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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Lv.3 팔란티어
작성
08.08.19 01:39
조회
805

작가명 : 김철곤 外

작품명 : 한국 환상문학 단편선

출판사 :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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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환상문학 단편선(시작)

  웅진씽크빅의 장르문학 임프린트인 ‘시작’에서 『한국 환상 문학 단편선』이 나왔다. 공교롭게도 황금가지와 같은 기획의 단편선이 나온 것인데 일단 언론의 주목을 받는다는 점과 독자들에게 다양한 작가의 환상문학 단편을 보여줄 기회가 되었다는 점에서 좋은 현상으로 생각된다.

  황금가지에서 나온 『한국 환상 문학 단편선』과 시작에서 나온 『한국 환상문학 단편선』은 작가진이 다른 만큼 전혀 다른 색을 보여주고 있어서 흥미롭다. 황금가지의 『한국 환상 문학 단편선』이 현대를 배경으로 한 환상이 많고, 장르 판타지적 세계관의 단편이 없는 것에 반해 시작의 『한국 환상문학 단편선』은 장르 판타지적 세계관의 단편도 보이고, 좀 더 전형적인 판타지 단편들로 채워져 있다. 이는 국내 환상 문학의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즐거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또한, 두 개의 책이 나옴으로써 언론의 주목을 끌게 된 것도 좋은 점으로 작용했다.

  시작의 『한국 환상문학 단편선』은 황금가지의 단편선보다 작품 수가 하나 적음에도 불구하고 훨씬 더 두꺼운데 이는 분량이 많은 단편들이 실려 있기 때문이었다. 가장 많은 분량을 자랑하는 것은 「과거로부터의 편지」(이상민),  「카나리아」 (정지원) 등으로 54페이지였다.

  처음 책을 봤을 때 빳빳한 느낌이 드는 광택 코팅지의 표지나 편집 상태 등이 마음에 들었고 두께도 두툼하여 전체적으로 책 외형에서 깔끔하고 좋은 인상을 받았다.

  그럼 이제 아홉 편의 단편들에 대한 짧은 단평으로 들어가겠다.

  상아처녀 / 김철곤

  이 작품은 기존에 장편 소설에 실렸던 단편이라고 한다. 그러나 나는 처음 보았고 무난하게 읽었다. 이 단편은 피그말리온 신화를 모티브로 썼다. 피그말리온 신화는 피그말리온이라는 청년이 상아로 여인을 조각하여 사람처럼 보살피다가 아프로디테 신에게 한 기도가 이루어져 조각이 사람이 되었고 둘은 결혼했다는 이야기다. 이 단편은 이 신화를 SF적으로 바꾸어서 원작과는 다른 결말로 적었다. 잘 읽었지만 지나치게 평이하다는 단점을 가지고 있는 단편이었다.

  카나리아 / 정지원

  예전에 환상문학웹진 ≪거울≫의 소재별 앤솔러지 중 흡혈귀를 소재로 한 단편들은 모은 『혈중환상농도13%』에서 처음 읽은 단편이다. 처음 읽었을 때는, 비상식적인 인물들이 보이는 강렬한 광기가 인상적인 작품이었다. 이 단편집에 수록되어 두 번째 읽었을 때는 역시 그 처절하고 한없이 우울하고 날카로운 광기가 섬뜩하게 다가오면서도 이것이 흡혈귀라는 소재보다는 세 사람의 시점으로 그려진 감정의 대립과 혼란이 새롭게 읽혔다. 사실 흡혈귀라는 설정은 소재로 다뤄진 감이 있고 그보다는 정체성을 찾고 자신을 인정하고 떠나간 사람과 남겨진 사람의 감정이 잘 교차된 글이라고 할까. 이해받을 수 없는, 자신도 인정하기 싫은 광기, 소통하고 이어진다는 것과 단절되고 끊어진다는 것. 감정을 공유하고 이해하고 이해 받는다는 것. 그런 느낌들이 음울하게 직조된 글이었다.

