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장경
작품명 : 철산호
출판사 : 로크
언제부터인가 더이상 무협에 기대지 않게 되었다. 그렇다고 다른 것, 예를 들면 환타지(판타지) 같은 것에 기대지도 않았다. 그저 한 두발 정도 물러서서 무협을 보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그 이유를 무얼까. 처음에는 생각도 해 보았다. 그러나 곧 그만 두었다. 결론이 너무 쉽게 났기 때문이다.
향기를 가진 글, 자신의 색을 가진 글, 눈으로 보되, 마음으로 느끼게 하는 글. 그런 글이 더이상 나오지 않아서였다. 아니 나오긴 하되, 마치 가뭄에 콩나듯이 정말 적은 수의 글이 나오기 때문이었다.
그 예전......이라고 하면 너무 오래 되었나? 아무튼 과거 한때에 나오던 무협을 보면 무지개를 보는 듯 했다.
그 알록달록함에 시선을 빼앗기고, 잡을 수 없는 것을 더욱 간절히 원하듯이 무협이 주는 환상에 깊이 심취하게 되었다.
나의 일생은 그리 길지 않다. 누가 들으면 "하하하! 아직 젊군."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의 나이이다.
이 짧은 내 삶이지만 '무협'이라는 두 글자는 아주 많은 것을 차지하고 있었다...... 있었다,라는 것은 과거형이다. 그럼 지금은 그렇지 않는가? 답은 그렇지 않다이다.
그 이유는 저 위에서 말을 한 것과 같다.
요즘 나오는 글들을 보면 가끔 한 숨이 나온다. 천편일률적인 글. 다른 사람들이, 다른 생각으로 썼겠지만 마치 공장에서 찍어낸 듯, 아주 오래전, 약 20년전쯤에 양산되었던(그 당시에는 정말 공장, 여기서 공장은 상징적인 단어입니다.) 무색무취한 아무런 느낌도 없던 그저 그런 자극들로만 가득이 채워져 있던 그런 글 같다.
아무런 생각도 읽어낼 수 없는 그런 무협. 읽다가 읽다가 지쳐서 더이상 무협을 보게 되지 않게 하던 그런 무협. 현재 어르신들이 가지고 있는 '무협은 한심한 글'이라는 생각을 가지게 한 글. 그거와 같았다.
나를 심취하게 하였던, 나를 '무협'에서 빠져들게 하였던 그런 무협은 과연 어디로 갔는가!
처음에는 기다렸다. 언제가는 그때, 그 당시의 무협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하루, 이틀, 삼일......한 달, 일 년 그렇게 계속해서 시간이 지나다 보니 어느새 멍하니 있는 나를 발견하였다. 그리고 더이상 무협에 희망을 두지도 않았다. 쉽게 이야기해서 포기했다고 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그랬다. 난 지쳤고 무협을 포기했다. 보는 것을 포기한 것은 아니다. 그냥 예전 그 무지개 같던 무협이 나오는 것을 포기했고 그저 가끔 나오게 되면 그것을 보는 것으로 만족하게 된 것이다.
곰곰히 생각해보면 그 당시의 무협은 무지개가 맞는 것 같다. 항상 그리워하게 되고 갈구하게 되지만 손으로 잡을 수 없는 것.
무지개가 맞다. 혹은 꿈이었던가.
어찌되었던 무협에 대한 예정이 상당히 적어져 있던 나였다. 그리고 그 애정이 점점 더 적어져 가고 있었다.
점차 향기를 가진 무협이 더욱 적어지고 있었기에.
그런데...... 그런데 말입니다.
2006년. 현재 믿을 수 없는 무협을 보았습니다.
현재의 풍토에서 과연 나올 수 있는 글인가? 라는 생각이 들 정도의 무협이었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 철산호!
'장경'님......의 최신작.
진짜, 정말 진짜 무협이었습니다.
철산호를 보는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제 가슴이, 제 심장이 다시 뛰기 시작했습니다. 아련한 향기가 제 코 끝을 맴돌았습니다.
읽는 순간 즐거움을 주는 것이 아니라 읽고 난 후에 더 큰 감흥을 주는 소설.
맞습니다. 이건 소설이었습니다. 진짜, 무협소설이었습니다.
책 안에 사람들이 살아 움직이고 그 삶들에서 내 가슴을 움직일 수 있게 하는 소설.
물론 무협의 본질은 재미라고 합니다. 하나 어떤 것이든지 과하면 아니한만 못하다고 했습니다. 재미만 좇다 보니 균형이 무너진 무협을 요즘들어 많이 보았습니다. 흐름이 제대로 이어지 않았거단 장면에 무리를 주는 바람에 이게 뭐야? 라는 생각을 하는 무협이 많아졌습니다. 하나 "철산호"는 달랐습니다. 가만히 앉아 정독해 보세요. 아니 1권, 2권만이라도 제대로 읽어 봐 주세요. 조금 거북하거나 읽기 불편하더라도(현재 무협이나 판타지 글에 익숙해진 사람들) 조금만 집중해서 읽어봐주세요. 그럼 아시게 될 것입니다. "철산호"가 어떤 글인지. 왜 사람들이 이 글에 대해 찬사를 아끼지 않는가를.
"철산호"의 내용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그냥 본인이 직접 읽고 느껴보세요. 진짜 괜찮은 무협이 무엇인지를.
- 개인적으로 괜찮은 무협 1권 사기 운동을 제창하고 싶습니다.
자신이 선택한 책을 읽고 정말 괜찮다고 느끼신 분들이라면 그 책을 사주세요. 왜 이런 책들만 나오지 않냐고 한탄만 하지 마시고요. 그냥 조용히 그 책을 사주세요. 그럼 그 글을, 그 괜찮은 글을 써주신 작가 분은 힘을 얻습니다. 그리고 그 힘은 여러분의 즐거움으로 다시 돌아갈 것입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장르의 글은 자신의 손으로 살릴 수 있다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부탁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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