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사토 유야
작품명 : 수몰피아노
출판사 : 학산문화사
이걸로 세번째군요. 삼남이 메인이었던 플리커 스타일을 시작으로 차녀가 메인이었던 에나멜을 돌파하고, 결국 수몰피아노까지 왔습니다. 여기까지 순서대로 따라오신 분들은 진짜 극히 소수일 겁니다. yes24 판매고를 보니 눈물이 앞을 가리네요. 원어보단 번역으로 보는 편이 좋은데 ㅠㅠ.. 어쨌든 간단한 감상을 시작해보겠습니다.
카가미 가 시리즈를 보신 분들은 아실겁니다. 이 소설이 추리소설 비스무르한 탈을 쓰곤 있지만 전혀 다른 물건이라는 걸요. 어디서 이 단어를 봤는지 기억이 안 나는데, 엔터테이먼트 소설이란 명칭이 딱 어울리는 소설입니다. 앞 시리즈인 플리커 스타일리랑 에나멜을 보면 잘 알 수 있는데, 그야말로 자극만을 추구한 소설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글에서 딱히 교훈이나 얻어 갈만한 요소는 찾을 필요 없습니다. '살인'이라는 자극적인 요소가 들어가기 때문에 추리 소설의 틀을 빌렸다고해도 좋을 정돕니다.
전 이렇게 자극만을 추구한 참신한 시도가 좋습니다. 지나친 자극성 설정 덕에 읽는 사람만 읽고, 그 외에 사람이 보기엔 저딴 책을 왜 읽나..싶은 물건이 되었습니다만, 그 무도덕성 자극을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에겐 아주 재밌는 책이죠. 저도 그 사람 중에 한명이고요.
그런데 사토 유야는 이번 작품에선 그걸 좀 비틀었습니다. 구성은 에나멜과 약간 비슷합니다.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세 덩어리가 열심히 굴러가는데 독자가 헉헉대면서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한 덩어리가 되어 있습니다. 각각 이야기도 괜찮습니다만... 후반부에 이야기가 합쳐질 때 이 책의 진가가 발휘됩니다. 마라톤처럼 느긋한 페이스로 달리다가 급 가속해서 50m달리기로 변신하는 거죠. 하지만 이번 작품에선 특유의 자극을 좀 줄였습니다. 그래도 자극이 넘치는 건 여전합니다만, 추리 쪽에 좀 더 공을 들여 '조금' 대중적인 이야기를 만들었죠. 이게 대중과 타협을 한 건지 작가의 의도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나쁘진 않았습니다.
세 덩어리는 이렇습니다.
약간 대인 기피증이 있는 청년이 메일을 한 여학생과 주고 받는 이야기.
저택에 갇힌 한 가족의 이야기.
여자친구를 걱정하는 한 초등학생의 이야기.
세 이야기 모두 전개에 본격적으로 불이 붙기 전에는 느긋한 편입니다. 장녀가 한 가족을 저택에 가둬놓고 감시하는 이야기는 약간 타이트한 편이긴하지만 그렇다고 쳐도 보통 추리소설보다 약간 못한 긴장감으로 이야기를 이어나갑니다. 그렇지만 세 이야기 모두 거짓 속에 진실이 숨어있습니다. 초반의 느긋함은 그 진실을 숨기기 위한 보호색이죠.
각각의 이야기엔 힌트가 꽤 많습니다. 하지만 정작 이야기에 끝에 다다르기 전까진 책 뒤에 쓰여진 '피해자는 가해자가 된다' 라는 문구에 의구심을 가지게 되죠. 힌트가 꽤 많아서 이야기 구조가 잘 보이는만큼 그 의구심은 커집니다.
그리고 작가는 교묘하게도 작은 떡밥은 휙휙 던졌지만, 큰 떡밥은 아주 조심스럽게 던졌습니다. '분위기'로 착각을 유발하고, 독자를 속입니다. 저도 깜빡 넘어가서 나중엔 머리를 쳤습니다.
다 읽고 나면 모든 이야기가 해결되긴 했지만 찝찝한 결말에 인상을 찌푸리게 됩니다. 에나멜은 그나마 갈등이 깔끔하게 끝난 편이지만, 플리커 스타일도 그랬습니다. 이번 이야기는 좀 더 찝찝합니다. 플리커 스타일을 보면 소지의 결말이 나와있고, 이 이야기의 애매한 결만은 그걸 결말을 통해서 통해서 뜯어봐야할 정도니까요. 아주 찝찝합니다. 하지만 아주 재밌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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