  용의 비늘 / 최지혜

  「용의 비늘」은 환상문학웹진 거울에서 웹상에 올라온 글로 읽은 글이었다. 처음에 우투족의 왕녀 레첸으로 시작하는 부분들이 분위기가 좋고 마음에 들었다. 우투 족의 문헌에 남은 부분을 서술한 부분인데 오래된 문헌 분위기가 살아있어서 고풍스럽고 전설적인 느낌이 났다고 할까. 그 이후 부분은 웹상과 책에 실린 단편의 내용이 달라졌다. 웹에 실린 글에서는 시공간이 멈추는 씬이 있어서 재미있게 읽고 인상적이었는데, 글에서 전체적으로 튀어서 그랬는지, 내용 전개상 무리가 있어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아무래도 웹상의 글은 뒷부분의 반전이 너무 쉽게 예상가는 면이 있는지라) 개인적인 취향으로는 평범하게 처리된 첫 만남보다 시공간이 멈춘 상태에서 만나는 장면이 인상적이어서 더 좋았다. 전체적으로 깔끔하게 다듬어진 글로 바뀐 것 같았다. 처음 읽었을 때도 예상이 가는 전개와 결말임에도 불구하고 꽤 근사하게 읽었던 글이었다. 이 글은 애초부터 의도나 구성이 이러한 전개와 결말로 정해진 글이었고, 그만큼 안정적인 패턴인 면도 있는 터라 즐겁게 읽었다.

  윈드 드리머 / 방지나

  「윈드 드리머」는 과거 명상에서 『윈드 드리머』 단편집에 수록되었던 단편을 재수록한 것이다. 당시에 표제작으로 선정될 정도로 안정적인 글이었지만, 조금 심심하기도 했던 단편이라 내용이 기억이 나지 않았다. 이번에 다시 읽으니 장르 판타지 세계 안에서 ‘비행석’이 있어야만 날 수 있는 ‘비공정’이 존재하는 세계를 그린 단편이었다. 무난하고 평이한 글이라 재미가 덜한 글이었다. 이번에 초청 단편으로 실었다고 하는데 이왕이면 신작이 실렸다면 훨씬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사육 / 홍정훈

  흡혈귀 사냥꾼에게 쫓기는 흡혈귀를 다룬 단편이다. 흡혈귀를 약자로 그려낸 발상의 전환이 재미있고 인상적인 단편이나, 문제는 처음 읽는 독자라면 모르겠으나 『월야환담』을 이미 접한 독자들에게는 새로울 게 하나도 없는 단편이었다. 『월야환담』의 외전이라고 들었으나, 그냥 『월야환담』 안에서 다루어진 이야기를 짧은 분량으로 쓴 것에 불과하달까. 그런 점 등에서 아쉬움이 남는 글이었다.

  목소리 / 류형석

  이 단편집에서 단연 돋보이는 글이었다. 해설에도 나와 있듯이 『요새지이』 등 동양의 옛 이야기, 설화, 전설 등의 분위기가 나는 소설로 고전적인 느낌이 잘 살아있는 문체와 전혀 어색하지 않고 오히려 기이한 이야기에 빨려들게 만드는 스토리가 인상적인 글이다. 이 단편집에서 가장 잘 몰입해서 읽은 글로 잘 쓰였고 재미있었다.  

  내가 바란 단 하나의 행복 / 이성현

  이 단편 역시 장르 판타지 세계관이 등장한다. 마법사가 이 소설의 중요한 갈등을 제시하는 것이다. 행운과 불운이 두 친구에게 나뉘어 가는 저주를 받는다. 사랑하는 여자 또한 친구에게 가고 남자는 불운만이 남게 되었다고 절망한다. 판타지 세계관에 로맨스를 결합한 소설로 반전이 인상적이지는 않으나 무난하게 읽을 수 있는 단편이었다.

  세계는 도둑맞았다 / 김재한

  우리가 사는 현대에 갑자기 엄청나게 진보한 기술들이 공개된다. 곧 그 기술들의 정체는 마학이 결합된 마법사들이 퍼트린 것으로 밝혀지고, 마법사들은 앞으로 나타날 적들을 위해 인류와 힘을 모아 싸우려 한다. 소재도 신선했거니와, 평행 우주, 시간 이동, 마법, 외계인, 악마 등등이 결합된 세계관은 매력적이었다. 온갖 강렬한 소재들을 결합했음에도 불구하고 잘 섞여있어서 독자가 위화감을 느끼지 않고 이야기에 집중할 수 있었다고 할까? 이 소설은 어떻게 보면 라이트노벨 형식에 딱 맞는 글이라고 할 수 있는데,(현대를 배경으로 한 새로운 세계관, 특정 먹을 것을 밝히는 강력한 미소녀와 특이한 능력이 있으나 강력하지는 않은 소년의 만남 등등은 라이트노벨의 전형적인 공식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스승과 제자라는 설정이나 기타 변주 등은 개성을 살리고 있기도 하다.) 따라서 단편으로 끝나기 보다는 장편으로 펼쳐질 이야기가 기대되기도 하였다. 프롤로그 성격으로 볼 수 있었다고 할까. 현대에 마법 소녀가 결합된 형식은 모 라이트노벨이 떠오르기도 하는데, 작품의 재미와 수준은 분량이 적음에도 불구하고 이쪽이 훨씬 소재와 캐릭터를 잘 살렸고 매력적이었다. 단편집에서 눈에 띄는 글 중에 하나였으며(단편의 구조미를 생각할 때 단편에 걸 맞는 세계관과 내용은 아니겠으나) 취향에 맞아 재미있게 읽기도 하였고 이후에 이 세계관을 바탕으로 나올 장편 소설도 기대가 되었다.

