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프로즌
작품명 : 일곱번째 기사
출판사 : 환상미디어
재밌는 소설을 찾다가 한담란에서 요청글에 달린 일곱번째 기사를 추천한다는 댓글을 보고 이전에 제목은 인상깊었지만 읽진 않았던 나온지는 꽤 오래된 일곱번째 기사를 읽게 되었습니다.
'일곱번째 기사'는 완결까지 책을 읽지 않는 경우가 많지 않은 제가 쉬지않고 완결까지 읽어내려가게 만든 소설입니다.
시작 부분의 생존기는 비록 생존하기 위한 현실적인 고뇌가 담겨있습니다. 제가 느끼기에는 너무 길어지는 감이 있어서 읽는 것을 관둘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길어짐에도 불구하고 흥미를 잃지 않게 하는 힘이 있었고, 그로 인해 본격적인 이야기의 진입까지 읽어 내릴 수 있었습니다.
차원이동을 하고 난 후 비록 시작은 자신의 생존을 위한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주인공 '한지운'은 지구와 같은 방향으로 흘러가는 중세 역사의 흐름을 마주합니다. 그 역사의 흐름에서 지구에 벌어진 인간들의 과오와, 그로 인한 피해를 줄이기 위해 드래곤이자 최후의 주시자 '지스카드'가 부른 세계의 '일곱번째 기사', '한 포를란 지스카드 데 지운자작'으로서 세상을 변화시켜 나갑니다.
일단, 거슬리는 부분이 아예 없던 것은 아닙니다.
주인공이 천재적인 시인이라는 부분만해도, 개인적으로 시에 대해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입장인 저에게 있어서 등장인물들이 시를 듣고 그렇게 단번에 감동하는 부분은 의아했으니까요. 게다가 현재 인정받는 예술가들이 과거에도 다 인정 받았던 것 또한 아니지요.
또한 저는 개인적으로 '초자연적인 힘을 이용하여 극의 긴박한 국면을 타개하고, 이를 결말로 이끌어가는 수법'이라는(출저 네이버 백과사전) '데우스 엑스마키나'적인 요소를 싫어합니다. 그런 제가 느끼기에 주인공을 인정받게 하기위해 왕성에 등장하는 초월자이자 주시자인 '지스카드' 라던가, 인간을 아득히 초월한 힘을 지닌 진조(흡혈귀) '르페르샤'와 하이엘프 '루시엘'의 '개입'. 그리고 최후에 신의 의지가 프레드릭에 있다고 여기게 만들기 위한, 본래 세계로 돌아가는 장면에서 보여지는 '황금빛 그랜드 크로스' 등이 '데우스 엑스마키나' 적인 요소로 인식됩니다.
이런 제가 싫어할 수 있는 요소를 지니고 있음에도, '일곱번째 기사'는 호흡을 놓치지 않게하는 필력으로 제가 이 부분에 대해 깊게 거부감을 느끼게 하지 않고 책을 계속 읽어내려가며 재미를 느끼게 하는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소설들은 독자들의 대리만족을 추구합니다.(아마도...)
저 역시 인식하고 있진 않더라도 그러한 대리만족을 즐기고, '일곱번째 기사'는 오롯이 그 대리만족을 느끼게 해줍니다. 책을 읽으면서 저는 '한 포를란 지스카드 데 지운자작'을 통해 대리만족을 느꼈습니다. 제가 '한 포를란 지스카드 데 지운자작'이었고, '한 포를란 지스카드 데 지운자작'이 바로 저였습니다.
정말 재밌고 즐겁게 책을 읽었습니다.
하지만 언제나 소설들을 읽다보면 저는 책속의 주인공이 될 수 없다는 것을 확실히 느끼게 됩니다. 일곱번째 기사도 마찬가지여서 저는 책속에서 그려진 '한 포를란 지스카드 데 지운자작'과 같이 개인의 영달을 추구하지 않고 행동할 순 없을 거라고 느꼈죠. 또한 그는 최후에 결국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들을 남겨두고 본래의 세계로 돌아갑니다. 개인적으로는 솔직히 사랑하는 사람들을 남겨둔 채 본래의 세계로 돌아가는 것은 이해하지 못하겠습니다. 다만 '한지운'은 현대인으로서 고뇌했고 그런 결론을 내렸다고 납득할 뿐입니다.
또한 그의 주위 인물들은 굉장한 인물들일 뿐만 아니라 인간적으로도 굉장히 매력적인 캐릭터입니다.
주인공이 이계에서 유일하게 사랑했던 여성인 로젤리아양
주인공을 위해 죽은 천재시인이길 원했지만 천재 검사였던 알폰소경, 무식하지만 뜨거운 우정과 열정을 지닌 헬포드경
이런 인물들을 만약 제가 지운과 같은 상황에서 만났다면 이들의 마음을 얻을 수 있었을까요? 이렇게 생각을 하다보면 더욱 주인공과 자신의 차이를 느끼게 됩니다.
하지만 그래도 좋습니다.
이 재밌고 멋진 이야기를 읽는 동안은 제가 주인공이고 주인공이 저이기 때문이겠지요.
단순히 무력을 휘두르지 않고, 자신의 대에서 끝내지 않고 세계를 바꿔갈 씨앗을 심는 과정.
그리고 후대의 이야기를 단편적으로 전하는 부분에서는 역사는 흐르고 이어지고 있다는 그 단순한 사실이 감동으로 다가왔습니다.
단순히 '알고' 있던 것에서 '느낌'을 받았습니다.
주인공 강한 우정과 인간관계로 인한 대리만족, 주인공의 출중함을 인정받음으로 허영심을 채워주고, 정치적 두뇌싸움이 재미를 주며, 스케일이 크진 않지만 사실적인 힘과 힘의 대결 전투와 전쟁으로도 재미를 주었고, 주인공이 많은 이들을 위해 알고있는 역사의 피해를 줄이려고 희생하며 노력하는 모습에서 의미를 찾고, 모든 이들을 만족시킬 순 없겠지만 마지막 결말에서 느껴지는 여운까지도 즐거움을 줬던 책.
'일곱번째 기사'를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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