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조진행, 김정률
작품명 : 후 아 유, 블레이드 헌터
출판사 : 드림북스
두 작품 모두 재밌게 봤습니다. 역시 중견 작가의 필력이랄까요. 저에게는 최소한 빌려볼 가치는 충분했습니다. 아니, 오히려 두 작품 모두 그보다 플러스 알파였죠. 작가분 고유의 색이 잘 녹아 있었고, 딱히 눈살 찌푸려지는 부분도 없었던 것 같습니다. 두 작품 모두 왕도를 걸었다고나 할까요. 역시 네임벨류 작가님들의 작품은 어느정도의 마지노선은 지켜주는 것 같습니다.
그럼 감상을 간략하게 적어보도록 하지요.
블레이드 헌터.
다 읽고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이겁니다. ‘작가분이 자기가 잘 쓸 수 있는 글을 썼다‘. 사실 김정률 작가님 글 좀 읽었다 싶으신 분들은 책 뒷표지에 소개 문구만 봐도 내용 짐작이 되실 겁니다. 예, 짐작하시는 바로 그겁니다. 세계관도, 인물도, 사건도, 딱 보면 김정률 작가 소설이라는 점을 바로 알 수 있을 정도입니다.
어찌보면 작가의 개성이고, 어찌보면 자기 복제겠지요. 저는 전자에 손을 들어주고 싶습니다. 개인적으로 소드엠페러부터 시작해서 트루베니아 연대기까지 그럭저럭 재밌게 봤는데, 확실히 데이몬 날림 결말이나 트루베니아 연대기 후반부는 작가분이 매너리즘에 빠진 느낌이 있더군요.
하지만 이번 작 블레이드 헌터는, 뭐랄까, 중심을 정확히 잡은 느낌입니다. 글이 지향하는 바도 뚜렷하고, 딱히 거슬리는 점도 없으며, 나름의 재미도 있습니다. 전통적인 기사물에 김정률 작가 특유의 색이 입혀졌다, 정도로 설명할 수 있겠군요.
그 이상의 무언가를 보여주지 못하는 점은 아쉽습니다만……최소한의 기대치는 만족시키는 듯 합니다. 참으로 전형적이지만 그렇기에 확실한 재미를 줄 수 있는, 그런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일단 적지 않은 수의 작품을 출간하신만큼 필력도 상당하시구요.
개인적으로 높게 쳐주고 싶은 부분은, 전작들에 비해도 조금이나마 진보했다는 겁니다. 음, 뭔가 딱 꼬집어서 ‘이게 좋아졌다!‘ 라고 할 수는 없지만, 전체적으로 훨씬 좋아진 느낌입니다. 읽는 내내 저는 거슬리는 점을 딱히 발견하지 못하겠더군요.
정리하자면, 안정적인 재미를 원하시는 분들은 고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대여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판타지 중에서는 상위의 작품입니다. 다만 그 이상의 무언가를 바라시는 분들에게는 권해드리고 싶지 않군요.
후아유.
글쎄요. 참 애매모호한 것 같습니다. 3권 전체가요. 딱히 진행된 게 하나도 없어요. 물론 3권 내에서는 나름대로 때리고 볶고 난리치고 별에별 일이 다 일어나지만, 작품 전체의 입장에서 봤을 때는, 도대체 스토리 진행이 된 게 없습니다.
걍 3권 전체를 압축하면 2~3 쳅터로도 충분했을 것 같은 느낌입니다. 1권에서 힘을 얻고 2권부터 본격적인 진행이 시작됐다면 3권은 애매모호하게 쉬어가는 느낌. 큰 스토리 진행이 없다면 주인공의 심적인 변화라던가 그런 것이라도 있어야 되는데 그런 점도 딱히 보이지 않습니다.
작가분의 필력이 워낙 뛰어나시고 사건 자체도 그럭저럭 괜찮았기에 나름 재밌게 봤습니다만……약간 의아한 느낌이었습니다. 굳이 이 내용을 이렇게 길게 쓸 필요가 있나 싶더군요. 가장 큰 스토리는 전권들과 마찬가지로 마지막에 잠깐 떡밥 뿌리는 게 전부더군요.
뭐……그렇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재밌는 작품입니다. 그래도 이번 3권은 좀 이상했어요.
그리고 이건 잡설인데……도대체 후아유가 9000원인 이유가 뭘까요? 책이 큼지막한 건 맞지만 그 엄청난 여백의 미를 보면 분량상의 차이도 별로 없을 겁니다. 블레이드 헌터랑 비교해보면 오히려 블레이드 헌터가 분량을 훨씬 많을 듯 합니다. 여백이 훨씬 적으니까요. 그렇다고 종이질이 딱히 좋은 것도 아니고, 표지도 판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그저그런 종류. 같은 출판사에서 나온 9000원 값의 소설 <숲의 종족 클로네>처럼 앞에 일러스트라도 있으면 또 모르겠는데……도대체 후아유가 1000원 더 비싼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뭔가 제가 모르는 엄청난 비밀이 숨어있는 걸까요?
Comment '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