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감상

추천에 관련된 감상을 쓰는 곳입니다.



작성자
Lv.22 무한오타
작성
13.05.16 21:56
조회
2,893

플라톤의 프로타고라스 라케스 메논.jpg

제목 : 플라톤의 프로타고라스/ 라케스/ 메논, 2010

지음 : 플라톤

옮김 : 박종현

펴냄 : 서광사

작성 : 2013.05.15.

 

 

“어디로 가고 있으며, 어디에 있고, 또한 어디에서 시작되었는가?

우리네의 인생은,”

-즉흥 감상-

 

 

  처음에는 걱정이 많았습니다. 대학생일 당시에도 청강으로 철학수업을 들어 보았지만, 무슨 말을 하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려웠기 때문인데요. 그래도 본디 사서란 다방면을 팔방미인이어야 한다는 일념 하나로, 이번 책과의 만남에 적극적으로 임했습니다. 또한 연속극인 영국 드라마 시리즈인 ‘닥터 후’를 통해 희곡 읽기의 재미를 맛본 탓인지, 생각보다는 재미있었다는 것으로 소개의 시간을 조금 가져볼까 하는군요.

 

 

  내용은 간단합니다. 유명한 소피스트 프로타고라스가 마을에 왔다는 소식을 들었느냐는 말에, 이야기의 주인공인 소크라테스는 이미 만나고 오늘 길이며, ‘사람으로서의 훌륭함’에 대해 진솔한 대화를 나눴음을 이야기하는 [프로타고라스], 중무장 상태로 싸움을 하는 사람을 두고 시작된 ‘배움과 교육’에 대한 대화. 그리고 그 속에서 ‘사람으로서의 훌륭함’에 대해 질문을 던지기 시작하는 소크라테스의 이야기 [라케스], ‘사람으로서의 훌륭함’을 두고 뜨겁게 진행되는 소크라테스와 [메논]의 대화가 마치 희곡의 대본을 보듯 각각의 이름과 함께 펼쳐지고 있었는데요. 눈으로만 읽으려하니 눈이 돌아가는 줄 알았습니다. 대신 일인다역을 하는 기분으로 소리 내어 읽어보니 재미있더군요.

 

 

  분명 주인공은 소크라테스 입니다. 하지만 엮은이는 플라톤인데요. 지나가듯 스쳐본 각주만 보아도 알 수 있듯. 미묘한 차이를 통한 말장난이 지면을 가득 채우고 있는 듯 했습니다. 그러면서는 그런 기나긴 이야기를 어떻게 전부 기록한 것인지 플라톤의 능력이 부러워 졌는데요. 저의 수집품을 보고 놀라시는 분들께 ‘이것은 하루아침에 된 것이 아니라, 제 인생을 건 것입니다’를 말하는 것처럼, 당장 눈에 보이는 것만을 통해서만 그렇다는 것이니, 타임머신이 있다면 역사의 현장을 목격하고 싶을 따름입니다.

 

 

  플라톤과 소크라테스는 이런 기록과 대화를 통해 무엇을 말하고 싶었던 것일까요? 진리를 향한 통일장이론의 제시? 아니면 완벽이 존재할 수 없는 이 세상? 그것도 아니라면 무지의 자각을 통한 진솔한 자아 찾기? 개인적인 답을 다는 순간 어디선가 소크라테스가 나타나 ‘예측이 가능하지만 답하기 곤란한 물음표’를 던질 것 같아 잠시 긴장했습니다. 아무튼, 이번 책은 어떤 명확한 답을 제시하는 것이 아닌, 각자가 발견할 수 있을 ‘나름의 진리’를 위해 계속되는 질문을 하고 있었는데요. 우리나라에서는 ‘연금술사 O Alquimista, 1988’로 유명한 파울로 코엘료의 작품들을 통해 ‘진리란 사실 아주 단순한 것이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만, 그 단순함도 언어로 바꾸는 과정에서 다양한 오류를 발생시킬 수 있음을 다시 생각해볼 수 있었습니다. 장님이 코끼리 만지는 이야기를 예로 들 수 있듯, 우리는 답을 바로 앞에 두고도 과연 그것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을지도 의문이군요.

