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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사검전

작성자
Lv.6 dasom
작성
07.08.05 18:55
조회
3,405

작가명 : 최현우

작품명 : 학사검전

출판사 : 북박스

*편의상 반말을 하니 양해를 구합니다.

학사검전은 나에게 있어 애증이 깊은 작품이다. 다 큰 어른이 어린아이에게 맛있는 막대 사탕 끝 부분만 감질나게 핥을 수 있도록 허락하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작가의 출간 속도와 소설 내용의 진전은 미치고 팔짝 뛰었다 라고 서술해도 모자라지 않을 만큼 절망적이었다. 한참 급속도로 강해져' 도' 하나로 적들을 쓸어버리는 주인공에 빠져 있었던 시기인지라 더욱 그러한 마음이  들었는지도 모르겠다.

사실 간단하게 생각하자면 마음 편하게 학사검전을 놓아버리면 되었었다. 그냥 그런 소설이 있었구나 생각하는 게 정신 건강에 더 좋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미 학사검전이라는 사탕맛을 알아버린 - 가슴 한켠에 자리잡은 무협의 갈망은 다른 사탕으로의 교체를 원하지 않았다. 감질나도 좋으니 혀 끝에 맴도는 달콤함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9권까지 달려온 학사검전을 단 한번도 놓치 않았다.

그리고 오늘, 완결이라 칭해진 9권을 읽고 난 후의 감상은 "당연한 결과네." 라는 것이었다. 2부가 쓰여지고 있다는 사실을 미리 알고 있었기 때문일까? 남들이 보기엔 다소 어쩡쩡한 결말이 내눈에는 다소 운학사 다운 행보인거 같아 슬며시 웃음이 나왔다. 오히려 급작스런 마무리를 짓는 바람에 지금까지의 템포가 갑자기 빨라지는 게 아닐까 걱정이 되기도 했지만, 기우로 드러나 다행이었다.

여전히 무림의 정세는 작가님의 느린 발자국을 따라서 나름대로 치열하게 돌아가고 있었고, 운학사는 완결을 달려가는 그 와중에도 남궁세가에 들러 친절하게도 어떠한 일을 해결해 준다. 남들에게 서기라고 불러지는 것을 꺼려하지 않고 불영대사의 사제라는 사실을 그리 좋아하지 않으며 검성의 후계자라는 사실을 여전히 부인한다! 그러면서 백호검에 대한 자부심은 여전하다. 한권으로 마무리 지어지는 와중 속에서도 학사검전의 인물들의 걸음걸이는 달라진 게 없었다. 그래서 안심이 되었다. 마무리를 짓기 위해 적들의 수뇌부들을 상대한 것이 아니라서 오히려 반가웠다. 운학사는 변하지 않았구나. 기이할 정도의 이상한 안도였다.

물론 아에 변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운학사는 드디어 자신의 정체성을 찾았다. 스스로 가야할 길에 대해 정하였다. 서기임을 자청하며 방관하고 있었던 그가 드디어 자신을 따르는 사람을 위해서 동분서주 돌아다니기 시작한다. 우매할 정도로 어리석은 길을 가기 위해 목검이 아닌 진검 미명을 매었다. 학사이지만 백호검을 버리지 않는다. 텅빈 관도를 질주하는 마차에 앉아 그는 삼태상을 찾아 간다. 작가는 그런 운현을 모습을 자신이 선택한 길이라 칭하며 그가 후회하고 있지 않음을 시사했다. 그가 드디어 한 꺼풀 벗어나 날아오를 준비를 한 것이다.

새가 날아오르기 위해 그의 자잘한 날개는 미리 들썩이며 주변의 공기를 가른다. 새의 머리는 바람을 쫓으며 그의 방향은 바람의 시작을 가리키고 있을터다. 분명 무림맹으로 향하는 길은 죽음의 길이고, 학사검전은 그 길로 향하는 여정을 마지막으로 완결이라는 도장을 매정하게 쾅 찍었다. 그리고 그것은 운현의 화려한 비상을 기대하고 있던 독자들에게 있어 배신감을 느끼게 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무림맹으로 향하는 길이 완결이어서 진정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석연치 않은 완결이라 하지만 운현이라는 새는 지금 날아오르기 위해 무림맹이라는 돌풍의 바람을 가늠하고 있을 뿐이다. 새가 스스로 날아오르기로 마음먹은 이상 무엇이 문제이겠는가?

