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풍종호님의 글을 처음 읽은 것은 화정냉월이었습니다.
군에 갔다 오니 새로운 작가들이 많이 나왔더군요....(몇년전 이긴 하지만)
예전에 책방를 지배하고 있던 중국번역 무협들과 서효원, 금강,검궁은,사마달,야설록표무협들은 사라지고, 그당시 신인 작가 였던 용대운, 좌백,장경,설봉님 등이 이미 중견 작가로 모습을 드러 내고 있었습니다.
풍종호라는 생소한 작가의 글을 읽게 된 것은 비슷한 시기에 읽었던 다른 작품들의 영향이 컸습니다. 농풍당정록,표류공주,빙하탄,소요유,냉혈단심,당시에 읽었던 글들입니다.
보시면 아시겠지만 모두 같은 출판사에서 나온 글들입니다. 당시 그 출판사의 글들을 보고 모두 만족했기에 화정 냉월을 볼 수 있었습니다.
분명 글 자체는 해학과 상당히 웃음을 짓게 하는 내용은 많았으나 왠지 어딘가 어두운 분위기가 풍기더군요. 후에 지존록,일대마도 등을 읽었지만 역시 실망시키지 않더군요.
덕분에 광혼록을 구해 읽어 보았지요.
우선 광혼록은 밝습니다. 분위기 자체가 가볍다고 할까요.
설정 자체가 재미 있습니다. 현대 사회에선 일반화 되고 누구가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 문서로 남긴 증명이란 것이 시대와 배경을 달리 하면 황당한 일이 될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지요.
광혼록에는 눈에 잡힐 듯한 싸움묘사는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항시 글에서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듭니다.
어떤이가 회상하듯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것도 흥미를 배가 시키고 소설의 개연서을 높이는 요소가 되고 있습니다.
주인공이 나이가 어느 정도 든 상태에서 비급만으로 무공을 익혀 절정의 고수가 된다는 설정이 마음에 들지 않는 분들도 계실것입니다. 하지만 그런 지엽적인 것이 아닌 글 자체의 흐름과 이야기를 따라 가시면 분명 충분한 즐거움을 맛 볼 것이라 믿습니다.
주절주절 말이 많았습니다만, 비록 색깔은 다르지만, 한림님의 청소등만청, 장경님의 빙하탄과 함께 제가 읽은 최고의 작품이라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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