 

 

  네? 소크라테스가 직접 답을 준 것이 아니지만, 그런 그를 마주한 소피스트들을 통해 답을 제공받지 않았냐구요? 글쎄요. 분명 현재를 구성하는 자잘한 인식적 오류의 실체를 밝히며, 답이라고 생각될 수 있는 나름의 결론이 나오기는 합니다. 하지만 그것은 해당 소피스트에게 국한된 문제의 답일 뿐이지, 그것을 읽고 있던 저의 삶에 있어서는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았는데요. ‘말싸움에서 이기는 방법’이나 ‘진솔한 대화를 이끌어내는 방법’에 대한 것은 몰라도, ‘진리’에 대한 접근에 있어서는 자칫 ‘극한의 허무주의’를 마주하는 것이 아닐까 고민의 시간을 선물 받은 기분이었습니다.

 

 

  책은 표시된 것만 400쪽으로 다소 두툼합니다. 하지만 부록마냥 함께하고 있는 ‘해제’와 중간 중간에 깨알 같은 글씨를 자랑하는 ‘각주’을 빼버리면 그렇게 많은 분량이 아닌데요. 처음에 추천받은 대로라면 각각의 내용이 독립된 책으로도 나와 있을 것이니, 도전을 준비하는 분들은 각 권으로 나뉜 책을 찾아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아무튼, 이 책 또한 어느 하나의 완전한 책을 원본으로 한 것이 아니며, 개정․증보․합본판이라는 것을 ‘머리말’을 통해 알 수 있었는데요. 글씨만 보고는 내용을 올바르게 이해하기 힘들 것이기에 그 분량만큼이나 설명서가 붙어있기도 하지만, 그리 쉽게 읽히진 않았습니다. 하지만 언젠가 기회가 되면 편안한 마음으로 책을 다시 만나보고 싶어지는군요.

 

 

  그렇다면 제가 생각하는 진리가 무엇인지 알려달라구요? 제가 좋아하는 것은 아리스토텔레스의 이야기에 나오는 ‘동굴이론’과 그 속에 나오는 ‘이데아’에 대한 것입니다. 사전을 옮겨보면 이데아란 ‘모든 존재와 인식의 근거가 되는 항구적이며 초월적인 실재를 뜻하는 말이다.’라고 하는데요. 개인적으로는 만화 ‘샤먼킹’에서 멋지게 표현되었다 생각하는 ‘위대한 정신’이 그것과 비슷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그것이 무엇인가 하니, 현재라 말하는 ‘감각의 차원’에서 해결을 보지 못한 어떤 것에 대해, ‘꿈’을 통해 답을 발견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는데요. 과거, 현재, 미래는 물론 모든 시공간의 생각과 관념들이 뭉뚱그려진, 요즘 통신망을 빗대면 ‘사념의 클라우드 시스템’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이데아에서 신내림을 받듯 ‘필요에 의한 창조’를 말하고 있다 생각하는데요. 이렇듯 진리란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며 열려있는 모든 가능성을 논하는 것’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본디 인간의 감각이란 불안정한 만큼 상대적인 것이기에, 같은 것을 두고도 다른 평가를 내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니 말입니다.

 

 

  네? 아아. 제목인 ‘프로타고라스/ 라케스/ 메논’은 어렵고도 고상해 보이는 어떤 이론의 이름이 아닙니다. 물론 유명한 이론일 경우 그것을 만든 사람의 이름을 붙이기도 하는데요. 이 책에서는 소크라테스와 대화를 나눈 사람들의 이름일 뿐 입니다. 물론 그 사람들이 유명하지 않다는 건 아니지만, 최소한의 오해는 줄여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럼, 짧은 식견으로는 그저 재미있는 만남이었음을 적어보며, 이번 기록은 여기서 마쳐볼까 하는데요. 먼저 만난 도서 ‘영화로 만나는 교육학-교사 그리고 인격적 만남의 교육, 2001’ 말고도 괜찮은 책 있으면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비록 시작은 막연해도 태산은 먼지로부터 시작되는 것이니 말입니다.

