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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Lv.29 스톤부르크
작성
11.06.30 21:06
조회
1,890

작가명 : 사쿠라바 카즈키

작품명 : 사탕과자 탄환은 꿰뚫지 못해 - A Lollypop or A Bullet

출판사 : 대원씨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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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 따위는 되고 싶지 않았다.

거만한데다 제멋대로인 구실을 내세워서 시답지 않은 변명을 되풀이한다.

그리고 속이 뻔히 들여다보이는 싸구려 논리로 아이들을 구워삶으려 한다.

그렇지만 얼른 어른이 되고 싶었다.

나는 너무도 약하고 비참해서 싸울 수단을 가지고 있지 못했다.

이대로 가다가는 이 작은 마을에서 질식해 죽을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실탄이 필요했다.

갈 곳은 아무데도 없었지만 어디론가 도망치고 싶었다.

그런 열세 살 두 소녀가 만났다.

야마다 나기사-외딴 시골에 살고 있으며 빨리 졸업해서 사회로 나가고 싶어 하는 현실주의자.

우미노 모쿠즈-자신을 인어라고 우기는 약간 불가사의한 전학생 여자 아이.

두 사람은 대화를 나누고 같은 공기를 호흡하며 함께 생각했다.

모든 것은 살기 위해서, 살아남기 위해서.

이 책은 그런 두 사람의 작디작은 이야기.

---------------------------

라이트노벨 [GOSICK] 시리즈로 후지미 미스테리 문고의 인기작가가 된 사쿠라바 카즈키가, 어느날 갑자기 '머리 한구석에 떠오른 이야기'를 그저 쓰고 싶어서 써내려간 이야기.

그걸 일단 담당자에게 보내니, 기존의 작품과는 상당히 다르고, 라이트노벨이라고 보기에도 어려운 이 책이 어떻게 어떻게 출간되었고, 입소문을 타고 유명해 진 뒤, 이 책을 읽고 연락을 준 다른 일반계 출판사에서 '소녀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직업', '청년을 위한 독서클럽' 같은걸 냈고, 이윽고 '아카쿠치바 전설'로 높은 평가를 받은 뒤, '내 남자'로 마침내 일본의 대중문학 최고 권위 상이라는 나오키상을 수상합니다.

한마디로 그냥 저냥 이름있던 라이트노벨 작가를, 일본 대중문학계의 스타 반열에 올린 계기가 된 작품입니다. 사쿠라바 아줌마 정말 대단해.

개인적으로 'GOSICK'은 그럭저럭 재밌게 읽긴 했지만 구독을 중단했던고로, '라이트노벨 작가'가 아닌 '일반 작가' 사쿠라바 카즈키를 알게 된 것은 그다지 오래되지 않았습니다. 그 전부터 얘기는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지만 직접 읽어 본 것은 몇달 전에 구입한 '청년을 위한 독서클럽'이 최초였지요.

그런데 이게 정말 독기발랄 쩌는 유쾌하고도 사랑스러운 소설이었기에, 또다른 책인 '소녀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직업'을 구입.

비참한 환경에 놓인 사춘기 소녀들의 우울하면서도 가슴에 날카롭게 스며드는 심리묘사와 애틋하면서도 사랑스러운 그 작풍에 그야말로 녹아나는 듯한 심정을 느꼈었지요.

그리고, 마침내 '지금의 사쿠라바 카즈키'의 계기가 된 이 작품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

이 책의 도입부는 10월 초, '우미노 모쿠즈'의 토막살인시체가 발견되었다는 신문기사입니다.

그리고 이야기는 이윽고, 9월 2학기 첫날, 우미노 모쿠즈가 주인공이자 화자인 야마다 나기사의 학급에 전학을 오는 장면으로 돌아갑니다.

처음부터 예정된 파멸. 동해를 접한 톳토리현의 작은 어촌마을. 마을이 낳은 최고의 유명인이자 한때의 스타였던 가수가 돌아오며 대려온 아름다운 딸.

전학 첫날, 아이들의 앞에서 "나는 인어입니다."라고 선언하는 이 아이의 이름은 우미노 모쿠즈. 일본어로 '바다의 쓰래기'.

그리고 그런 그녀의 기괴한 행동에 유일하게 별다른 관심을 가지지 않는 소녀. 야마다 나기사.

몇 달 전, 인생을 살아가는데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것 외에는 그 어떤것에도 관심을 두지 않기로 결정한 아이.

