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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정담

우리 모두 웃어봐요! 우리들의 이야기로.



작성자
Personacon 윈드윙
작성
12.10.17 05:08
조회
1,419

노총각… 중년아저씨 뒷모습에 감동한 이유는?

난 대한민국에서 가장 불쌍하다고 평가받는 종족(?)에 포함된 이른바 노총각이다. 노총각은 힘들다. 외로운건 둘째치고 어딜가든 "장가 언제가?"라는 식상하지만 언제 들어도 거슬리는 질문부터 미혼이라는 이유로 각종 혜택에서 배제되는 상황까지, 노총각이 받게되는 불이익은 제법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아직 결혼을 안(못)했다. 거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결혼하면 행복할 것이라는 확신이 좀처럼 들지 않기 때문이다.

주변을 보면 하나같이 결혼한지 얼마나 됐다고 티격태격하는 부부들이 태반이고, 친구들 역시 밤 시간을 아내와 함께 보내기보다는 어떻게든 늦게 들어가려고 시간을 밖에서 보내는 경우가 대다수다. 이유를 슬쩍 들어보면 "아휴… 얼굴만 마주치면 싸움부터 일어나는데, 차라리 서로 최대한 안보는게 상수다"라고들 대답한다.

뭐 다들 비슷하게 산다고는 하지만 노총각 입장에서는 그러한 모습들이 왠지 씁쓸하게 보이는게 사실이다. 그런 나에게 결혼이 하고싶다는 간절한 계기를 만들어준 사건이 얼마전 발생했다.

배도 고프고 우울한 마음에 언젠가 친구와 삼겹살 집을 갔다. 늦은 밤이었지만 손님들은 상당히 많은 편이었다. 그중에서 유독 눈에 띄는 한 손님이 있었다. 체크무늬 남방 하나를 걸친 채 혼자 테이블에 앉아 고기를 굽는 중년남성이었다. 머리가 희끗한게 사십대 후반에서 오십대 초반 정도로 보였다.

신기한 것은 혼자 앉아있으면서도 무척이나 정성스럽게 고기를 굽는다는 사실이었다. 진지한 표정으로 하나하나 잘 구워서 줄까지 맞춰서 불판 구석에 고기를 세워놓는 모습과 옆으로 덩그러니 놓여있는 소주병을 번갈아 보고있노라니 왠지 모르게 씁쓸해 보였다.

'그냥 대충 먹지, 혼자 먹으면서…' 친구랑 고기를 먹으면서도 자꾸 그의 뒷모습을 보게됐다. 뭐랄까 외로워 보였다. '저분은 뭐 때문에 이런 시간에 혼자 저렇게 고기를 먹고있을까? 얼마나 심심하면 고기를 구우면서도 먹지도 않고 줄맞추기를 하고있을까?'등등 별의별 생각이 다 났다.

그 순간 반전이 일어났다. 고기를 굽던 중년 남성은 전화한통을 받더니 급하게 후다닥 밖으로 뛰쳐나갔다. 그리고는 어떤 중년 여성을 조심스레 모시듯 데리고 오는게 아닌가, 여성의 배가 불룩 튀어나온 것이 임신한 것 같았다.

그제서야 나는 알았다. '아… 그랬었구나?' 중년남성은 자신이 먹으려고 그렇게 정성스레 고기를 굽던게 아니었다. 임신한 아내에게 고기를 먹이기 위해서 열과 성을 다해 고기를 예쁘게 굽고 있던 것이었다.

"어머! 고기를 미리 구워놓은 거야?" 여성은 감동한 표정으로 테이블을 보더니 이내 앉아서 고기를 맛있게 먹기 시작했다. 남성은 그런 여성을 사랑스러운 듯 지그시 바라보면서 옆에 놓인 소주를 한잔씩 따라서 마실 뿐이었다. 고기와 밑반찬이 떨어질세라 틈틈이 챙기는 것은 기본이었다. 난 그런 남성의 뒷모습(?)을 보고있었고 말이다.

괜스레 웃음이 나왔다. 그런 나를 보며 친구가 "왜 미친놈처럼 혼자 실실 웃냐?"고 면박을 줬지만 이미 내 기분은 한껏 좋아지고 있었다.

이상했다. 남의 사랑 놀음을 보면서 그렇게 기분이 좋아질 수 있다는 사실이, 난 고기가 입에 들어가는지 코에 들어가는지도 모르고 그들의 아름다운 뒷모습만 보고있었다. 여성은 고기를 먹으면서도 무슨 얘기인가를 끊임없이 남성에게 하고있었고, 남성은 미소진 얼굴로 여성의 말을 들어주는 모습이었다.

고기를 다 먹은 후 여성은 남성의 팔짱을 끼고 꼭 붙어서 밖으로 나갔다. 난 잠시동안 그들이 사라진 문밖을 쳐다보았고 약간의 시간이 지나서야 친구와 정상적(?)으로 고기를 구워먹을 수 있었다.

'저렇게도 사는구나…" 친구나 선배들로부터 결혼하면 다 똑같다는 말을 내내 듣던 나로서는 그들 중년 부부의 모습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그리고 이내 나도 모르게 "맞아. 뭐든지 내가 하기 나름이지"라는 말을 중얼거렸다. 덕분에 이제는 결혼이 정말 하고싶어졌다. 세상의 여인들아 기다려라. 내가 간다!

-윈드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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