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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

추천에 관련된 감상을 쓰는 곳입니다.



작성자
約鮮
작성
07.08.30 03:00
조회
2,612

작가명 : EarlGrey

작품명 : 열세번째 제자

출판사 : 자유연재란 中 무협란

낭중지추라는 말이 있어요. 뭐 주머니속의 송곳은 저절로 삐져나온다는 말로 빼어난 것은 스스로 드러난다는 말이죠. 이번에 추천할 [열세번째 제자]를 보면서 내내 떠오른 말은 바로 이 낭중지추입니다.

평소 감상문을 쓸 때 음식이야기에 빗대는 것을 좋아했는데, 이번에도 그렇게 해보겠어요. 물론 지금 이 야밤에 배가 너무너무 고파서 이기도 해요. ^^

음식의 종류와 먹는 장소, 그리고 언제 누구와 먹느냐에 따라서 그 만족과 느낌은 천차만별일꺼에요. 대식가인 저에게는 어떤 음식이라도 대부분 없어서 못먹을 정도이지만, 때때로 이건 좀 심하다고 느낄 때도 있고, 어떨때는 정신없이 먹느라 혓바닥을 같이 씹어먹을 때도 있어요.

특히 해안지방이 고향인 저에게는 회라는 음식은 너무나 간절한 음식이에요. 내 고향 남쪽바다에서는 회를 시키면 서울처럼 돈까스나 부추전이 쓰끼다시(주문할때 나오는 서비스반찬)로 나오지 않아요. 단지 기다리는 동안 정말 입이 심심해할까봐 주는 삶은 메추리알과 오이나 당근조각 혹은 삶은 땅콩이 고작이에요. 그리고 주로 먹는 회도 항생제를 듬뿍 먹고자란 양식광어나 우럭이 아닌 제철에 맞는 자연산 잡어들이 많아요. 물론 살짝 얼린 소주한잔과 함께 먹는 그 회 맛은 표현불가 바로 그자체에요.

그런데 나중에 서울에서 회를 처음 먹으러 갔을 때는 돈까스와 부추전 그리고 스파게티(응?) 등에 신기해하면서도 왠 떡이냐 하면서 맛나게 먹었거든요. 대식가였으니까요. 정작 마지막에 나온 항생제를 고이 잡수신 광어와 우럭의 탄력없는 회를 맛보고는 앞서 먹었던 느끼한 쓰끼다시 때문에 그 맛을 제대로 평가할 수도 없었던 것은 당연한 일이겠죠.

이렇게 두세번 가고나서는 정작 회를 먹고 싶지는 않았어요. 서울에서는 말이죠. 그러면서도 내 고향 남쪽바다에서 나오는 바다내음 가득한 본토박이 회가 항상 머리 속에서, 또 혀끝에서 맴돌기만 했었어요.

눈치채셨겠지만 오늘 소개하는 [열세번째 제자]를 보면서 든 느낌을 표현하기 위해, 되지도 않은 회 이야기를 주절주절 꺼내보았어요.

그동안 몇몇 무협들이 초반부부터 독자들에게 강렬한 어필을 하기 위해 뻔하거나 무리한 전개를 내세울 때가 간혹 있었어요. 마치 횟집에서 돈까스를 터억하니 내놓는 것 처럼요. 어쩌면 유행이라고도 할수도 있고 생존전략이라고도 할 수 있겠지만, 때로는 질릴 때도 있거든요. 그보다 훨씬 중요한 것은 맛있고 재료의 참맛에 충실한 정직하고 기본을 갖춘 음식이라면 [맛있는TV]에서 소개하지 않아도, 가게앞에 큰 간판을 달지 않아도, 저절로 손님들에게 알려지기 마련 아닐까요. 또한 이런 누구나 상식으로 알 정도로 기본을 지키는 것이 더욱 어려운 법이기도 하구요. 바로 낭중지추의 고사성어가 바로 여기에 해당되는 말이겠지요.

[열세번째 제자]의 도입부분을 보면서 이런 점 때문에 감탄을 할 수밖에 없었어요. 간결하게 보이는 문장사이마다 함축되고 고의로 생략된 많은 이야기들을 보면서 감히 작가의 내공을 짐작할수 있었거든요. 마치 바다내음이 물씬 느껴지는 자연산 잡어회가 나오기전에 주는 메추리알을 보면서 허접하다고 생각하기는 커녕, 제대로 된 회를 먹으라는 주인장의 배려를 느끼면서 가슴이 두근두근해지는 것처럼요.

거기에다 마치 주인이 잡어하나하나를 슬쩍슬쩍 썰어서 주고 또 하나하나씩 받아먹으면서 바다의 맛을 음미하듯이, [열세번째 제자]에서 작가는 새롭고 산뜻한 이야기를 슬쩍슬쩍 던져주고 있어요. 거기에 은은하게 무협의 본원적 향취를 덧씌우고 있다고 느끼는 것은 저혼자만의 착각일까요? 투박하기도 하고 또 어찌보면 간결한 문장에서 숙련된 요리사의 능숙한 칼질을 느낄 수 있는 것도 흥감이구요.

어때요. 이만하면 한번 그 맛이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자연란의 낭중지추인 EarlGrey님의 [열세번째 제자]를 읽어보셨으면 하고 권해드립니다.

좋은 글로 마무리되기를 바랍니다.

참, 줄거리에 대한 것은 일부러 밝히지 않았어요. 추천의 의도도 있지만, 어디까지나 감상이 주목적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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