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촌부
작품명 : 자승자박
출판사 : 청어람
<감상글은 편의상 평어로 작성했습니다.>
시간이 없어 보지 못했던 자승자박을 드디어 봤다. 역시 내 취향의 무협이었다. 코드가 이렇게 내게 딱 맞을수가!
촌부님의 글은 특별하다. 다른 작가들의 글에서 찾아볼 수 있는 포스(Force)라던가, 분위기는 찾아볼 수 없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무겁지 않다는 건 아니다. 1,2권은 가벼운 이야기 위주로 가다가, 3권부터 7권까진 무겁고 진중한 이야기가 나온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나머지 권들이 모조리 무거운 이야기만 다루는 것은 아니다.
내가 좋아하는 환상소설은 '아기자기한 소설'이다. 한 편의 동화를 보는 것과 같은 아련하고 아기자기한, 아름다운 그런 소설. 그런 부분에서 촌부님의 글은 내게 딱 맞다. 촌부님의 글은 맛깔스럽고,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이 잘 담겨져 있다. 전작, <우화등선>의 주인공은 순수하다. 세상을 맑고 올곧게 바라보는 아이의 눈을 가지고 있다. 이번 주인공은- 비슷하지만 다르다. 그는 모든 기억을 잃고 태아(胎兒)와도 같다. 그리고 의현(醫賢)이 기억을 되찾고 난 뒤엔 세상의 모든 고련을 겪고 난 사람으로 변한다. 하지만 그는 기억을 잃었을 때의 순수를 잃지 않았다. 그렇기에 아름답다.
그의 진짜 이름은 끝까지 나오지 않는다. 마지막 부분에서야 의현 본인도 굳이 입 밖에 낸다.여지껏 떠올리지 않고 언급하지 않던, 회한이 깃든 그의 이름을 다시 입 밖으로 낸다는 것은 그가 과거로부터 자유로워지고, 돌아갈 곳 없던 그가 마음의 안정과 평안을 찾게 되는 의미이었을까.
우화등선은 그럭저럭 알려져 있는 편이지만, 어째서인지 자승자박은 잘 알려져있지 않다. 내가 보기엔 이야기를 그리는 문체가 더욱 수려해진 것 같은데. 굳이 단점을 꼽자면야, 역시 주인공과 팔선이 너무 강하다는 것 정도? 고명하신 무림명숙들이 주인공과 팔선 손짓 하나하나에 우르르 튕겨나가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야, 현대 소설에서 초능력자가 초능력으로 국군을 쓸어버리는 장면이 생각난다.
지금 문피아에 연재중이신 신작 <화공도담>은 그런 단점도 사라진 것 같고, 문체는 더더욱 수려해졌다. 게다가 소재도 무인이 아닌 화공이니.. 이번엔 또 촌부님이 어떤 이야기를 그려내실지 떨리는 가슴 부여잡고 한껏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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