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유쾌한 낚시 콩트글을 지향하고 있습니다만, 이런 글 자체를 싫어하시는 분들을 위해 낚시라는 타이틀을 달았습니다. 앞으로 가요메르크가 올리는 낚시글은 이와 같은 유형이 될것이므로 거부감이 드시는 분들은 조용히 백스페이스를 눌러주시면 되겠습니다.>
# 간신히 드래곤의 뱃속에서 생환한 꿋꿋한 형사씨. 몇몇분의 열화와 같은 성원에 힘입어 오늘도 열심히 업무를 진행중이다. 그의 앞엔 락그룹을 연상케하는 검은 장발의 음침하게 다크써클까지 낀 남자가 앉아있다.
형사 : 그래. 이름은?
남자 : 알레노시아 폰 디아블로카
형사 : 나이하고 직업은 어떻게 돼쇼?
남자 : 농사 좀 짓고 있습니다. 나이는 235 살쯤 됐습니다.
형사 : 35세라. 좀 먹었구먼요. ( 이 사람 전에도 그렇지만 귀가 좀 먹었나보다.)
농부 : 내가 좀 동안이지.
형사 : (얼굴을 구기며.) 뭐 그렇다고 칩시다. 당신도 저번 꼬맹이처럼 '불타는 개차반' 이란 놈을 고소하러 왔소? 설마 그놈이 당신한테도 앵벌이와 조교플레이를?
농부 : 저는 이래뵈도 유레아 마을에선 행복한 농부씨라 불리는 사람입니다. 얼마 안되는 화전밭을 일구며 열심히 살아왔지요. 하지만 얼마전 그 불타는 개차반 놈이 찾아온겁니다! 그 놈은 제 집에 몰래 숨어들어와 하인을 쥐어패고, 애완동물을 구워버리고, 그뿐입니까? 300년이나 융자가 남은 제 하나뿐인 저택을 박살내버렸습니다! (흥분한듯 씩씩거린다.)
형사 : 가택침입에 폭행에다 방화까지. 이거 몹쓸놈이구먼.
농부 : 그것뿐만이 아닙니다! 이걸 보십시오! 그 망할 놈이 비료라고 팔아 먹은 것으로 키운 작물입니다!
(남자가 포장된 커다란 화분 하나를 턱 테이블 위에 올려놓는다. )
형사 : (흐뭇하게) 뭘 이런걸 다... 성의로 알고 고맙게 받겠소.
농부 : (화들짝 놀라며) 잠깐! 그거 뜯지 마시오!
(포장지를 뜯는 형사) 순간 커다란 아가리가 덥썩 그의 머리를 깨문다.
전과 같은 패턴으로 이번엔 식인식물에게 먹힐 위기에 처했던 형사. 하지만 한번 당하더니 노하우가 생겼나 보다. 꿋꿋이 살아왔다. 머리에 피를 줄줄 흘리며 형사가 타이프를 쳤다.
형사 : 사기죄 추가, 공무집행 방해자 추가, 거기에 공무원 살인 미수죄 추가! 이 불타는 개차반 자식! 염려 마시오, 알렌씨! 내 이놈에게 매콤한 콩밥을 먹여주겠소!
농부 : (그의 손을 덥썩 붙잡으며) 형사님만 믿겠습니다. 흐으윽. 티망키. 왜 날 두고 혼자 떠났소! 혼자 농사 짓고 살기 너무 힘들구료. 흐흐흑
훌쩍이며 총총 사라지는 농부. 그때 그가 사라지자 온몸에 천을 칭칭 감은 검은 옷의 누군가가 나타났다.
형사 : (화들짝 놀라며) 헉! 넌 누구냐!
깜장드레스 : 쉿! 조용히! 그 농부가 듣겠어요! 존경하는 형사님. 방금전 저 농부가 한말은 새빨간 거짓말입니다. 레모씨는 저의 절친한 지인으로 법없어도 살 그런 착하고 예의바른 일등 시민이랍니다.
형사 : (텅빈 머리를 가리키며) 일등 시민이 형사 머리를 대머리로 만들어 놓냐!
깜장드레스 : (혀를 차며) 쯧쯧, 어쩌다 그런. 형사님. 제가 쓸만한 발모제를 하나 소개해드릴까요? 한입 먹기만 하면 다음날 머리에 풍성한 무게감을 느끼실 수 있을겁니다.
형사 : (귀가 솔깃하며) 호오, 그런 좋은 발모제가?
깜장드레스 : 그럼요. 백명의 임상실험을 거친 백발백중의 적중율을 가진 물건입니다. 오죽하면 통닭에 이 액즙을 뿌렸더니 닭이 되어 날아다니지 뭡니까!
형사 : 호오오... 그런거라면 하나 줘보게.
깜장드레스 : (조용히 속삭이며) 네에 드리죠. 하지만 공짜는 아닙니다. 만약 머리를 풍성하게 해드린다면 방금전 농부의 고소를 취하해 주신다는 이 각서에 사인을 좀...
형사 : 흐으음..
(형사 고민한다. 민중의 지팡이로서 어찌 이런 뇌물따위로. 하지만 고민은 짧았다. 형사는 젊었다. 그리고 사실 아까 식인식물에게 먹힐뻔해서 농부에게 좀 꽁한 마음도 있었다.)
형사 : 알았네. 여기다 하면 되는건가?
깜장드레스 : 네에 여기다 하시면 됩니다. 오오, 좋군요. 자 여기 물건 있습니다. 자기 전에 이걸 꼭꼭 씹어드세요.
(깜장드레스는 보따리 하나를 건네고 바람처럼 사라졌다. 형사는 한석봉 엄마가 떡써는 것처럼 콰당거리는 가슴을 진정하며 그걸 먹고는 잠들었다.)
그리고 다음날.
형사의 머리엔 과연 풍성한 '뭔가'가 돋아있었다.
그때 그의 집으로 불타는 개차반 레모씨에게서 온 팩스 한장이 수신됐다.
'미안하다. 배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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