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흔히 보는 설정에서 법사의 주문은 필수이지만 초식은 꼭 외쳐야만 전개가 된다는 설정은 거의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원래 고수가 되면 될수록 랩을 배우는 건 필수 아니었나요?
전음 같은 걸로 입을 달싹달싹 거리면서 수련하는 최소한의 근육의 움직임을 이용한 '속사포 초식명 외치기' 같은 코스는 무림 상식중 하나여서 천무학관 같은 곳에서도 '속사포 초식명 듣고 이해하기' 강좌와 '임무중 배변활동 참기' 와 함께 삼대 쥐도새도모르게익히는 코스라고 알고 있습니다. 흔히들 강의 할 때 '외쳐야 산다. 12가지 속화법' 이나 '참아서 남주나? 고수돼서 싸지말자' 같은 베스트셀러 책을 가지고 공부한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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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멀리 떨어져 있을 때 초식을 먼저 외치고나서 전개를 한다면 모를까, 소닉붐이 일어날 정도로 병장기를 찌르고 휘둘러 대는데 (설정에 따라서 많은 차이가 있다지만) 무기가 상대의 몸에 닿기도 전에 말을 하고, 한 말을 상대방이 받아치고, 모욕감을 주었다며 얼굴이 벌게지고, 그래서 무기에 힘이 더 들어가고... 그야말로 일반적인 상식으로는 이해가 안 갈 정도의 글도 가끔은 보입니다.
이런 것 말고도 제 기준에서는 잘 이해가 안가는 경우를 예로 몇 가지 들어보자면.
언제나 초식의 경로가 일정하지는 않을텐데 나무와 땅에 새겨진 흔적까지 더한다면 모를까, 그저 시체의 몸에 새겨진 검상만으로 무슨 검법의 무슨 초식인지까지 유추를 하는 것이나 (특히나 일검에 당했는데 무슨검법이니 하는...), 지나가던 삼류무사조차 수십년 동안 나타나지 않은 무림십비 혹은 몇 백년 전 초고수의 비전 무공을 바로 알아보는 것 (뭐, 기의 색깔이 노란색 같이 독특하다면 모를까... 그런데 왜 노란색이니 밤색 검기는 없을까요?), 마지막으로, 어디어디 정찰나갔던 녀석이 (절대고수도 아닌데) 척 보면 얜 삼류 쟤는 이류 등등... 내공으로만 경지를 나누는 것이 아니라 실력으로 나눈다면, 멀리서 정찰하는데 어떻게 "총인원 삼백명 중에 삼류가 일백오십 이류는 일백 그리고 일류가 오십이었습니다." 같은 말이 나올 수 있는지... (내공이 니공도 아니고.)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없으면 뭔가 허전하고 있으면 이상해지는 무공초식 외치기에 대해서 한 번 생각해 봤습니다. 소설을 써 본적은 없지만 제가 봤을 때 가장 무난한 표현이라면:
1. 장이십사는 장가살저십이식(초식명)을 펼치며 형님인 장팔을 구하러 앞으로 나아갔다.
2. 점가의 소이가 전력을 다해서 메테오 다운로드(초식)을 전개하자 하늘에서 불비가 떨어지고.
3. 그는 궁지에 몰리자 어쩔 수 없이 숨겨두었던 나머지 3할을 꺼내들었다. 삼십육계줄행랑! (초식)
위와 같이 꼭 사람의 입으로 외치지 않고도 설명으로 초식명이 나오는 것이 제게는 보기가 더 편합니다. 그렇게 된다면 무공을 쓴다 해도 사람들이 잘 못알아 볼 것이고, 우리가 흔히 보는 죽기전에 하는 말로 "쿨럭... 이게 무슨 초식이냐?" 하고 물어보는 것이 이해가 되지요 (다를 때는 초식명을 말해주다가 꼭 이럴때만 안 외치지).
결론은, 뭐 그냥 미간에 주름이 잡히게끔 너무 남발을 하거나 하지 않고 매끄럽게 넘어갈 정도라면 문제가 없지 않을까 합니다. ㅇㅁㅇ
ps - 검기가 난무하는 비무 또는 생사결을 보면서 자주 보이는 절대전대고수 삼인방 (노승, 노도인, 그리고 인상이 날카로워 보이는 검객) 이 평하는 것을 상상하자면...
XX가 XXX초식을 쓴다.
그 장면을 보고 있던 세 노인은 미처 한 초식이 끝나기도 전에 말하는데...
노승 (초속 700미터로 랩하며): 허저아이의검에는살기가너무짙어전생에수라였는지아.미.타.불.
노도인: 적색이니세배빨라막는이는고전하네장강후랑추전랑이라십년후면누가막아무.량.수.불
검객曰: 저초식이바로그유명하다던아수라혈교의삼대교주가창안하여대대로교주와그후계자들만이익힐수있다던아수라파천혈공과함께아수라혈교에서세손가락에들어가는무공이자무림오대마공에들어가는수라멸천검법의전삼초식중하나라는혈세만천인가.
ps2 - 몇 천자도 안되는 한담 글이지만 이렇게 한 번 써보고 나니까 아주 조금이나마 글을 쓴다는 것이 얼마나 힘들고 많은 시간을 잡아먹는지 이해가 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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