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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어린이표 를 읽고

작성자
Lv.22 무한오타
작성
13.04.19 00:45
조회
3,845

나쁜어린이표.jpg

제목 : 나쁜 어린이표, 1999

지음 : 황선미

그림 : 권사우

펴냄 : 웅진주니어

작성 : 2013.04.18.

 

 

“아무리 좋은 것이라도, 나쁜 다른 면은 항상 있기 마련이었으니.”

-즉흥 감상-

 

 

  ‘나쁜 어린이표? ‘표’라는 이름의 어린이가 있는데 행실이 나쁘다는 건가?’ 이것은 여느 날과 같이, 책을 있어야할 지라에 열심히 꽂고 있던 중 문득 떠올린 생각입니다. 하지만 일은 일이고 취미는 취미이니, 피어나는 호기심을 고이접어 망각의 창고에 집어넣어두었는데요. 한참의 시간이 흘러서야 그 의문을 해결해 볼 수 있었다는 것으로, 소개의 시간을 조금 가져볼까 합니다.

 

 

  내용은 간단합니다. 작가가 될 수 있었던 계기에 대한 어린 시절을 통해 인사를 건네는 글쓴이의 속삭임은 살짝, 방금 ‘반장 선거’를 마친 교실로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그리고 아쉽게 탈락한 ‘건우’라는 친구가 주인공임을 알리는데요. 알고 보니 반에서 일어나는 모든 사건 사고의 현장에 꼭 있는 그런 친구였습니다. 아무튼 건우가 속해있는 반에는 ‘착한 어린이 표’와 함께 ‘나쁜 어린이 표’라는 것이 있다고 하는데요. 사고뭉치 건우는 그중에서도 최고로 많은 나쁜 어린이 표를 받고 있다는 사실에 괴로워하고 있었는데…….

 

 

  그렇군요. ‘표’라는 이름의 나쁜 어린이가 주인공이 아닌, 착하고 나쁘고를 평가하는 기준으로서 ‘표’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소문으로만 들어봤던 ‘칭찬 스티커’와 비슷한 것이 아닐까 하는데요. 최근에 들어서야 그 존재를 알게 된 ‘칭찬의 역효과, 2010’ 보다 10년이나 앞서 그것을 담은 작품이라는 점에서 감탄을 아끼지 않으려 합니다. ‘학교란 무엇인가 6부작’을 통해 화제가 되었던 이슈를, 비록 부분적이나마 훨씬 앞서 이야기했기 때문인데요. 목적을 위한 발판으로 목표를 세우는 것만이 아닌, 가치 척도를 위한 수단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이 멋지게 표현된 것 같습니다.

 

 

  소문으로는 ‘나쁜 선생님 표’가 나온다는데 정말이냐구요? 소문의 실체는 본인이 직접 확인해보는 것이 더 좋긴 하지만, 맞습니다. 가는 곳마다 사건 사고가 발생하기에 저주받은 캐릭터로 묘사되는 ‘탐정’처럼, 우리의 건우도 계속해서 나쁜 어린이표가 쌓여감에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는데요. 뭔가를 잘 하려고 해도 예상과는 다르게 전개되는 상황 속에서 ‘데스노트’ 아니, ‘나쁜 선생님 표’를 만들기에 이릅니다. 이 부분에서 ‘평가의 대상’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었는데요. 요즘이야 학생은 물론 교사와 그 밖의 다양한 것들이 평가의 대상이 되고 있다지만, 이 작품은 1999년에 나왔습니다. 때는 바야흐로 제가 한창 고등학생이었으니, 어느 학생이 감히 교사를 평가하고 그것도 모자라 작은 승리를 취할 수 있었을지 모르겠는데요. 작품은 그 당시에 나름 파격적인 장치를 선보인 것은 아니었을까 합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삽화’입니다. 특히 건우의 내적 갈등이 절정에 도달하는 것도 모자라 그 한계를 넘어섰고, 나름의 해결책으로 나쁜 어린이표를 찢어 변기에 넣고 물을 내린 다음의 삽화가 정말 멋졌는데요. 건우는 저렇게 해도 용서를 받을 수 있었지만, 저는 뭡니까. 대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인이 되면서 ‘자유의 깃털 날개’가 아닌, ‘책임의 강철 날개’가 자랑하는 무게에 짓눌려 허덕이는 마음이 꿈틀거리는 듯 했는데요. 비록 성인이 되었지만, 마음 속 어느 어두운 귀퉁이에 쪼그리고 앉아있을 ‘순수한 나’에게 그저 토닥이고 싶을 뿐입니다.

