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금 위령촉루 4권을 읽었습니다.
고무림 신춘무협 은상 당선작이라는 글귀만 읽고서 바로 선택해서
읽은 작품이 바로 위령촉루입니다.
읽으면서 미순이 효순이가 생각나 많이 안타까워 하고 불합리한
세상에 대해 울분을 느끼며 주먹을 불끈 쥐기도 했습니다. 신인작가
이지만 이야기를 풀어내는 솜씨가 대단하다 여겨졌습니다.
그런데 오랫동안 4권을 기다리며 기대가 너무 컷던 것일까요?
웬지 4권에서 이야기가 흐트러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우선 심의령과 유성혼 그리고 교연의 갈등을 해결하는 과정이 지나치게
작위적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짝사랑하는 사람을 지키기위해 죽으러가고, 그 살아나가기에도 바쁜
와중에 주인공이 깨달음을 얻어 그를 구해내고 교연이 그제서야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깨달아 갈등은 쉽게 해소..
어느정도의 확률이면 그런 상황이 가능할런지? 차라리 모두를 위해
유성혼이 죽는다 라고 하는 것이 더 설득력이 있을거라 여겨집니다.
거기다 앞이야기에서 가장 욕을 많이 얻어먹었던 주소추가 - 그 뛰어난
두뇌로 한학사와 진영 심의령 모두를 궁지로 몰아넣은 그가 너무나 쉽게
어이없이 주인공의 한칼에 반항도 못해보고 죽습니다.
황당하더군요.
음모라 할 수도 없는 그런 어이없는 함정에 빠져 머리 한번 제대로
굴려보지 못하고 죽는 그가 말입니다.
주소추란 인물이 위령촉루에서 그렇게 의미가 없는 인물이었습니까?
몇페이지만에 그렇게 쉽게 사라질 만큼 말입니다. 뭐 처절한 복수까지는
바라지 않았지만 본래의 역량조차 변해버린 캐릭터가 어색하게 느껴졌습니다.
마지막 아쉬웠던 점은 심의령과 고화의 연정이었습니다.
그전까지 별다른 감정이 없던 그녀가 단지 구해줬다는 인연만으로
한눈에 심의령에게 반해버립니다. 별 이유없이 고화를 거부하던 주인공도
별다른 이유없이 그녀를 평생 반려로 인정해 버리더군요.
그들 사이의 감정이 이런 식의 몇줄의 글귀로 처리되어 버리니 어떤
애틋함이나 절절함 또한 느낄 수가 없었습니다.
뭐랄까 마치 소금 안넣고 만든 요리같았습니다.
강재영님은 위령촉루를 빨리 끝내려는 것일까요?
지나치게 스토리 위주로 흘러간다고 느끼는 건 저 뿐인지 궁금합니다.
이렇게 적다보니 본의 아니게 건방진 소리를 많이 해댄 듯 합니다.
개인적으로 강재영님은 신인으로선 드물게 현실을 잘 반영하는 글을 쓰시는
분이라 생각합니다. 사실 4권도 평균이상의 글이라 생각하지만 전권들에
비해선 실망감을 감출 수가 없었습니다. 5권의 내용은 어찌될지 모르지만
이전에 보여주었던 그 필력을 다시 한번 보여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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