 

TEXT No. 1987

 

 


Comment ' 10

  • 작성자
    Lv.99 句芒
    작성일
    13.05.17 01:06
    No. 1

    프로타고라스에 프로메테우스 신화이야기가 나오던가요? 이란 책을 보면 프로타고라스를 대중민주주의 최초의 이론가로 상찬하죠. 재밌게도 '덕은 지식인가?'(아레테는 에피스테메인가?)를 질문하는데 프로타고라스가 긍정의 답을 해, 소크라테스가 부정의 입장을 취하며 문답하는 걸로 기억합니다. 재밌는 대화편이라 생각합니다.
    라케스는 잘 기억이 안 나고, 메논편은 상기설이 나오는 대화편으로 알고 있고, 여기서 "라리사"로 가는 길에 대한 의미는 여러 곳에서 편하게 사용될 수 있을 거 같은데 그닥 플라톤에 관심이 없으니 안타깝죠. 딴 곳에서 플라톤 관련해서 잡담을 나눴는데 이곳에서 봐 재밌네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2 무한오타
    작성일
    13.05.19 12:45
    No. 2

    급하게 만났던 책이라, 다음에 여유를 가지고 다시 읽어보려 합니다^^ 처음에는 그저 어려울 것 같았는데, 읽는 순간은 재미있더라구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句芒
    작성일
    13.05.17 01:08
    No. 3

    첫 줄 ?뒤에 "소피스트 운동"이 빠졌네요. 알 수 없는 버그인지 제 실수인지 모르겠네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2 무한오타
    작성일
    13.05.19 12:46
    No. 4

    ...설마 금칙어일까나요? 크크크크크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마아카로니
    작성일
    13.05.17 15:43
    No. 5

    허억. 감상문도 어려워요 ㅠㅠ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2 무한오타
    작성일
    13.05.19 12:46
    No. 6

    괜찮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86 철쇄아
    작성일
    13.05.27 02:31
    No. 7

    동굴의 비유는 플라톤의 에 나오는 내용입니다. 이데아에 대한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이데아 자체보다는 보통 사람과 철학자의 차이와 함께 철학자가 어떻게 이데아를 인지하는지, 철학자들이 보통 사람과 의견을 나누고 그들을 이끌려고 하는 이유는 무엇인지에 대한 이야기라고 보는 것이 더 합당할 것입니다.

    이데아, 즉 '언제 어디서나 가장 좋은 것'이 어떤 것이며, 그것에 이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플라톤의 에서 이야기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너무 두꺼워서 그걸로 맞으면 죽을 것 같은 보다는, 얇고 가볍고 재미있는 을 저는 좋아합니다. ㅎㅎ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86 철쇄아
    작성일
    13.05.27 02:33
    No. 8

    어익후... 책 제목에 꺽쇠로 감싸면 제목이 안보이게 되는군요.

    동굴의 비유는 플라톤의 {국가} 에 나오는 내용이고, 이데아에 대한 이야기는 플라톤의 {향연} 에서 다루어지고 있습니다. -_-;;

    @ 아리스토텔레스가 동굴의 비유에 대한 이야기를 했는지 여부는, 그 분의 저작을 다 읽어보지는 않아서 잘 모르겠네요. 혹시라도 제가 엉뚱한 소릴 했다면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2 무한오타
    작성일
    13.06.01 00:10
    No. 9

    글씨 하나하나를 모두 기억할수는 없는 것이니까요^^; 기회가 되면 곱씹어보고 싶을 뿐 입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2 무한오타
    작성일
    13.06.01 00:08
    No. 10

