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이영도
작품명 : 피를 마시는 새
출판사 : 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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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을 자아낼 공기도 없고 기온은 무섭도록 추운 곳, 지상의 모든
지형은 무의미하게 뭉개지고 지평선은 세상의 모양을 나타내는 곡선
을 그리는 곳, 반짝임 없는 별들이 작은 태양처럼 활활 타오르는 곳.
그곳에 얼어붙은 신과 얼어붙은 신의 전사들을 태운 하늘치가 있었
다.
하늘치는 그런 궤도에 오르지 않는다. 지상의 사람들에게 모습을 보
여 그들이 약속을 떠올리게 하는 것이 하늘치의 목적이므로. 그리하
여 마침내 사람들이 그것을 불러내리게 될 때 약속은 이루어진다. 그
렇기에 하늘치는 사람들이 볼 수 있는 높이에서, 그를 보고 약속을
깨달을 수 있는 높이에서 날아다닌다. 하늘치에게 그 궤도는 낯설었
다.
하지만 사람들이 그것을 올려보냈다. 약속의 방향과 반대 방향이긴
하지만 하늘치는 그것을 받아들였고, 그래서 얼어붙은 신과 얼어붙은
신의 전사들을 태운 채 공기도 없고 열기도 없는 별의 바다를 헤엄치
는 것에 동의했다. 어쩌면 그것도 약속이 이루어지는 한 가지 방법일
지도 모른다.
하늘치는 고독을 알지 못한다. 그것은 세상의 둥근 지평선을 따라
별의 바다 속을 고요히 헤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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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정녕 이런 글을 보지 않고도 살 수 있는가....
뒤늦게 마지막 화를 보고 보고 또 보며 전율을 느끼는 중...
또다시 한편의 전율을 선사해준 이영도를 위해 축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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