장'이 배경이니 만큼 이름 없는 엑스트라 병사는 우수수 쓸려 나가고, 주인공도 첫 전투 이후에는 민간인 피해에는 민감해도 적병을 사살하는데 주저한다거나 하는 경우는 없습니다.
또한, 인간 vs 인간의 전투가 아닌, 인간 vs 초거대 병기라는 물리적 한계가 있느니만큼, 주인공의 '신념'보다는 '머리 돌리기'에 가까운 싸움이 펼쳐집니다. 어떻게든 적의 약점을 파악해서 주워진 자원(공병이니만큼 주로 '폭탄')을 이용해 한방으로 일발 역전을 노리는것이지요.
1권에는 아군측 오브젝트(히로인인 '공주님' 미란다가 탑승하는 '베이비 메그넘' 포함)을 제외하고, 총 3대의 적 오브젝트가 등장하며, 3장으로 구성된 에피소드에서 각기 '보스'격으로 이를 처치하는 임무가 내려집니다.
1장에서 지혜와 운의 힘으로, 맨몸으로 오브젝트를 때려잡는다는 '불가능의 위업'을 달성한 뒤 받은 훈장에 만족하며 "이제 전장에 안나가도 되겠지!"라고 기뻐하는 둘을 단숨에 "너희같은 유능자원을 놀게 할수는없지!"라며 가볍게 다음 전장으로 뻥- 차버리는 전개가 그야말로 가차없는 "불행하게 구르는 주인공" 취급이라 정말 웃겼습니다.
위에 언급한 것 처럼 대체적으로 분위기는 상당히 호쾌하고 가볍습니다. '금서목록'에서 진지해지는 부분은 꽤나 무겁고 각 인물의 내면을 깊게 파고드는 면이 있습니다만, '헤비 오브젝트'는 어쨌거나 달리는 전개에 가까워요. "위험에 빠진 소녀를 구한다!"라는 파트도 실질적으로는 미란다를 구출하는 1장 뿐이고, 그 이후에는 "임무가 주어졌으니 한다!"와 "우리밖에 할 사람이 없으니 한다!"라는 진행.
그런 의미에서 주인공 콤비의 언행도 상당히 가볍고 거침없습니다. 쿠엔서에게도 '둔감'속성이 달리긴 했습니다만, 그다지 미란다와의 러브파트가 강조되지도 않기 때문에 거슬릴 정도도 아니고.
"또 저 괴물같은 오브젝트와 싸우란거냐!"라고 울부짖으면서도 "어쩔수 없지!"라며 이를 갈며 최선의 길로 거침없이 돌진하는 모습은 상당히 시원시원한 액션 소설의 느낌을 줍니다.
그런 만큼, 후반에 나온 전개는 상당히 의외. 단순히 '맨몸으로 초거대 병기에 맞서는 영웅물'로서 읽어나가다가 그 '영웅'의 의의가 '전쟁'이라는 거대 국면에 얽혀 비틀어지는 부분은 상당히 주목할만한 관점이었어요. 뭐, 결국 그부분마저 시원하게 뚫어버리긴 했지만.
하여간 여러모로 마음에 든 책. 묵직함은 없고, 설정도 왠지 대강대강 한 듯 머리에 안들어오고, 진행면에도 태클걸 부분을 찾자면 많지만, 시원시원한 전개 자체만으로도 상당히 좋았습니다. 개그도 마음에 들고.
개인적으로 이거 게임으로 나왔으면 좋겠어요. 초거대 병기가 날뛰는 전장을 이리저리 누비며 그것을 무력화시키는 공병&총병 콤비! 뭔가 '완다와 거상'같은 느낌으로 나오면 상당히 재밌을 것 같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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