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 석 달 만에 감상글을 올려 봅니다.
어수룩하고 부족한 글이지만 재미삼아 또 참고 읽어 주시는 분들에게는 책을 선택하는데 있어 약간의 도움을, 그리고 무협에 관한 나의 의견을 피력해 보기위해 한두 번 올리던 것이 이번 글로 벌써 31번째가 되었네요.
해서 이번부터는 나름대로 평점을 매겨보기로 했습니다.
물론 개인적인 생각이므로 크게 믿고 의지할 바는 못 되리라 생각합니다.
이하 존칭은 생략합니다.
1/5점 - 시간과 금전의 낭비
2/5점 - 시간 때우기에 적합
3/5점 - 읽어 볼 가치가 있음
4/5점 - 꼭 읽어야할 목록
5/5점 - 평생에 걸쳐 두루 읽게 되는 글
도편수 - 박신호 작, 3.25/5점
전작 산동악가로 최근에 데뷔하는 작가들과는 사뭇 다른 진중하고 묵직한 맛을 보여준 작가 박신호. 그래서 그의 차기작 도편수는 어느 정도 기대감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도편수는 실망감이 앞선다.
단지 2권만으로 글을 평하기에는 섣부른 판단일 가능성이 높지만 산동악가와 비교를 하더라도 오히려 퇴보한 느낌이다. 그래도 산동악가는 진중하고 묵직한 맛이 있었는데 이글 도편수는 도무지 무게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모든 설정들이 대충 대충, 설렁 설렁 넘어가는 인상이다.
유모의 환골탈태, 반로환동에 이은 기억의 회복, 성격의 변화, 풍약한의 무공 습득과정, 풍약약의 갈등 요소(살인 장면을 보는 것에 대한), 당삼채의 갈등 구조까지. 그 모든 것이 너무나 쉽게 풀어지고 해소된다.
좀 더 노골적으로 말해보자면, 작가는 주 독자층인 십대의 구미에 맞추기 위해 지나차게 쉽게 읽히는 글에 집착하지 않았나 싶다.
글을 읽다보면 자연적으로 사고 작용을 하게 된다. 주인공의 성격도 생각해 보고, 작가의 의도도 한번쯤은 생각해 보며, 또 작가가 숨겨 놓은 복선도 생각해 보게 된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우리 무협에서 이러한 글들이 소외받기 시작했다.
생각에 이르기도 전에 눈으로 읽고 넘어가는 글들이 대접을 받고 있다.
안타깝게도 도편수도 이 범주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글이 되고 있다.
그래서 아쉽기도 하지만 씁쓸하기도 하다. 장르문학에서 대중성이 최고의 미덕임을 모르지는 않지만 대중에게 어필한다고 해서 꼭 좋은 글이 아님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진정성을 기대할 수 있는 몇 안되는 신인 작가들 중 한 명이 박신호다.
도편수는 이제 겨우 2권이 나왔을 뿐이며 그는 이제 기지개를 켜고 있는 작가다.
그의 행보를 따뜻한 시선으로 주목해 본다.
냉혈한 - 도현 작, 4.25/5점
모름지기 무협 소설이 어떠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글.
복잡-다양한 문체, 입체적 인물, 인간에 대한 통찰력과 사상성 등. 사회적 현실과 인간의 삶을 총체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창천무한과 강호제일숙수로 그간의 명성에 먹칠을 했던 드래곤북스가 다행히 정상퀘도에 재진입한 것 같아 안심이 된다.
추리무협을 표방했던 환락십오야 이후 도현이 정말 오랜 만에 신작을 내놓았다.
그리고 그의 우려와 달리 싸늘한 시선은커녕 따뜻하고 정감어린 시선을 한껏 보내고 싶어진다.
전작 환락십오야가 미시적인 시점에서 글을 전개해 추리무협을 표방한 작품답게 세심하고 뛰어난 플롯을 자랑했지만 호쾌한 맛은 떨어진다는 단점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번 작품은 보다 넓은 시점과 큰 스케일을 추구하면서 호쾌함과 더불어 복잡한 이야기는 생동감에 넘친다.
무엇보다 주인공 석도안을 비롯해 등장인물들의 성격묘사가 대단하다.
예를 들어 석도안의 경우, 무협소설의 전형적인 주인공을 묘사하는가 싶으면 어느새 좀더 복잡하고 입체적인 그리고 조금은 반골 기질이 있는 성격으로 진화되고 있다.
주변인물들이 주인공의 들러리가 아니라 나름대로 살아있음을 보여 주고 있어 사람 냄새가 난다는 것 또한 이 글이 지닌 장점 중 하나이다.
오랜 산고 끝에 나온 도현의 신작 냉혈한은 기대치를 충족시키고도 남을 만한 결과물이다.
좋은 글, 좋은 무협이 갖춰야 할 덕목 중 가장 큰 덕목이라 할 수 있는 진정성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말 장난에 놀아나는 무협이 아니라는 얘기다.
이런 글들이 대박나기를 진정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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