아버지를 여의고, 어머니, 히키코모리 오빠와 함께 살며 어떻게든 사회로 나가 실질적인 힘-'실탄'을 손에 넣고 싶어하는 한 소녀와,

호화로운 껍질 속에 감춰진 태생적인 불행속에서 자기보존을 위해 할 수 있는 것이라곤 '사탕과자'처럼 헛된 거짓말을 주변을 향해 쏴대는 것 밖에 할 수 없는 소녀.

13살의 여자아이. 너무나도 약한 존재.

***

'소녀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직업'의 바로 전신격인 작품이라, 기반적인 분위기/감성은 상당히 비슷합니다. 평범한 불행에 허덕이는 주인공과 아름다운 포장속에 비참한 불행에 빠져있는 아름답고 기묘한 소녀의 만남. 부딪히기도 하고 튕기기도 하다가 마침내 서로의 처지에 공감하게 되는 둘. 하지만 닥쳐오는 세상, 자기본위적인 어른들의 위협과, 그로 인한 피할 수 없는 파멸의 운명.

하지만 일단 라이트노벨 문고에서 나온 작품이라 그런지, '소녀에게는~'보다는 조금 환상적인 묘사와, 좀 더 부각된 캐릭터성이 나타납니다.

어느쪽이 더 마음에 드냐?라고 묻는다면 "둘 다 좋아 죽겠다!"라고 말할 수 밖에 없습니다.

***

띠지에서는 '청춘 암흑 미스터리'라고 선전하고 있고, 실제로 '트릭'이 쓰이는 장면도 있습니다만, 스토리적으로 딱히 '미스터리'는 아닙니다. 그런 분위기가 깔린 소녀적 암흑 소설이라 보시면 되요.

***

이 책을 읽으며 드는 본질적인 감정이라면 '공감'과 '연민'이겠지요. 빈곤과 자신의 나약함 속에서 힘을 바라는 바지란한 여자아이의 심리. 철저하게 현실적이 되고자 노력하지만, 모쿠즈가 가진 너무나도 위태로운 '신비'의 매력에 점차 그녀를 바라보게 되는 심리.

그리고, '증오'와 '애정'을 구분하지 못하는, 나기사에 대한 모쿠즈의 성실하다고도 할 수 있는 접촉 행위.

처음에는 '비뚤어지고 신비한 아이'로만 보이던 모쿠즈의 사정이 들어날수록, 그녀의 행동의 면면이 어떤 마음에서 발하는 것인지 이해하게 될 수록, 마음속 깊은 곳에서 모쿠즈에 대한 연민이 쌓여갑니다. 그녀의 기묘하고도 칙칙한 매력에 사로잡힙니다.

그것은 이미 첫 장에 예고된 파멸에 의해 극대화 되고, 나기사의 불안이 고조되고, 나기사가 모쿠즈를 제대로 바라볼 수 있게 됨에 따라, 어느덧 독자는 나기사와 함께 모쿠즈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

어떤 사람이 말하길 "사쿠라바 카즈키는 이렇게 훌륭한 필력을 가졌는데도, 라이트노벨을 쓸때는 대강대강 쓴 것 같아서 왠지 화가 난다."라는 감상을 말한 분이 있었는데, 확실히 그건 공감합니다.

'GOSICK'에서는 클라이막스가 한창 고조될때나 뿜어져 나왔을 문장력이, 이 책에는 아예 전체를 도배하고 있습니다.

만약 이 책에서 '인상적인 문장'을 발췌하고자 한다면, 전 여기에 '사탕과자 탄환은 꿰뚫지 못해.txt' 파일을 업로드해야 겠지요. 이런 말을 할 정도로 비유 하나하나, 문장 하나하나가 어떨때는 차갑고 섬뜻하게, 어떨때는 애틋하고 따뜻하게 가슴에 스며듭니다.

배경인 톳토리 현 어촌 마을에 대한 묘사. 히키코모리 오빠에 대한 서술. 모쿠즈의 행동과 발언 하나하나. '학급'의 묘사. 주변 인물들의 행동. 자신과 모쿠즈에 대한 나기사의 독백과, 절박함, 삼실감에 대한 묘사. 문장 하나하나가 의미를 가지고 유기적으로 가슴을 조여옵니다.

이런게 바로 '문장력'이라는 건가. 하는 것을 세삼스럽게 느낄정도로, 아름다우면서도 서글프고, 날카로우면서도 어딘가 익살맞은 감성적인 문체.

