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김현우
작품명 : 레드 데스티니
출판사 : 파피루스
조금씩 매듭이 지어진 9권이었습니다. 레닐이 공작가로 돌아오고 아버지와 화해하고 국왕군을 격퇴하고 제국이 침략하고...
다른 부분이야 별 불만 없지만, 레닐과 그의 아버지 루이단트 공작이 화해하는 과정이 좀 불만스러웠습니다.
레닐은 루이단트 공작과 공작가문에 대해 쭉 나쁜 감정이 있었습니다. 루이단트 공작은 레닐에게 제대로 아버지로서의 따뜻한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고, 케라닌이라는 계모는 계속 죽이려고 하고, 마지막에는 정략혼인의 대상으로 팔아넘겨졌으니, 당연한 일이죠.
9권 초반에는 그런 앙금과 대립이 나타나서 이제 어떻게 될까 하고 기대했는데 아주 허무하게 해결이 났습니다. 사과하고, 땡.
뭐야, 미안하다고 하면 되는 거야? 해준 건 하나도 없고, 죽을 위기에 처한 걸 방치해놓고, 이익을 위해서 팔아놓고, 사과 한 번 하니까 만사 오케이?
루이단트 공작도 그렇지만 그에 대한 레닐의 반응도 별로였습니다. 후반부에 국왕이 된 루이단트 공작이 무슨 후작에 대한 견제를 부탁하는 부분에서는 좀 어이가 없었고요. 화해했으니까 부탁해도 되겠지 하는 루이단트 국왕이나 또 그걸 가족이니까 하며 받아준 레닐이나...
잠깐, 그럼 케라닌 계모는 어떻게 되는 겁니까. 이대로 어물쩍 넘어가는 건지. 나중에 복수할 기회를 잡아도 미안하다 어쩌구 브린 저쩌구 하며 유야무야 될 가능성도 상당해 보입니다.
이런 장면을 보면 하나같이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후련하지가 않아요. 임준욱님의 농풍답정록에서 계모를 용서하는 장면이나 이그니시스님의 리셋 라이프에서 아버지 및 형과 화해하는 장면 등에서도 그랬습니다.
감정이입이 되서인지 책 읽는 몇십 분 동안에 주인공의 감정 변화에 따라가지 못하는 것도 있지만, 진정성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라 그런 것도 있습니다. 주인공이 유리한 위치에 있고 상대방은 아쉬운 처지에 있는 상황에서 주인공에게 과거의 잘못을 사과한다고 해봤자 별로 진심에서 나온 소리같지는 않거든요. 그냥 자기 편한대로 쉽게쉽게 나온 소리 같습니다.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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