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 잭 리처
작가: 리 차일드
제목: 하드웨이, 사라진 내일
영화가 나올 정도로 재밌는 책이라길래 뽑아든 책. 간략 감상은 정말 잘 쓴 한편의 오락 소설! 정말 재밌네! 입니다.
전직 헌병 출신, 2미터의 거한, 나이들었지만 아직 늙진 않은, 노련한 전직베테랑이며 집도 주소도 핸드폰도 없이 정처없이 떠돌며 마주치는 불의를 해결하는 것이 주 업무인 잭 리처의 이야기입니다. 그는 단련된 통찰력과 직관, 강인한 육체, 전쟁터에서 갈고 닦은 기술을 가졌으면서도 가진 것이라곤 몸에 지닐 수 있는 것 밖에 없는 방랑자입니다.
‘하드웨이’는 잭이 우연히 납치극의 몸값전달을 목격한 유일한 목격자가 되면서 시작하고, ‘사라진 내일’은 새벽 3시의 뉴욕 지하철에서 자살폭탄범으로 의심되는 여성을 발견하면서 시작합니다.
리처는 항상 우연히 사건에 휘말립니다. 그는 제 3자이며 대부분의 경우 휙 하고 지나가면 되는 그런 일들일 뿐입니다. 하지만 그는 별다른 대가 없이도 사건에 관심을 갖고 파헤칩니다. 그의 행동 동기은 너무나 인간적입니다. 그는 악과 싸우지만 그것이 숭고한 도덕윤리나 신념 때문이 아닙니다. 그는 분노하기 때문에 싸웁니다. 하드웨이에서 일을 맡은 것은 아내와 아이를 납치당한 아버지의 슬픔을 봤기 때문이고, 사라진 내일에서는 자신이 여성의 자살에 어떤 영향을 끼친 것 같다는 찝찝함, 합리화 하지 않는 죄책감 때문에 움직입니다.
한 마디로 잭 리처는 통쾌합니다. 아내를 죽이고 의붓딸을 학대하는 남편과 그의 부하 용병들을 죽이는 계획, 따지고 보면 그저 계획살인일 뿐인 일에도 그는 자기가 보고 겪고 느낀 것을 바탕으로 판단을 내려 흔쾌히 참여합니다. 일이 끝나고 트랙터로 땅을 파고 모조리 묻고 홀연히 사라지죠 -.-; 알 카에다와 싸우게 될때도 ‘9.11 때 분노를 느낀 나 같은 사람한테 이 것은 일종의 보너스' 같다며 총을 들고 수십명과 맞서 싸웁니다. 뭔가 제 글만 보면, 마음에 들지 않는 주인공 유형같다 느끼실지 모르겠지만, 소설을 보면 정말 속시원합니다. 마초다운 주인공 답게, 여자는 안건드리지만, 필요하면 그냥 경국지색 미녀라도 코뼈를 무너뜨리고 몸을 조르는 과감함이..0.0;; 되도록이면 사람을 죽이지 않으려 하지만, 동료가 저 새끼 정말 나쁜놈이니 죽여라 하면, 고개를 끄덕이고 죽여주는 뭐 그런 식입니다. 작가가 어떻게 행동하면 독자가 거부감을 안느끼면서도 속시원할까 아는 것 같습니다.
문체도, 짧고 반복인 용법으로 긴박감을 줄때도 있고, 강박증이 느껴질 정도로 세세하게 묘사할때도 있습니다. 지루하지 않게 조탁된 글입니다.
그리고 이건 재밌는게, 잭 리처는 참 많이 틀립니다. 대개 최초의 정보에 기반한 그의 과감한 추론은 다 틀립니다 ㅡㅡ; 어떨때는 자신감있게 말하는데 틀리기도 합니다; 작가가 그걸 유머롭게 표현하는데 참 재밌더군요. 생각해보세요. 하드보일드하고 킹왕짱 묘사된 주인공이 자신감있게 꼬투리 만한 정보로 제갈량처럼 막 모든 걸 추론해내는데, 독자는 ‘와 쩐다~’ 이러고 있는데 알고보니 전혀 딴데를 짚고 있었다~이러면 ㅎㅎ..
뭐 가끔 그렇게 허당짚는게 오히려 글의 현실감과 잭 리처의 대단함을 부각시켜 줍니다. 잭 리처는 초인이 아니라 정말 수없이 많은 경험과 훈련된 신중함과 직관으로 움직이는 사람이라는 걸 환기시켜주는거죠...
여하튼 참 재밌는 소설이었습니다. 영화는 안봤는데, 책을 다 보고 아쉬움이 남으면 한번 볼거 같습니다. 탐 크루즈 주연이라는데 2m 거한에 평범한 인상의 전직 군인과는 좀 안 어울리네요. 하지만 잭 리처처럼 방에 들어서자마자 부지깽이를 들어 용병4명을 순식간에 아작내고 무뚝뚝하게 일끝내고 나가는 그런 모습과는 좀 어울릴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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