 

 

  책은 표시된 것만 95쪽으로, 지면을 가득 채우는 그림과 함께 큼직한 글씨들로 읽기 편했습니다. 삽화는 사실적으로 그려져 있음에도 따뜻한 느낌의 붓 터치가 인상적이었는데요. 내용도 내용이지만 어린 시절을 되돌아보게 하는 마력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무엇보다도 건우의 이야기 중에 등장하는 ‘과학상자’에서 뜨끔 했는데요. 이래봬도 저라는 사람, 교내 대회에서 솜씨를 인정받아 시 대회까지는 가봤던 경험이 있습니다. 물론 그것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지만 말입니다! 크핫핫핫핫핫핫!!

 

 

  학생과 교사라. 지금은 잠시 쉬고 있지만, 초등학교 학교도서관에서 사서로 열심히 일을 했었습니다. 그러면서는 ‘아직 교사 자격증이 없으니, 그동안 내가 생각하던 방식으로 아이들과 놀아보자!’라는 마음으로 어린친구들과 부대끼며 지냈었는데요. 아무리 ‘독창적인 마음으로 이것저것 열심히 했어도 결국 나의 것이 아니더라’…라는 우울한 생각은 잠시 옆으로 밀어두겠습니다. 대신, 남동생만 셋 있는 맏형으로서 익혀왔던 수많은 기술들을 총동원해, 학생들과 함께 웃고 울고 정신이 하나도 없었는데요. 사정상 학교를 그만두고, 손님으로서 학교를 찾았을 때 ‘선생님 왜 이제와요!’라며 반갑게 달려들던 녀석들이 눈앞에 그려지는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용건만 간단히’ 하라구요? 으흠. 그러니까 말입니다. 선생님이 무서워 벌벌 떨었던 저의 꼬꼬마시절과는 달리, ‘지킬 것만 잘 지키면 우리는 평등하다’라는 것을 실천할 수 있었던 그때가 그리워지는데요. 이왕 이렇게 된 것! 더욱 잘난 선생님이 되어, 어린 친구들과 함께 잘난 인생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을 다음날을 꿈꿔 보렵니다.

 

 

  네? 하긴 그것도 그렇군요. ‘나쁜 어린이표’를 통해서 발생했던 이야기 중에 ‘학생간의 격차 조장’을 말할 수도 있습니다. 책 안에서는 ‘아이 싸움이 어른 싸움 된다’와 같은 상황으로까지 확대되지 않았으니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모르는데요. ‘애들이 알긴 뭘 알아’라고 하지만, 현장에서 마주한 ‘그들만의 미묘한 격차’라는 것이 무섭더라는 것을, 반장과 건우의 마찰 속에서 맛볼 수 있었다고만 적겠습니다.

 

 

  그럼 소설 ‘괭이부리말 아이들, 2000’의 감상문으로 이어보며, 이번 기록은 여기서 마칠까 하는데요. 교육에 관한 이론서를 열심히 읽는 것도 좋지만, 이렇게 이야기를 통해서 감상과 생각의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참 좋습니다. 그리고 도서 ‘나는 선생님이 좋아요 兎の眼, 1974’의 감상문도 대기중인데요. 읽어보면 좋을 다른 책 있으시면 또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덤. 학창시절을 통해 학교에 대한 회의를 가지고 있다면서, 오히려 점점 학교와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괴롭습니다. 공부를 계속 하지만 점점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사실이 정말 괴롭습니다.

 

 

TEXT No. 1976

 

 


Comment ' 2

  • 작성자
    Personacon 용세곤
    작성일
    13.04.19 16:56
    No. 1

    이거.. 읽은지 오랜만에 보니 기억의 편린이... 주인공이 선생님의 실수한 점을 수첩에 적은 걸 선생님이 본 거.... ㅇ?ㅋㅋ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2 무한오타
    작성일
    13.04.21 21:00
    No. 2

    선생님이 실수한 것 보다는... 마음에 안든 것을 적은 것 같습니다 크크크크크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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