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군대에서 굳어진 머리를 어학원에서 풀고 기분전환을 위해서 가까운 대형서점을 들렸다. 커터칼을 휴대하고..오늘의 취미생활은 마법사 무림에 가다였다. 1-3권을 읽은 중간감상이다.
일단 소재는 약간 독특하면서도 가장 진부하다. 마법사가 무림에 갔다는 소재는 독특한 편에 속하지만 차원이동물은 가장 흔한 소재다. 사실 이런 소설은 안보고도 큰 줄거리를 대충 짐작이 가능하다. 어떻게 보면 뻔하다는 소리다. 하지만 로맨스 영화가 안 뻔해서 사람이 보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어차피 뻔한 이야기지만 이런 소설은 작가에 따라서 하늘과 땅을 오가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이 소설은 괜찮은 편이다. 최근 쏟아지는 수준 이하의 소설에서 살아왔던 본인에게는 기본은 갖추어진 이 소설이 반갑다. 이 수준이 낮다는 것은 본인이 군림천하를 좋아하고 비뢰도를 싫어한다는 것이 아니다. 최근에는 소설의 취향을 떠나서 읽을 만한 것들이 너무 줄어들었다.
일단 78살 먹은 판타지 세계의 대마법사가 중국 명나라 시대 어떤 문관가문의 어린 소년의 몸속으로 들어간다. 아아..느껴지는가 이 진부함의 포스..솔직히 덮을 뻔했다는 것을 알려둔다.
차원이동물이나 환생물의 초반 난제는 '바뀌어진 현실에서의 적응'이다. 다른 차원으로 가거나 혹은 다른 신분으로 그것도 대부분 엄청난 신분상승을 하는 설정에서 캐릭터가 수월하게 적응 할 수 있다는 것은 넌센스에 가깝다. 외국에 나가본 특히 완전히 정서가 틀린 서양권으로 가본 분들이라면 나의 말을 이해 할 수 있을 것이다.
마법사 무림에 가다는 솔직히 이 부분을 영악하게 피해간 편에 속한다. 즉 78세 노인이 12살짜리로 그것도 타차원으로 이동함으로서 벌어지는 적응문제를 수련으로 시간이 계속 경과하는 것으로 넘긴다. 즉 적응에 따른 마찰을 최소화하고 그것조차도 시간을 넘기는 것으로 대체한 것이다. 물론 그런 면을 현실감 있게 그려내면 좋겠지만 되지도 않을 바에야 이 소설처럼 차라리 넘어가는 쪽이 낫다. 물론 이런 난제를 상세하게 적은 차원이동물은 거의 못 봤다.
물론 이건 편한 것도 있고 그렇지 않은 점도 있다. 덕분에 십여년 동안 방에만 있다 세상에 나온 주인공은 어느 정도의 생활방식에만 익숙하지 사실상 중국문화에는 무지하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주인공은 제 세상에 온 것처럼 너무나 자연스럽게 행동한다. 편하게 넘겨버린 덕분에 어릴 때는 마을에 나간 듯한 내용도 아무런 세상과의 접촉없이 방에서 연구나하고 살았기에 약간 걸림이 있다.
내가 마법사 무림에 가다를 1-3까지 읽으면서 약간 아쉬웠던 것은 1권이다. 떠도는 이야기로는 후반으로 가면서 신인작가의 한계를 드러냈다고들 하는데 아직까지 그런 느낌을 받지는 못했다. 1권의 약 5/3정도의 내용이 '수련'에 집중한다. 그는 머릿속의 지식은 간직했되 신체가 바뀌면서 모든 능력을 상실했기 때문에 다시 마법을 수련한다.
문제는 이 부분이 약간 길다. 계속되는 발견과 수련이 나열된다. 물론 큰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좀 성정이 급한 분들은 약간의 지루함을 느낄 수 도 있으리라. 하지만 장르문학은 1권에서 소설의 성패를 좌우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에 약간 보완한다면 더욱 좋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또 하나의 아쉬운 점은 '78세 노인'이 너무도 빠르게 젊은이로 돌아간다는 것이다. 즉 사고방식이 젊은 사고로 나오는 것인데 10대 소년이 10대 소년으로 옮겨왔다면 큰 무리가 없겠으나 차원을 이동하기전의 이 인물은 '78세'다. 문제는 그냥 평범한 노인도 아니고 '현자'라는 것에 있다. 그것도 마법을 제외하고도 모든 것에 천재적이었다는 '현자'다. 현자라는 것은 대마법사와는 또 다른 어휘다. 대마법사라는 것은 단순히 마법만 달통한 사람이라면 '현자'라는 것은 '자신만의 정신적인 세계를 구축한' 인물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다시 말해서 사고가 정립되지 않아서 부평초처럼 바뀌는 어린 소년이 아니라 이미 자신의 자아를 확립한 인물이라는 것이다. 비록 10여년 가깝게 수련을 했다고는 하지만 과연 그런 인물이 머리부터 발끝까지 젊은 사람이 될 수 있을까? 겉뿐이 아니라 속의 내면까지?
작가도 그것을 인식했던 것 같다. 소설속 여인과의 로맨스에서도 그는 자신의 영혼은 노인이라는 것을 끊임없이 되뇐다. 하지만 작가가 그렇게 강제적으로 독자들에게 노인이라는 것을 주지시키는 것과는 다르게 소설 속의 캐릭터의 행동은 '완벽한 젊은 청년'으로 보인다.
물론 역시나 큰 문제는 없다. 그냥 집어내자면 약간 그렇다는 것이다. 근데 사실 대부분의 차원이동물은 이 내용이 다 걸린다 -_- 그냥 재밌다고 쓰자니 약간 뻘쭘해서 적어본 것이다. 그 외는 3권까지 상당히 재미있는 편이다. 특히 무림에서도 '마법사'라는 정체성을 유지함으로서 '정사간'적인 태도를 보이는데 이것은 구무협부터 신무협에 이르기까지 대단히 보편적인 갈등소재이다. 즉 정이냐 마냐 어느 양쪽을 택하라는 것인데 현재까지 이 미약한 갈등의 불씨가 재속에 숨겨져 있는 것으로 보인다. 어느 때 이것을 터트리는 지도 어떻게 전개시킬 것인지도 작가의 능력이자 소설의 재미가 될 것으로 보인다.
크게 마음에 울리는 것도 남는 것도 없지만 꽤 재미있는 편이다. 역시나 보편적인 아리따운 여인네들도 나오고 주인공의 무력쑈도 쏠쏠한 재미다. 계속 성장하는 주인공에 어느 정도의 족쇄를 걸어줌으로서 너무 원맨쇼로 치닫는 것도 방지하는데 성공했다.
시간 때우기에는 별 다섯 개인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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