***

이 이야기는 '성장담'을 담고 있습니다만, 야마다 나기사는 모쿠즈와의 짧은 만남에서 무엇을 얻었을까요.

자기가 가지고 있던 '불행'의 진정한 의미에 대한 자각. 세상의 위협에 대한 편견이 아닌 현실적인 납득. 그리고 주변과 접촉하고 변화함으로 인한 물질적인 의미에서의 '성장'.

"살아남은 아이만 어른이 된다"는 문장의 의미. 사탕과자 탄환밖에 가지지 못했기에 쓸쓸하게 스러져 버린 아이를 언제까지나 가슴에 담고, 앞으로 나기사는 어떤 목표로 인생을 살아가게 될까 하는 생각을 하면 가슴 한켠이 아련해집니다.

그 결과물로서 제시된 '선생님'의 발언. 울면서 쏟아낸 말.

"나는 어른이 되면 교사가 되어 슈퍼맨이 될 생각이었으니까."

이 말이 제가 한때 했던 생각과 겹쳐져, 무언가 또 감상적이 되어버렸습니다.

개그를 섞어 말한다면 오랜만에 흑화할 것 같군요. 우왕.

***

이때까지 사쿠라바 카즈키의 일반 소설을 3권 읽었지만 개인적으로 전부 10점 만점에 10점을 줘도 모자랄 판. 이정도로 취향 직격에 객관적인 질도 뛰어나면서도 철저하게 '재밌는' 소설을 쓰는 작가가 있다니 하는 생각이 들 정도에요.

일단 차곡차곡 읽어나간다면 다음은 '아카쿠치바 전설'입니다. 나오키상 수상작인 '내 남자'는 정작 평이 워낙 갈리는 물건이기에 읽을 용기가 잘 안나지만;;

그런데, 이런 '일반 시장에서의 성공'을 거둔 이후에, 최근 오랜만에 집필한 'GOSICK'의 완결편은 어떤 물건일지도 살짝 궁금해지기도 하네요.

***

그나저나 소녀에게~도 그렇고 사탕과자~ 도 그렇고, 결국 '도피끝에 파멸하는 소녀'를 다루고 있는데도 이게 하도 매력적으로 그려지는 터라..

이러다 졸지에 불행 모에에 눈 뜰 듯 ㄱ-;;

***

묘하게 인용된 잡지식에 오류가 많은 느낌. 그야말로 '들리는대로 적당히 썼다'에 가까운 것일까요, 아니면 의도적인 조작일까요.

그나저나 일본 자위대는 바로 연고지 근무가 가능한건가? 하는 의문이 들기도 했고.

***

일본에서는 일단 라이트노벨 브랜드에서 한 번 출간 된 뒤, 다시 단행본으로 재출간되었습니다. 한국에 들어온 것은 재출간 된 하드커버 버젼. 일러스트는 삭제되었지요. 덕분에 가격도 올랐고(...).

원판의 일러스트는 전형적인 선이 가는 순정풍 일러스트더군요. 그다지 일러 자체의 가치는 없어보이니, 단행본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럽습니다.

그나저나 이거 맨 뒤에 멀쩡히 NT노벨 광고가 실려있는데, NT노벨이야 일반소설이야?(...)


Comment ' 3

  • 작성자
    Lv.3 백화어충
    작성일
    11.07.02 12:21
    No. 1

    거의 감상평이 아니라 광고수준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9 스톤부르크
    작성일
    11.07.02 16:15
    No. 2

    백화이충님//제 감상글 목적은 "내 감상글을 읽은 사람이 이 작품에 흥미를 가지고 접해볼 수 있도록"이니, 사실상 광고라고 해도 다름없습니다 'ㅅ' 길길길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하늘우편사
    작성일
    11.07.07 15:33
    No. 3

    광고 수준이라도 이 정도로 다른 이들에게 흥미를 유발시키는 감상평은 좋은 하나의 방법이라고 봅니다. 솔직히 이건 저래서 저렇다 저건 저래서 저렇다라는것도 알고보면 자기 내면의 사상하고 어긋나거나 동조하기때문이지 않을까요? 결국, 글이란 자신의 생각과 얼마나 많은 부분이 동조하고 흥미를 유발시켜서 즐겁게 읽었느냐 아니냐에 따라 호평이 나오고 불평이 나오죠. 전 셀민님의 감상평 보고 고식은 솔직히 모르겠습니다. 그냥 들어는 봤고, 일러도 한번 본 것뿐 하지만 이 책은 읽어보고 싶은 생각이 듭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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