뫼에서 나온 작품들 중에 책 표지 상단에 "아무개 특선작 제 X 탄" 이라고 나오는게
있다. 이중에서 백야 작품을 집중적으로 찾아 읽고 있다.
사대천왕가 시리즈 중에 두 편이라고 한다.
백야 작품은 무리없이 읽을 수 있다.
야설록처럼 신파에 가깝도록 감정이 분출하지는 않지만, 작품 내내 주인공들의
감정은 만만찮은 울림을 가지고 있다.
아무개 작가처럼 냉소적이지는 않고, 도가계열 무협처럼 달관하지도 않았고
정교한 음모플롯을 가지지도 않았다.
용노사 무협처럼 화려한 박투장면이 있는 것도 아니고
좌백처럼 세상을 뒤집어 해석하지도 않는다.
와룡강처럼 허무의 극, 자기 혐오의 극을 달리지도 않고
장경처럼 해학적이지도 않다.
설봉의 소재주의라고 부를만한 작품들처럼 기기묘묘하지도 않다.
그럼에도 그의 문장은 편안하게 읽힌다.
이문열 소설이 약간의 구태의연함에도 불구하고 편안하게 읽히는 이유가
그의 문장이 (누구 표현대로) "정규 교과과정을 익힌 사람이라면 편히 읽을 수
있는 문장" 이기 때문이라면,
백야의 문장 역시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백야 작품의 최대 장점은 그의 문장, 매우 편안하게 읽을 수 있는 문장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문장이 [태양 바람]에 오면서는 조금씩 바뀌는 것 같다.
그 바뀜이 그다지 달갑지 않다.
백야가 백야가 아닌것 같다.
백야를 읽고 나면 쓸쓸하고 아릿하다.
살수전기는 살수가 주인공이다.
주인공은 강호 무림에서 은퇴해 변경에 주루(객잔?)를 차린다.
그의 친구들이 들른다.
그의 친구들과 그는 무림에서 만났다.
적으로, 친구로, 어쩌다 지나가는 인연으로.
살수전기 이후, 그 친구 중 하나가 강호로 나가게 된다.
그게 귀거래사이다.
백야를 읽고나면 왜 그렇게 쓸쓸했을까.
사대천왕가시리즈 중 1 부에 해당하는 천하공부 출소림의 마지막 부분.
을 보자.
와룡강이라면 주인공이 그를 기다리는 미녀들에게로 (더러는 아기를 안고 있는)
돌아갈 것이고
용노사라면 만신창이가 된 채 북해나 먼 사막으로 떠날 것이다.
야설록이라면 눈물지으며 세상을 떠난 이를 가슴에 묻을 것이고
사마달이라면 태양이 주인공을 위해서 빛날 것이다.
그런데 천하공부 출소림에서는 놀랍게도 세월이 흐른다. 세월이!!!!
주인공과 그의 호적수는 늙어간다!!!!
주인공이 나이 먹는건 쉽게 볼 수 있는게 아니다.
17살에 강호에 출도해서 공청석유를 먹고 탈태환골해서 초절정꽃미남이
되어 강호의 음모를 분쇄하는 와중에도 틈틈이 미녀를 챙기고 22살이 되면
강호의 제일 고수가 되어 강호의 영웅이 되는 이야기와는 너무 다르다.
17살에 부모나 형이나 사부를 잃고 그 원흉을 제거하는 와중에 강호를
구하고 보니 스물 대여섯남짓 되었더라~ 하는 식의 무협과도 다르다.
주인공은 있을법한 인물들이고, 있을법한 사건을 겪고, 다른 평범한 사람처럼
늙어간다.
이 자연스러움, 당연한 흐름에서 매력을 느꼈다.
백야 작품에서 무림이란 1등을 해야할 수능시험도 아니고
미녀와 재물을 모을 수 있는 도깨비방망이도 아니고
처절한, 피와 살이 난무하는 도살장도 아닌것 같다.
허무맹랑한 야욕은 없다.
가당치도 않은 명예욕도 없다.
시쳇말로 "오버하지 않음" 이 백야 소설의 매력인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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