오히려 자의식을 완벽하게 깨달은 운현의 모습을 완결이라는 말로 매듭지어주지 않았더라면 그가 무림인인기 위해 걸어가는 마지막 장의 감동이 모두에게 전해지지 않았을 것이다. 드디어 운현이 검을 휘두르기 위해 무림맹으로 가고 있다! 이 사실 만으로도 9권은 그 임무를 다한 것이다. 이제 2부로 칭해질 다음 권에서는 운현이라는 새가 화려하게 날아올라 거친 바람과 햇살과 구름에 부닥치는 모습을 그리게 될 것이다. 그리고 독자들은 새의 눈을 통해서 지금까지 기다리고 기다렸던 모든 카타르시스를 한꺼번에 느끼게 될 것이다.

단지 1부는 황궁이라는 알에서 잠자고 있던 어린 새가 어미를 잃어 버린채 스스로 자신이 새임을 자각하는 장면을 그렸을 뿐이다. 2부를 위한 포석일 지도 모른다.(라고 간절히 바라고 있다.) 끝의 또 다른 이름은 시작이라는 말이 있지 않는가! 뭐 조금 불안한 점이 있다면 지금까지 학사라는 주인공의 이점을 잘 세워 느리면서도 단정한 문체로 글을 이끌어 나갔던 작가님이 과연 적들과 싸우는 무림인 운학사의 모습을 잘 그려갈 수 있는가 인데, 그 역시 다음권이 나오면 가늠할 수 있는 문제이니 미리 걱정하지 않으련다. 물론 다시 학사검전을 기다리기 위해 학수고대 해야겠지만 글을 쓰는 작가의 고통에 비할바가 못 되니 겸허히 기다려야겠다.

그러고 보니 학사검전의 마지막 문장이

"참으로 오랜만에 운현은 햇살이 따사롭다고 생각했다."

였던가? 나 역시 참 오랜만에 만족스러운 완결을 만나 깊은 여운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런데 잠룡전설 작가님 때문에 사탕을 입안에  한꺼번에 넣는게 더 달콤하다는 것을 알아 버렸으니 감질나게 할짝이는 학사검전의 출간 속도를 얼마만큼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릴 수 있는지 모르겠다. 작가님 다 좋은데 출판 속도 좀 늘려 주시면 안될까요? ㅠ_ㅠ


Comment ' 6

  • 작성자
    L.E.D noa
    작성일
    07.08.05 19:00
    No. 1

    2부 완결까지 안 보시다가 몰아서 보시면 됩니다...
    완결될쯤에는 할아버지가 되어 있을 수도... ^^;;;

    찬성: 0 | 반대: 0 삭제

  • 작성자
    Lv.19 카이혼
    작성일
    07.08.05 19:10
    No. 2

    ps가 사무치는 군요.. .학사검전 너무 늦게 나왔습니다... 황규영님 속도의 반의반의 속도라도 좋은데 빨리좀 나왔으면 ㅠㅠ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유랑인
    작성일
    07.08.05 21:32
    No. 3

    마지막 저 문장은 어디서 많이 본 문장인데..어디서 봣지 ㅋ 아시는분 잇으세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Fractal
    작성일
    07.08.05 22:25
    No. 4

    일년에 한권이라고 치면 음... 약 10년만 있으면 2부까지 다 볼 수 있겠군요 허허...

    찬성: 0 | 반대: 0 삭제

  • 작성자
    Lv.84 만리2
    작성일
    07.08.09 01:02
    No. 5

    언라이팅 2007/08/02
    풀어냈던 이야기를 제대로 끝내는 건 글쓰는 이의 책임이지요. 말씀하신 대로입니다.
    9권의 완결은 제가 생각했던 결말은 아니었습니다. 글을 제대로 끝내기 위한 제 나름대로의 선택이었던 것인데, 조금 오해를 드렸군요. 2부는 지금 쓰는 중입니다.

    라고 작가님이 댓글 다셨죠 ㅋ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1 크밀
    작성일
    07.08.11 18:43
    No. 6

    황규영님의 연재속도는 다른 작가분들에 비하면 가히 빛이라 할수있죠,

    독자들을 생각해주시는 천사같은 마음씨랄까 ...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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