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흑로
작품명 : 북해일도 1권
출판사 : 뿔미디어
다 큰 남자가 서점에서 울었다.
쪽팔렸지만 뭐 아무도 못봤으니 상관없다. -_-
그보다는 이런 소설을 발견한 행운에 감사한다.
5시에 일을 마치고 잠시 서점에 갔다.
북해일도 1권이 있길래, 뭔 내용인가 잠시 훑어보기로 했다.
처음에 왠 불구 한넘이 나오더니
얼라한테 삥뜯기고 난리도 아니다.
이뭐병..;; 이러다가 그만 보려는데, 분위기가 묘한거다.
그래서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하다가
자리잡고 다 보게 되었다. -_-;
북해일도 전체의 주인공은 유소락이다.
그러나 1권의 주인공은 그에게 성을 준 유한추다.
시작부터 몇몇 토막이야기를 교차시켜서
흥미를 유발시킨다. 그리고 묘한 복수극이 시작된다.
미리니름은 재미없으니 구체적인 건 넘어가자....
유한추는 정말 무진장 불행한 남자다.
어려서는 난데없이 고아의 처지가 되어 고생했고,
겨우 행복을 찾았으나 오래 가지 못했다.
게다가 그 행복한 삶을 부순 것은 자기 친아버지였고,
원망의 말조차 못한 채 아버지가 짊어진 한을 이어받아야 했다.
그는 자기의 모든 것을 걸었다.
젊음을, 재능을, 노력을, 시간을, 생명을, 그리고 사랑조차도...
모든 걸 걸었고 모든 걸 버려서 해야 할 일을 완수하는 사나이였다.
그리고 할 일이 끝났을 때,
스스로가 한 일을 책임질 줄 아는 대장부였다.
이런 '남자'의 삶을 보고 어찌 감탄하지 않을 수가 있단 말인가.
그가 죽을 곳을 찾아 사매에게 간 것이
단지 속죄만을 위한 것은 아닐 것이다.
비록 곁에 머물지 못하고
스스로 죄인을 칭하며 뇌옥에 몸을 두었지만,
그의 마음이 달리 어디에 머물렀겠는가.
유한추의 삶에서 진정 행복했던 단 10년..
그 돌아갈 수 없는 세월 속에 가장 빛나는 존재.
죽을 때가 되어 돌이켜 볼 때
내 삶에도 아픔만 있었던 것은 아니라며
몰래 떠올리고 웃을 수 있는 가장 사랑했던 이..
그런 그녀의 곁에, 유한추의 마음은 머물렀을 것이다.
눈이 멀고 귀도 멀어 죽음과 대면했을 때에야
비로소 유한추는 그녀와의 추억을 되새긴다.
마지막의 마지막에 와서야 그 소중한 기억을 꺼내들고,
그때문에 행복했음을 알리려 애쓰면서,
필사적으로 사매를 생각하며..
그리고 비록 볼 수 없고 들을 수 없지만
자기 손을 잡아준 이가 바로 그녀라는 것을 알고,
유한추는 어떤 감정을 느꼈을까.
그 순간의 그 감회를 나는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다.
한 남자가
불운한 생을 끝끝내 이겨내고
해야 할 일을 모두 해낸 후
마침내 삶의 끝자락에 서서
마음 속에 두었던 이의 손을 잡고
세상을 떠나는 그 마음을,
나는 한 조각밖에 느낄 수 없었지만
그것만으로도 눈물이 흘렀다.
북해일도는 앞으로 갈 길이 먼 작품일 것이다.
그러나, 이 한권만으로도 커다란 감동을 전해준다.
단편으로 나왔어도 충분할 정도의 구성이 아닌가..
그리고 유한추가 수렁에서 끌어올려
정을 주고, 힘을 주고, 성을 주고, 마음을 준...
그의 모든 것을 이어받을 유소락이 있다.
한때는 뒷골목의 쓰레기인 '소락'이었으나 이제는 '유소락'이다.
이제부터 그가 어떤 이야기를 풀어낼런지 너무나 기대된다.
앞으로도 이런 기세를 유지하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http://blog.naver.com/serpent/110020921214
Comment '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