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풍종호
작품명 : 일대마도
출판사 : 도서출판 뫼
무협에 등돌렸던 '94~'97년.
이야기는 많이 들었으나 읽지는 못했던 글을 찾아 읽고 있습니다.
제가 읽은 풍종호님의 첫글이야기.
이하 존칭 생략, 평대입니다.
< 完 結 >
이 눈에 보이는 순간 웃음이...
깊고 짧은, 기분좋은 웃음이 연이어 뱉어진다.
그러다 숨이 차면 긴 한숨 한번, 그리고는 다시 같은 웃음이다.
떨린다.
있는지도 몰랐던 몸 속 깊은 곳에서부터 차오르는 충밀감!
다시 읽고 싶다.
이 얼마만에 느끼는 감각인지!
오래전 풍운고월조천하를 읽고 금강의 글을 죄다 찾아 읽던 그때같다.
아니 줄 앤 짐을 보고난 후의 기분과 더 닮았나?
영화가 끝나는 순간 다시 한번 보고 싶었는데...
그도 아닌 것 같다.
이런 느낌은 처음인 듯.
시작은 이랬다.
아, 추리소설이구나!
어렸을 땐 1년쯤 추리소설에만 푹 빠져있었는데...
재밌겠다.
헌데 재미있지 않았다.
친절하지 않은(불친절한 것과는 다르다. 그저 친절하지는 않았을 뿐이다.) 작가의 설명이 배제된 건조한 문체 사이로 부서진 파편처럼 전해지는 정보를 분석하기에 바빴으니까...
나는 어느새 모든 감정을 배제한 채 이성만을 풀 가동시키며 위지관의 뒤를 따라 붙고 있었다.
그래서 아무것도 느낄 수 없었다.
그저 생각할 뿐.
일대마도, 참 많이 생각하게 하는 글이다.
그것도 책장을 멈추고 곰곰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계속 넘어가는 책장을 발빠르게 따라붙으며 숨가쁘게 생각하게 하는 불친절한(헌데 이것이 책의 성격과 무척 잘 어울리는 매력이다.) 책이다.
완성된 보기 그림이 없는 조각맞추기 퍼즐만큼이나 불친절한 글이다.
아니 더하다.
퍼즐은 피스나 다 갖고 시작하지, 이것은 자기 마음대로 한조각한조각씩 던져준다.
그래서 가의 틀부터 맞출 수도 없고, 이어지는 그림을 찾아 미리 맞추기도 힘들다.
어디에 놓아야 하는지도 모르는 조각들을 이리 저리 펼쳐 놓고 혹 연결점이 없나 눈을 크게 떠야만 했다.
헌데 그가 참 즐거웠다.
읽는 동안에는 몰랐지만,
읽고 나니 참 즐거웠구나 싶다.
그래서 황보추가 죽는 순간에야 겨우 맞춘 퍼즐을 부수고 다시 맞추고 싶다.
여느 때는 다 맞춘 퍼즐을 보면 액자로 만들까 부수고 다시 맞출까 고민하게 되는데(보통은 액자로 고정하고 다시 맞추지 않는다.) 이 퍼즐은 전혀 그렇지 않다.
당연히 후자다.
종장을 덮는 순간부터 다시 읽고 싶었지만,
그러지 않기로 했다.
조금만 참자.
등장인물 그 누구에게도 동화되지 않고 누구의 감정도 이입받지 않으며 온전히 나로 존재하며 읽은 글.
아마 위지관의 철면보다 더 무감각한 마음으로 읽었을 것이다.
잠시 느끼기로 한다.
매력적인 위지관도, 바람직한 기종의도.
숨가쁘게 읽는 동안 누리지 못한 여유를 부리기로 한다.
죽은 위지관의 조카를 애도하고, 호군의 모습도 상상해 보련다.
풍종호라... 기억할 이름이 하나 늘었다.
죄다 찾아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일대마도부터 다시 한번 읽고 말이다.
생각합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완독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기쁨인지.
이 글을 한 권씩 몇 달씩 기다려 읽었을 것을 생각해 보면...
한번에 완간되는 작품들을 볼 날이 언젠가는 올는지?
그리고 느낍니다.
세 권이라는 것이 하나의 이야기를 담아내는데 얼마나 충분한 권수인지.
길어 좋을 글도 있고 짧아 좋은 글도 있지만,
좀더 자주 생략과 압축으로 빛나는 밀도 높은 글의 충만감에 젖고 싶다고...
그래서 바랍니다.
길지 않은 글들만이라도 한번에 완간되기를...
부디 그러한 날이 하루라도 속히 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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