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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스 를 읽고

작성자
Lv.22 무한오타
작성
13.04.05 14:45
조회
3,999

딥스.jpg

제목 : 딥스-세상에 마음을 닫았던 한 소년이 자아를 찾아 떠나는 여행 Dibs: In Search of Self, 1964

지음 : 버지니아 M. 액슬린

옮김 : 이원영, 주정일

펴냄 : 샘터사

작성 : 2013.04.05.

 

 

“미안함과 그것의 용서는 분명 다른 일입니다.”

-즉흥 감상-

 

 

  책의 제목이야 진즉에 들어왔었습니다. 하지만 표지부터 유치한 것이 성인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닌, 어린이들을 위한 동화책인줄로만 말았는데요. 마침 기회가 되어 그 실체를 확인해볼 수 있었다는 것으로, 소개의 시간을 조금 가져볼까 합니다.

 

 

  내용은 간단합니다. 옛날 옛날 아주 먼, 그러니까 반세기 전으로 판단되는 어느 날. 미국의 어느 마을에 ‘딥스’라는 소년이 살고 있었습니다. 다섯 살인 소년은 유치원에 다니고 있었는데요. 또래의 아이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혼자 겉돌고 있었기에 선생님들과 어른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2년이 흐르는 동안에도 그런 상태에 변화가 없어, 여러 전문가들을 좌절시켰다는 소식을 지은이가 전해 듣는 것으로 본론으로의 장이 열리는데요. 소문으로만이 아닌 실제로 만나본 소년의, 다시 태어나는 모든 과정이 아름답게 펼쳐지고 있었는데…….

 

 

  결론부터 적어보면 분명 재미있었습니다. 표시된 것으로만 301쪽으로 살짝 두툼하지만, 반복되는 패턴에 ‘성장과 그로 인한 변화에 대한 이야기’라서인지 흥미롭게 만나볼 수 있었는데요. 그저 딱딱하게 이론을 나열하는 것이 아닌 녹취와 관찰되는 기록 그대로를 마주한 기분이라, 옆에서 훈수를 두고 싶지만 그러지 못하는 알딸딸한 기분까지 맛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빠른 속도감과 함께 상황의 심도 있는 참여가 이뤄지지 못하다는 기분이 드는 것은, 그저 오래된 기록이려니 해보는군요.

 

 

  네? 얼마나 오래되었기에 그러느냐구요? 간추림에도 언급해두었지만, 오리지널 카피라이트만 1964년으로 50년 전의 기록임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런 공백 기간 만큼이나 이런 ‘치료 관련 도서’가 많이 나왔음을 부정할 수 없을 것인데요. 개인적으로는 ‘토리 헤이든’의 책들이 이런 계통에서 가장 흥미롭게 만나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고전으로 말해지는 이번 책은 그만큼의 연식과 함께 담백한 느낌으로 만나볼 수 있었음을 속삭여보는군요.

 

 

  이 기록은 실화를 원작으로 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럴 경우 한 가지 궁금해질 수밖에 없는데요. 정확히 언제 있었던 일이며, 이야기속의 주인공은 현재 무엇을 하고 있을까 입니다. 1964년에 처음 책으로 출판 되었으며, 책 후미에 딥스가 현재 15살이 되었다는 언급이 등장합니다. 그렇다면 주된 이야기는 10년 전인 1954년 이전으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5살 딥스와의 대화 속에서 미국의 독립기념일인 7월 4일이 ‘목요일’이라는 언급이 보이는 바. 1946년을 배경으로 있었던 일이 아닐까 하는데요.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행동으로 옮길 참된 의지를 가지고.’ 살아왔을 딥스는, 환갑일 오늘날까지 어떤 인생을 살아오셨을지 궁금해집니다.

 

 

  글쓴이에 대해 알아보는 것도 좋겠지만, ‘자아를 찾아 떠나는 여행’에 대해 좀 더 이야기를 해보았으면 합니다. 인간은 사회적인 동물이기에, 사람이 상황을 만들기도 하지만 사실상 상황이 사람을 만드는 경우가 더 많을 것인데요. 그런 관점에서 보면 ‘유명한 과학자 아빠’에 ‘전직 외과의사 엄마’ 사이에서 태어나 ‘전통적으로 명석하고 사고력이 높은 아이들만 받는, 일류 사립 유치원’에 다니고 있었던 ‘딥스’의 심정을 저는 어느 정도 공감할 수 있습니다. 저 또한 건축사 아버지와 간호사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맏이이기 때문인데요. 특히나 한국사회에서의 맏이는 왜 그렇게 기대를 한 몸에 받아야만 하는 것인지, 어릴 때는 개인적인 의견 따위는 묵살되는 게 정상이라고 알았습니다. 어릴 때부터 가장 듣기 싫었던 말이 ‘(유전적)업그레이드’와 ‘(더도 덜도 말고)평범하게 살아라’라는 말이었는데요. 으흠. 막상 적고 보니 ‘발전과 평범’이라니, ‘진보와 보수’ 마냥 상반되는 개념처럼 보입니다. 아무튼 어려서부터 사랑과 귀여움을 독차지하고 있었다고 말은 들어왔지만, 유전적으로 잘났기에 뭐든지 잘 해내야만 한다는 부담감과 평범하기 살기위해서는 어느 것 하나 관심사항을 표현하기 어려웠다는 기억이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명확히 그 사건이 기억나지 않지만, 학창시절을 통해 ‘나’를 구성하고 있던 ‘정신적 기반’이 상실되었던 감각은 잊고 싶어도 잊히질 않는데요. 딥스일 경우에는 그런 자각이 어릴 때부터 심각히 발현되었을 정도라고 하니, 그저 옆에서 꼬옥 안아주고 싶을 뿐입니다.

 

 

  네? 아아. 즉흥 감상에 적은 것은 여덟 살이 된 딥스와의 만남 속에서, 아버지를 향한 눈동자가 반짝거렸다는 부분에서 지난날을 떠올릴 수 있었기 때문인데요. 고등학교 졸업 당시 선생님께 들었던 ‘미안하다’라는 그 말 한마디가, 왜 그렇게도 화가 났었는지 모르겠습니다. ‘후회할 것 같으면 하지도 말고, 내가 하기 싫은 일은 남에게도 시키지 말라’는 생각이 일상이 되어있던 시절. 선생님으로서는 정말 하기 힘들었던 말일지라도, 저에게는 학교에 대한 불신이 자리매김한 결정적인 한마디가 되어버렸던 것은 아닐까 하는군요.

 

 

  적다보니 사적인 이야기가 길어졌습니다. 알게 모르게 서로에게 상처를 주는 행위에 대해, 인류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자 연구하고 그 사례를 남기신 저자 분께 소리 없는 박수를 보내며 이번 기록은 여기서 마칠까 하는데요. 저는 인생에서의 멘토나 적절한 심리치료사를 찾고자 노력하기보다, 우선은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Santiago de Compostela’의 여행길을 꿈꿔볼 뿐입니다.

 

 

  덤. 심리치료와 관련된 좋은 책 있으면 추천해주시기 바랍니다. 학교와 교육에 회의를 느끼고 있다지만 그 싫은 대상과 함께 하고 있다 보니, 공략 법부터 정석 그 이상을 노려야한다는 생각을 최근 많이 하고 있습니다.

 

 

TEXT No. 19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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