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권에 접한 유목민 마을에서 탄저균으로 순록 수천 마리가 떼죽음을 당한 데 이어 사람에까지 전염돼 러시아 보건 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시베리아에 탄저병이 발생한 것은 75년만이라고 한다.
러시아 보건당국은 군 부대 소속 최정예 생화학대응팀을 긴급 투입, 감염자후송과 발생지역 봉쇄 등 탄저균 확산을 막기 위해 비상 조치에 나섰지만 쉽게 막아내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강한 전염성 때문에 생물학 무기로도 사용되는 탄저균은 동토의 얼음속에 묻혀 있다가 따뜻한 날씨 때문에 되살아난 것으로 보인다. 탄저균은 얼어붙은 사람이나 동물 사체에서 수백 년 동안 생존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신에 따르면 러시아 중북부 야말로네네츠자치구에서 12세 목동이 탄저병으로 최근 숨졌다. 어린이 50명을 포함한 지역 주민 90명이 건강 체크를 위해 긴급 병원으로 옮겨졌는데, 이 지역 일원에선 이미 순록 2천300여 마리가 떼죽음을 당했다. 러시아 당국은 탄저병 발생 지역의 주민들을 긴급히 다른 곳으로 이주시켰다.
'시베리아 역병'으로 알려진 탄저병이 야말로네네츠 지역에서 발생한 것은 1941년 이후 처음이다. 전문가들은 이상 고온을 탄저병 재발의 원인으로 꼽고 있다. 기온이 오르자 영구동토층이 녹으면서 탄저균에 감염된 동물 사체가 그대로 노출돼 퍼졌다는 논리다. 실제로 탄저균이 발견된 지역에선 최근 이례적으로 35℃까지 오르는 이상 고온 현상이 나타났다. 이 지역은 위도가 66도여서 여름 평균기온이 15도에 불과하다. 동물 사체 등에서 나온 탄저균이 지하수로 흘러들어 가 사람이 감염됐을 가능성도 있다고 일부 외신은 전했다.
탄저균에 감염되면 혈액 내 면역세포에 손상이 생겨 쇼크가 발생, 급성 사망에 이른다. 치사율이 80∼90%로 매우 높아 생화학 무기에 사용되는 대표적인 균이다. 지난해 4월 주한미군이 미국에서 가져온 탄저균을 경기도 오산 기지로 반입한 일이 드러나 논란이 된 적이 있다.
러시아 당국은 군을 동원해 순록 4만 마리에 백신주사를 맞혔지만 수십만 마리의 순록 전체에 방역작업을 펼치기는 쉽지 않다. 드미트리 코빌키 야말로네네츠 주지사는 “동토인 툰드라 지역에서 이렇게 방대한 방역작업이 이뤄진 것도 처음”이라고 말했다. 유목민들의 이동지역이 워낙 넓어, 일단 전염이 시작된 탄저균을 통제하기는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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