    그렇군요^^

    찬성: 0 | 반대: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감상란 게시판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추천
4447 기타장르 설랑님의 부여섭을 읽고. +8 Lv.86 루바인 13.08.19 6,825 11
4446 기타장르 캘리코 조 를 보고 Lv.22 무한오타 13.08.05 2,155 0
4445 기타장르 [역사] 호설암, 중국의 상도(스포) +4 Lv.66 서래귀검 13.08.05 3,228 5
4444 기타장르 빨강 빨강 앵두 를 읽고 Lv.22 무한오타 13.08.02 2,136 0
4443 기타장르 꼬부랑 할머니 를 읽고 +2 Lv.22 무한오타 13.07.24 2,241 1
4442 기타장르 [중국고전] 경화연...중국판 걸리버 여행기 +2 Lv.66 서래귀검 13.07.02 2,997 2
4441 기타장르 허풍선이 남작의 모험 을 읽고 +6 Lv.22 무한오타 13.06.30 3,124 0
4440 기타장르 퇴마록 외전 을 읽고 +10 Lv.22 무한오타 13.05.25 6,242 0
4439 기타장르 주거인테리어 해부도감 을 읽고 +4 Lv.22 무한오타 13.05.21 3,380 0
4438 기타장르 기시 유스케의 게임 소설, 다크 존. +2 Lv.66 서래귀검 13.05.20 4,193 0
» 기타장르 플라톤의 프로타고라스/ 라케스/ 메논 을 읽고 +10 Lv.22 무한오타 13.05.16 2,893 0
4436 기타장르 [역사]메디쿠스, 서양판 동의보감 +7 Lv.66 서래귀검 13.05.14 3,423 0
4435 기타장르 잭 리처 시리즈, 현대의 서부극! +7 Lv.66 서래귀검 13.05.09 4,677 1
4434 기타장르 제국의 계보 1,2권 +12 Lv.81 lu****** 13.05.06 9,491 3
4433 기타장르 주거해부도감 을 읽고 Lv.22 무한오타 13.05.03 2,586 0
4432 기타장르 선생님은 너를 응원해! 를 읽고 Lv.22 무한오타 13.05.02 2,054 0
4431 기타장르 [역사/밀리터리] 눈 속의 독수리 +4 Lv.66 서래귀검 13.05.01 3,999 3
4430 기타장르 사쿠라바 카즈키 - 내남자 (스포있음) +3 Lv.4 사어 13.04.30 4,009 0
4429 기타장르 독일 교육 이야기-꼴찌도 행복한 교실 을 읽고 +4 Lv.22 무한오타 13.04.30 3,527 3
4428 기타장르 미야베 미유키, '흑백', '움직이는 돌' +3 Lv.66 서래귀검 13.04.26 2,226 1
4427 기타장르 바이킹 1-3 +5 Lv.66 서래귀검 13.04.24 3,509 0
4426 기타장르 나는 선생님이 좋아요 를 읽고 Lv.22 무한오타 13.04.21 3,310 0
4425 기타장르 괭이부리말 아이들 을 읽고 +8 Lv.22 무한오타 13.04.21 2,572 1
4424 기타장르 나쁜 어린이표 를 읽고 +2 Lv.22 무한오타 13.04.19 3,846 0
4423 기타장르 북큐브 탐방록 +37 Lv.1 [탈퇴계정] 13.04.17 8,622 8
4422 기타장르 딥스 를 읽고 Lv.22 무한오타 13.04.05 3,999 1
4421 기타장르 토드 선장과 블랙 홀 을 읽고 Lv.22 무한오타 13.03.30 2,210 0
4420 기타장르 꼬마 괴물과 나탈리 를 읽고 Lv.22 무한오타 13.03.29 2,302 1
4419 기타장르 댄스 댄스 댄스 를 읽고 +4 Lv.22 무한오타 13.03.29 1,749 0
4418 기타장르 다시보고 싶은 작가님들의 작품들 +30 Lv.38 독자에요 13.03.17 9,164 6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genre @title
> @subject @ti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