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황기록
작품명 : 비조리
출판사 : 로크출판사
[비조리]는 상당히 잘 된 소설입니다. 그런데 그걸 알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대충 이렇다고 생각됩니다.
1. 제목의 뜻을 알기 힘들다.
- '비조리'는 '좆밥'이라는 뜻입니다. 서문에 그렇게 써있습니다. 그런데 이 단어를, 서문을 보지 않은 분은 알기가 힘듭니다. 그래서 처음 접근이 쉽지 않을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분들에게 너무 낯선 단어일테니까요.
2. 황기록이라는 작가를 알기 힘들다.
- 물론 아는 사람은 다 압니다. 하지만 그 외의 독자들은, 잘 알지 못합니다. 혹시라도 모르시는 분을 위해 간략하게 적자면, '굳게 곧은 힘으로 밀어붙이는 무협'을 쓰는 분입니다. 가벼움과는 멀리 떨어져 있는, 중후하고 빡세게 직설적인 글을 쓰는 분입니다. 특히나 요즘은 이런 글을 보기가 쉽지 않으니, 더욱 더 소중한 작가분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3. 내용을 미리 짐작하기 힘들다, 혹은 미리 짐작하고 보지 않아버린다.
- 아주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무협의 세계관에서 벌어지는 흑도 학원물' 비슷합니다. 이 한 문장은 꽤 정리가 잘 되어있다고 보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패가 갈려버릴 수 있습니다. 기존의 황기록 작가분의 작품을 읽던 분은, 지레 '학원물'이라는 단어에 질려버릴지도 모릅니다. 여타 일본만화(와 한국만화)의 '학원물'을 너무 많이 본 분도 마찬가지일 수 있겠고요. 하지만 [비조리]는 좀 다릅니다. 기존의 황기록 작가분 작품에서 볼 수 있던 빡센 분위기와 고집스럽게 자신의 길을 걸어가는 주인공이, 학원물의 모습을 한 공간에 놓여있다고 볼 수 있을테니까요.
개인적으로야 황기록 작가님의 작풍을 워낙 좋아하기에, 당연히 무조건 읽는 겁니다. 그래서 너무 치우친 얘기가 나오는지도 모르겠지만, 분명히 지금까지 나온 [비조리]는 수작이라고 봅니다. 스스로가 가진 장점의 방향을 약간 돌리면서도, 기존보다는 읽히기 쉬운 방향으로 전개해 나갔다고 보니까요.
제목이 낯설어 보인다는 것은, 다른 방향에서 보면 천편일률적이지 않다는 얘기도 됩니다. 어쩌면 기존과는 다른, 훨씬 큰 감동을 받을 수 있을지도 모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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