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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Lv.43 만월(滿月)
작성
10.01.08 19:37
조회
2,900

작가명 : 강승환

작품명 : 전생기

출판사 : 로큼미디어

- 너희는 나의 노예가 되기를 원하지만 나는 너희의 주인이 되기를 원치 않노라! 내가 왕이 되는 것은 운명의 노예가 된다는 것! 나는 다만 내 운명의 주인이 되기를 원할 뿐이다.

재생 연재본이 전생기란 이름으로 3권짜리 책으로 나왔습니다. 여러가지 말이 많았지만 제 느낌은 제목 그대로 입니다. 삼두표월드의 뼈이자 팬서비스라고 말이죠. 이 책은 애초에 인터넷에 연재된 이야기를 뼈대로 수정할 부분은 수정하고 뜯어낼 부분은 뜯어내고 새로운 살을 붙인 이야기 입니다. 재생, 신왕기, 열왕대전기의 세계관을 매끄럽게 이어줄 끈, 재정립이 필요했고 거기에다 이 이야기를 계속 보아온 독자들에 대한 팬서비스란 생각이 강하게 듭니다.

흔히 장르소설을 읽을 때 암묵적인 룰이 있습니다. 주인공이 큰 힘을 얻고 자신을 억압하는 기존의 세력이나 부조리를 깨부수는 호쾌한 내용이 전개 될 것이란 기대 말입니다. 일부에선 이러니 장르가 발전이 없다고 비아냥거리기도 하지만 이런 대리만족을 주는 이야기가 없으면 안 팔립니다. '나는 즐길 거리가 필요해.'라고 독자들은 말하고 있고 거기에 맞춰서 작가는 이야기를 풀고 있으니까요. 더 큰 주제를 가지고 이야기를 하면 좋지만 그 주제보다는 일단 대리만족이 우선이니 말입니다. 대리만족을 주면서도 뭔가 생각할 거리를 던져 준다면 그런 작품이 명작이고 대작 소리를 듣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 전생기에선 그런 대리만족을 할 이야기가 거의 나오지 않습니다. 물론 파천황적인 힘으로 주인공이 세상을 뒤엎는 장면이 나오지만 그 장면을 보고 독자들이 호쾌하다거나 장쾌하다는 느낌을 받진 않습니다. 이 이야기에서 주인공이 세상을 뒤엎는 장면은 그런 호쾌함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향한 절규이기 때문입니다.

초생에선 정을 받지 못해 세상을 피로 뒤덮었고 재생에서 자신의 가문을 무너뜨릴 때는 자신의 부모, 특히 어머니를 지키지 못했다는 울분이 있었습니다. 전사인 칼리일 때는 자신의 연인을 제대로 지키지 못한 비분이 깔려 있었죠. 자신에게 깝죽거리는 적을 징벌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일부 혹은 전부를 잃고 세상을 때려 부수기에 그런 장면이 아무리 스케일이 커도 통쾌함을 느끼게 하지 못하게 합니다.

이 전생기는 지금 시장에 나온 대리만족적인 이야기와는 달리 '자유'라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사람이 진정으로 자유로울 수 있는가 하고 묻고 있는 것이죠. 이 글에서 자하르의 동료는 자하르를 부러워 합니다. 자신들은 자신의 나라, 지위, 규율, 가족 등으로 부터 속박되어 있는데 자하르는 그런 속박으로 부터 자유로워 보이기 때문입니다. 자신이 내키는대로 행동하고 누구에게도 구속받지 않는 모습에 다른 등장인물들은 자하르를 부러워 합니다.

하지만 그 자하르조차도 섭리와 운명으로부터 자유롭진 못했습니다. 초생과 재생 등의 과정이 섭리가 깔아 놓은 레일 위의 길이었기 때문입니다. 흡혈왕의 기억과 재생에서의 대마법사의 기억 등, 모든 기억을 되찾은 칼리가 한 말이 '이게 뭐야!'입니다. 진정 자유롭게 살아왔다고 생각해 왔는데 부처님 손바닥 안의 손오공처럼 그 손바닥 안에서의 자유만 누린 셈이었기 때문입니다.

