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조진행
작품명 : 기문둔갑
출판사 :
조진행님의 글인 기문둔갑이 드디어 10권으로 완결됐습니다. 사실 전 9권을 보면서 이런 예언을 했었습니다.-_-;
"아, 이제 다음권이 완결이겠네."
역시 10권으로 완결이 났더군요.
천사지인과 비슷한 전개 때문에 그런 생각이 들었던 것 같습니다.
천사지인은 기문둔갑과 비슷하지만 좀 더 비주류적인 느낌의 글이었죠. 그 글 역시 기문둔갑과 무척 비슷한 전개를 가졌던 것 같습니다. 조금 더 도교적이고 인간의 근본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글이었는데 이번 작품은 대중의 취향과 어느정도 접점을 찾으려 한 느낌이 듭니다. 하지만 초반부에 비해 뒤로 갈수록 진지한 고찰은 줄어들고 적이 오고, 죽이고, 악당의 이야기를 전해듣는 형태가 반복됩니다. 예전보다 좋아진 점도 분명히 있지만, 제겐 이 점과 가늘어진 구도의 발자국이 아쉬웠습니다. 재미를 위해 조금 더 가볍게 쓰신 느낌이 들지만 크게 팔리지 않았다는 것은 재미 역시 성공하지 못했다는 이야기가 되겠네요. 천사지인에 비해 크게 변한점이 없다는 게 아쉽다면 아쉬운 점입니다.
첫번째 이야기와 이어지는 것인데 천사지인과 마찬가지로 너무 사람을 쉽게 보내버립니다. 주인공이 강해진 이후 일어나는 현상인데 일종의 폭주랄까요? 글의 흐름이 부드럽다가 레코드판이 튀기는 것처럼 위화감이 느껴집니다. 한 챕터에 하나씩 적이 나타나 죽어갑니다. 그럼으로써 악당의 전언이 배달되고 이야기가 진행되죠. 그 사이에서 주인공의 동료들은 의미를 잃습니다. 너무 주인공 위주의 전개가 되죠. 소설은 주인공만이 엮어가는 이야기가 아닌데 이 소설에선 적과 동료에게 의미를 부여해주지 못했기 때문에 글이 엇나가는 느낌을 받게 되었다고 봅니다. 적은 너무 빨리 죽고 동료들은 할 일이 없죠. 7권이던가요? 아무튼 세외삼선이 노군의 애인을 삶아먹었던 무렵엔 제법 생동감이 느껴졌는데 10권의 전투장면에서는 정당성도, 파릇파릇함도 느껴지질 않더군요. 세외삼선은 악당 치곤 제법 오래 살았기 때문에(...)읽는 사람에게 여러가지 모습을 보여주었고 그게 생동감을 줬다고 보거든요.
혹시 주인공이 도를 추구하는 인물이라 글도 너무 담담해진 걸까요?
게다가 개연성없는 분노 역시 소설의 몰입감을 떨어뜨린 것 같습니다. 세외삼선에게 복수를 할 무렵에는 그 분노가 개연성있게 느껴졌지만 10권에서 자신을 포박하기 위해 온 사대세가의 인물들에게 품은 생각을 보면 의아함이 먼저 떠오르죠. "이게 도를 얻은 자가 할 생각일까?" 라는 의문이.
그렇지만 언제나 그렇듯 구도를 위한 길을 끝까지 걸어가는 주인공의 모습이 좋습니다. 특히 이번 10권에서 나온 십우도에 관한 글은 작가님의 노력을 알 수 있는 부분이었습니다. TV를 보니 마침 십우도에 대한 방송이 나오고 있더군요. 흑우가 백우로 탈바꿈하는 과정을 그렸다고 하더군요. 왠지 TV를 보면서 오버랩되는 기문둔갑의 이야기. 이런 글은 쉽게 잊혀지지도 않고 바깥세상의 자극이 올 때마다 문득문득 떠오르더군요. 전 이 느낌때문에 조진행님의 글을 좋아합니다. 남는 게 있는 글, 멋지지 않나요?
글 다 쓰신 작가분께 할 말은 아니지만 이제 '선인지로'가 나왔으면 하는게 제 바람입니다, 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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