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께였나 어제였나 여하튼 나온지 얼마 안 된 따끈따끈한 독일산 게임인대 the dark eye라는 매우 유명한 독일 trpg 룰을 배경으로 한 어드벤쳐 게임입니다. the dark eye는 아는 분은 아시겠지만 독일에서는 겁스나 dnd같은 룰의 싸닥구를 맛깔나게 때려줄만큼 독일에서(만) 무지막지한 사랑을 받는 룰이지요.
메모리아의 스토리는 간단히 말하자면 이러합니다. 새사냥꾼 게론은 요정 누리와 함께 안더가스트 왕국을 지켰지만 그 누구도 그 사실을 알지 못하며 그 누구도 그 사실을 인정해주지 못합니다. 그 사실을 아는 것은 오로지 게론, 누리, 그리고 몇 안되는 동료들 뿐이지요. 게다가 그 과정에서 요정 누리의 몸과 영혼이 녹아내려서 함께 대리고 다니던 까마귀의 몸에다가 누리의 영혼을 옮겨야만 했습니다. 그래서 누리는 이제 까마귀가 되었지요. 게다가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끔찍하지 않았던지, 영혼은 몸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빠른 시일내로 누리에게 원래의 몸을 되찾아주지 않는다면 누리는 모든 기억을 잃고 까마귀의 영혼만을 가지게 됩니다. 스스로를 잃는 것이지요. 그래서 게론은 누리의 원래 몸을 되찾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합니다.
그런대 플레이하다보면 여러번 암시가 되는 내용이 있는대, 게론이 누리의 원래 몸을 되찾기 위해 노력하는 이유는 단순히 누리를 위해서 하는 것이 아닙니다. 게론은 어려서부터 많은 멸시를 받으며 자라왔고 새사냥꾼으로서 낮은 지위를 누리고 있습니다. 비록 ‘나는 그들이 뭐라하던지 신경쓰지 않아’ 라고 하지만 아무리 강하게 부정을 해도 제 생각에 게론은 상당한 자격지심을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자신이 안더가스트를 지킨 것을 그 누구도 알아주지 못해도 괜찮다고 말은 하지만 정말 괜찮을리가 없습니다. 그저 믿지 않는 사람들에게 내가 영웅이라고 물고 늘어져봤자 스스로만 추해질뿐임을 알기 때문에 괜찮다 스스로를 위로하는 것입니다. 그런 상황에서 게론을 가치있는 사람, 게론이 멸시받는 새사냥꾼이라는 현실보다 더 가치있는 사람임을 게론 스스로에게 증명해줄 수 있는 것은 오로지 누리가 유일합니다. 아름답고 상냥하고 생명력넘치는 요정 누리와 함께 한다는 것 만이 게론을 가치있는 사람으로 만들어줄 수 있고, 그런 누리가 없다면 게론은 그저 멸시받는 새사냥꾼이라는 현실에 처박혀있어야만 합니다. 그렇기에 게론은 누리에게 집착을 하게 됩니다. 정작 누리 스스로는 까마귀의 몸에 점점 익숙해져가고 있었습니다. 결국 게론이 누리에게 요정의 몸을 되찾아주려는 이유는 누리를 위해서가 아니라 게론 스스로의 집착 때문입니다.
엔딩 직전에 게론은 2개의 선택지를 얻게 됩니다. 요정의 기억을 잃고 완전히 까마귀가 되버린 누리에게 요정의 몸을 되찾아주는 것, 혹은 그대로 까마귀의 몸을 유지하게 하는 것. 여기서 까마귀의 몸을 유지하게 한다면 한 업적을 얻는대, 그 업적의 이름은 ‘자유’ 입니다. 누리에게 요정의 몸을 돌려주지 않음으로서 게론은 누리를 스스로의 집착으로부터 자유롭게 풀어주었습니다. 그리고 그와 함께 게론은 스스로또한 스스로의 집착으로부터 자유롭게 풀어주었습니다. 이제 게론은 정말로 남들이 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신경쓰지 않습니다. 누리와 게론은 함께 자유를 얻었고, 그 자유는 그들의 삶을 크게 바꾸어놓을 것입니다.
아주 인상깊은 스토리를 가진 게임입니다. 어드벤쳐 게임이지만 인터페이스에 다양한 개선점을 넣어서 고전 어드벤쳐 게임들의 위화감을 크게 없애기도 했습니다. 여전히 위화감이 드는 부분이 몇개 남아있긴 했지만, 그래도 충분히 괜찮아졌음은 부정하기 힘듭니다. 보다보면 정말 경탄감만 들게 만드는 아름다운 그래픽도 빼놓으면 안되겠죠. 스팀에서 싼값에 살 수 있으니 시간나시면 한번 해보시는 것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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