결국 칼리는 그 섭리의 안배를 벗어나는 듯한 모습을 보이지만 그 역시 섭리의 안배일지 운명의 예정인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그 과정에서 책의 이야기가 끝이 나니 말입니다.

서대륙의 이야기와 자하르와 주변 인물들이 계속 전생한다는 이야기 등 지금 연재되고 있는 열왕대전기와 비교를 하게 만듭니다. 전생기에 나온 이글스, 힐테른, 예나, 사이어른, 소리타, 세린느, 트리시, 스바타와 스바사 등의 인물들이 열왕에선 어떤 인물일지 생각해보는 것도 독자들의 재미이기도 하고 말입니다.

지금까지 나온 삼두표님의 글 중에서 이 전생기가 주제의식은 제일 깊었다고 생각합니다. 길고 긴 이야기를 군살은 하나도 없이 뼈채로 드러내었고 작가님의 본 모습, 내면을 가장 잘 드러내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세상의 속박에서 자유롭고자 하는 모습, 운명의 간섭조차 거부하는 모습 등 모든 속박으로 부터 자유롭고자 하는 것을 계속하여 드러내고 있습니다.

읽다 보니 삼두표님의 이야기에 나오는 대표적인 코드가 희미하게 나마 보이는 것 같기도 하고 말입니다. 자유와 부정(父情), 광기와 같은 모습 말입니다. 재생, 신왕기, 신마강림, 열왕대전기의 인물들은 자유로워 보입니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 사슬에선 자유롭지 않죠. 자신의 힘을 드러내고 세상을 향해 일갈하지만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속박을 받는다는 느낌이 들곤 합니다.

자하르는 부정을 느끼지 못해 모친의 사랑을 갈구했고 신마강림의 양인명은 남궁유룡과 혼재된 자아속에서도 부친의 정에 번민하는 모습을 보여 주었습니다. 열왕대전기의 카르마는 황제에게서 부정을 느꼈지만 결국 배신 당하고 말죠. 그런 부정을 갈구하는 모습이 삼두표 월드의 다른 교집합이라 생각합니다.

광기는 여러작품에서 곳곳에서 보입니다. 사람의 야성을 그대로 드러내는 강렬함은 곳곳에서 보이지만 그런 모습이 가장 잘 드러난 장면이 신마강림의 당문의 비사가 아니었나 합니다. 패륜과 증오등 인간의 원초적인 강렬함을 잘보여 주었으니 말입니다.

이런 요소들이 이 전생기에서 더 두드러지게 나타났다고 생각합니다. 자유란 주제를 붙잡고 이야기를 풀어가면서 광기나 부정, 자유에 대해서도 끊임없이 말을 거는 듯한 느낌이 들었으니 말입니다. 그냥 대리만족 대신 이 자유에 대해 이야기를 풀고 갔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전생기는 자유에 대한 작가의 생각을 풀어 썼다는 생각이 드니 말입니다.

대리만족이 아닌 자유에 대한 주제를 붙잡고 이야기하고 박스본으로 책을 내는 등 이 이야기는 삼두표월드의 골수독자들을 위한 팬서비스가 아닌가 합니다. 자신이 하고픈 이야기를 압축적으로 하면서도 그 이야기를 지겹다고 생각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일 독자들을 위해 내 놓을 글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Comment ' 5

  • 작성자
    Lv.65 케이크
    작성일
    10.01.08 20:29
    No. 1

    좋은 글 봤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4 극성무진
    작성일
    10.01.08 21:08
    No. 2

    전생기를 읽으면서
    마지막에 느낀것이 자하르는 비록 운명 즉 전생기에서는
    섭리(이 섭리, 우주의 시스템은 사실상 삼두표님 세계관에서 신이라는
    존재보다 상위 개념이지요)순응하는 것을 거부 하고 섭리가 안배한
    길 대로 나아가는 것을 거부하기는 합니다