  과거로부터의 편지 / 이상민

  이우혁 작가의 『퇴마록』 같은 퇴마물인데 진부한 내용 전개와 큰 반전이 없고 캐릭터도 매력이 못 살아나서 아쉬움이 많이 남는 글이었다. 전체적으로 인터넷 상에서의 평도 많이 안 좋은 듯하다. 작품 내에서도 『퇴마록』이 몇 번이고 언급되고 ‘현암’까지 언급이 되는데 이건 플러스보다는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마이너스로 작용한 듯싶었다. 아무리 비슷한 류의 소설이라고 해도 작중에서 캐릭터가 ‘이게 무슨 영화 뭐도 아니고, 책 뭐도 아니고’ 이런 식으로 말하는 건 세련되지 못하고 촌스러운 느낌이며 흐름을 깨트린다고 할까. 허구의 이야기에 독자가 몰입하려고 하고 있는데, 오히려 ‘이건 가짜야’라고 작가가 외치는 듯한 기분이라서 읽다가 글에서 튕기는 기분이 들었다. 이야기나 결말도 안이하고 특히 퇴마물에서는 퇴마사의 개성이나 특징이 살아나야 하는데 캐릭터성도 못 살리고 특징도 전무했다. 퇴마 형식이라도 특이했으면 좋았을 것을. 이야기도 단순했는데, 대부분 필요 없는 부분은 삭제하고 간단한 서술로 넘어가고 결말 부분을 중심으로 해서 ‘과거로부터의 편지’가 온 이후의 시점으로 몇몇 캐릭터와 새로운 사건이 곁들여서 이야기가 진행되었다면 훨씬 더 좋은 작품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독자도 상상할 수 있는 뻔한 이야기를 앞에서 길게 서술해봤자 재미가 없으며 그나마 끝에서 새로움을 주고 있는데, 오히려 그것이 전개가 되었으면 더 나은 글이 되었을 것 같았다.

  리뷰를 마치며

『윈드 드리머』 이후로 8년 만에 나온 한국 환상 문학 단편선. 8년 동안 한국 환상 문학은 많이 발전했을까? 아니면, 제자리걸음일까? 적어도 단편 장르문학은 발전할 계기나 기회를 가질 수가 없었다. 장르 단편을 발표할 지면이 8년 동안 턱없이 부족했다. 이번에 두 출판사에서 나오는 『한국 환상문학 단편선』을 계기로 한국 환상문학 단편이 더욱 발전할 수 있기를 바란다. 두 출판사에서 모두 앞으로 꾸준히 단편선을 내겠다고 밝힌 만큼, 작가들 역시 이번 첫 시도보다 더 좋은 글을 써내고 독자들 역시 이런 토대로 단단히 뿌리내릴 수 있도록 지지해주고 책을 구입해서 읽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본다. 작가, 출판사, 독자가 모두 한 마음으로 노력해야지만, 한국 환상 문학 단편이 척박한 대지에 뿌리를 내릴 수 있지 않을까?

  저번에 읽은 황금가지의 단편선도 그렇기 이번 시작의 단편선도 물론 완벽한 단편선은 아니고 아쉬운 작품들도 상당히 많다. 그러나 이것이 첫걸음이기에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것은 당연하고, 이런 시도가 계단처럼 쌓이고 쌓여야 마침내 새로운 문까지 당도할 수 있을 것이다. 기대한 것만큼의 글을 써낸 작가도 있었고, 기대한 것보다 아쉬움이 컸던 작가도 있었다. 다음 기회에는 또 어떤 작품들로 채워질지 기대되기도 한다. 이런 단편선이 앞으로도 쭉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분명 한 권, 한 권 나올 때마다 더욱 멋진 단편선이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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