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붕이월령.
대붕이 고개를 넘다.
며칠 전 대붕이월령 1질을 싸게 구입해 읽게 되었다. 전작 추룡기행에서 느꼈던 운중행이란 작가의 위트, 그리고 그 글솜씨를 다시 한번 느끼고 싶어서. 과연 기대한 만큼의 걸작이었다, 이 대붕이월령이란 것은.
무념곡, 아무 생각 없는 골짜기에서 금씨 성을 가진 의초란 녀석이 툭 튀어나온다. 아버지께 강탈한 팔찌 하나와 은자 석 냥을 지니고. 그의 첫발은 어렷을적 그의 유모나 마찬가지인 삼십년 전의 마도제일인, 마등 상잔을 만나러 평당현으로 가는 것. 평당현에 도착한 그는 야바위꾼을 혼내주다 상잔, 상노를 만난다. 상노와의 걸죽한 술판이 벌어지고, 금의초와 상노는 여비를 마련키 위해 이대야의 보표로 나선다. 그래서 시작되는 낙양행. 그리고 조강지처가 될 여인, 막가령과의 만남. 그 이후 벌어지는 금의초의 유쾌한 강호 기행.
인육방과 부닥치고, 두 번째 마누라가 될 하남성주의 딸, 공손슬을 만나고, 구수야운이라 불리우는 강호 제일의 도둑놈과 호형호제를 한다. 책을 눈에서 뗄 수 없을만치 흥미있게 이어지는 스토리는, 마침내 망산으로 들어서며 천천히 그 결말을 지어가고, 운무쇄혼진, 백석궁, 최후의 적과 조우, 결투, 반전. 그리고 다시 몇십년 후, 서장과 똑같이 벌어지는, 금의초와 그의 자식 금장성과의 실랑이. 그리고, 금의초의 악에 받친 고함소리에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살가운 반전 하나.
정말 유쾌하게 읽었습니다.
과연 운중행! 이란 감탄사가 절로 나오더군요.
다만, 흑벌이 어느새인가 혈벌로 변하고, 약간은 산만한 구성 탓인지 혼란스러웠지만, 전체적으로 매우 만족한 글입니다.
이 글은, 감상 글이면서도 추천글입니다.
구하실 수 있으신 분들은, 한번 보세요. 결코 후회하지 않을 겁니다.
"아니, 아무것도 아니다. 폐일언 하고 너는 내일까지 곡을 떠나거라."
"잉? 분가하라는 말씀입니까?"
"분가가 아니라 좇겨난다는 말이다."
"쫓겨나요......?"
"그래! 너도 나 안 봐서 좋고, 나도 너 안 봐서 좋으니 이 얼마나 경축할 만한 일이냐."
"달리 제가 쫓겨날 만한 이유라도 있습니까?"
"이놈아! 이십육 년 동안 놀고 먹은 것이 이유로서 부족하다는 말이냐?"
"좋습니다. 그렇지만 노자는 조금 주시겠지요?"
"여기 있다."
"에잉? 은자 석 냥을 가지고 무엇을 하라는 말입니까?"
"평생 곡 밖에는 나가 보지도 않은 놈이 돈의 가치는 알고 있는 모양이로구나! 이왕에 일이 이렇게 된 마당에 나도 더 주고는 싶지만, 그것이 총 재산이니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러지 말고 조금 더 내놓으시지요."
"글쎄, 그것이 전부라니까 그러는구나. 정 네놈이 못 믿겠다면 네가 한번 곡을 뒤져 보거라."
"그렇다면 돈 대신에, 거기 아버지 팔에 차고 있는 팔찌라도 빼 주시지요."
"에라 이 개자식 같으니라고. 가져 가라, 가져 가!"
"이제서야 옳은 말이 나오는군요. 맞습니다. 저는 개자식입니다. 팔찌는 고맙게 받겠습니다."
-대붕이월령. 전3권. 운중행 著. 본문 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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