    하지만 과연 섭리는 이길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마지막에는 자하르와 섭리의 앞으로 영원히 끝나지 않을 싸움?에
    길을 걸어간다고, 자하르에 긴나기 싸음은 인제 부터 시작이다
    라고 되면서 끝나기도 하지요

    제가 생각 하는 자하르와 섭리와의 싸움은 자하르가
    승리하는 것 보다는 영원한 무승부 즉 영원한 세월과 시간을
    자하라가 섭리에 저항하는 것이 테마 인듯합니다

    재생을 하면 할수록 자하르는 상상도 못할만큼 힘든 일을 격습니다
    처음 재생을 시도 할때는 나는 후회 하지 않는 다고 하지만
    재생을 할때 마다 기존의 인격 혹은 기역과 그 생의 인격이
    융합되면서 충돌 하기도 하지요
    그 압박감은 재생을 반복할수록 더더욱 커질듯합니다
    (그만큼 자하르의 능력적 영혼은 단련되어서 버틸듯도 합니다만...)

    전생기를 보면 자하르의 재생할때 마다 주변 인물들의
    항상 그 전생전의 자하르와 인연이 있는 존재들이거나
    그 전 삶에서의 가까운 존재들의 환생입니다
    아마도 섭리의 의도 인듯.......

    개인적으로 열왕대전기하고 전생기는 약간 다른 세계
    일종에 평행 세계는 아닐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더군요
    사실 칼리라든가 숲 과거 힐테른 검법등
    재생과 산왕기하고 연결점이 있기는 한데 ......
    열왕대전기에 주인공이 자하르일 확률은 자하르가
    재생을 선택하지 않고 환생을 반복한다면야
    다른 차원으로 넘어갔다가 (이계 지식의 습득으로 자하르는
    환생시 그 이계 지식-지구? 차원으로 환생이 될 가능성도 있지요)
    열왕 세계관으로 올수는 있는데
    재생을 선택한 이상 차원 이동은 좀 아닌듯하고......
    황제는 더더욱 아닌것이 재생을 하면 어려지는것 즉
    다시 아기로 돌아가서 다시 성장하는 것인데
    황제는 확실이 흑마법으로 어머니 배속에서 태어난 존재이고
    거기다 이미 황제의 나이는 자하르 였다면 각성을 할 나이가
    넘었죠......
    만약에 열왕과 전생기(재생 자하르-산왕기 칼리)가 같은 세계관이라면
    자하르는 따로 있을듯......
    자하르가 각성한 상태라면 뭐 황제도 어린 아이로 볼
    자하르 이니 기냥 인간사에 끼어 드는것을 피하는 상태 일수도 있고....
    아직 각성중이라면 각성중에 황제와 트러블이 생긴다면;.....
    황제 지못미;........일듯.....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0 2TB
    작성일
    10.01.08 22:44
    No. 3

    자하르가 어려져서 칼리로 다시 태어날 수 있었던 이유가 금구였는데
    그것을 스스로 포기하였으니 이후로는 환생 시스템의 적용을 받을 것 같습니다.
    고로 누가 자하르의 환생일지는 미궁속으로.. ^^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72 lakeside
    작성일
    10.01.09 03:24
    No. 4

    지금까지 나온 여러 전생기 감상문 중 가장 공감을 느낍니다.
    좋은 글 잘 보았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9 맛소금타로
    작성일
    10.01.09 18:48
    No. 5

    저도 2TB님 말대로 금구를 포기하였기때문에 환생할것같습니다
    금구를 포기하고 카르마로 환생.
    카르마는 영사진기를 얻었죠? 이게 이전의 금구하고 비슷하다고 봅니다
    섭리가 자하르를 위해서 안배한 장치로요.
    그리고 암살자였나요 자하르 어머니의 환생인... 그 사람이 아마 공주이지않을까 싶네요
    항상 엄청난 고통을 주는 포지션에 위치해서 환생한다고하니까.
    황제는 이글스일것같고 일스랑 유스미나는 예전 동료들이겠죠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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