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봉의 <포영매>.
늘 글을 읽고 평, 혹은 감상을 쓸 때는 온라인에서 쓰지 않는다.
이유는 그 글의 작가에게 최소한의 예의를 갖추기 위함이다.
하지만 이 글은 온라인은 아니지만 간략하게 쓰고자 한다.
그 까닭은 그렇게 쓸 내용이 많지 않아서이다.
글은 좀 오래전에 읽었지만 여러가지 사정으로 말미암아 올림이 늦어졌
다. 더 늦어지면 올리지 못할 것 같아서 오늘 올리기로 하였다.
설봉의 최대걸작은 그가 두번째 쓴 독왕유고이다.
그 글은 그가 쓴 글 중 가장 뚜렷한 인상을 독자들에게 안겨주었다.
본인에게 물어본 결과, 그 글을 쓰기 위해서 많은 책을 뒤지고 제약업계
의 친구들까지 동원했다는 답변까지 들었다.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런만큼 곳곳에 노력의 흔적이 남아 있다.
그 뒤로 그의 글은 늘 변화를 가져간다.
특이하게 다른 사람들의 경우와는 달리 패턴의 변화보다는 소재의 참신
성을 가지고 그는 늘 승부한다.
남해36검을 쓰면서는 친구에게 부탁해서 해남도의 사진을 찍어오게 했다
는 이야기도 들었다. 중국 본토를 여행하면서 무협에 나오는 장소를 직접
찾아가보고는 실망했다는 이야기도...
이런 이야기에서 느껴지는 것은 그의 노력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책은 묘한 문제가 있다.
낸 글마다 호평을 받는데도 판매부수가 획기적으로 늘지 않는다는 점이
다. 매우 특이한 현상이라, 소위 말하는 이 '바닥'의 생리를 가장 잘 아는
사람중 하나라는 본인 마져도 마땅한 답을 찾아내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여기서는 그런 문제보다는,
과연 그의 글이 어떠한 것인가를 잠시 보고자 한다.
그의 글은 늘 신선하다.
그리고 노력의 흔적이 남아있다.
그러나 독왕유고에서부터 늘 지적된 약점은 마무리다.
위기를 향해 정점으로 치닫던 글이 갑자기 뚝, 끊어지면서 마치 사상누
각이 태풍을 만난듯이 끝이 나 버린다.
그러므로 그의 글은 읽고나서 마지막 책장을 덮으면서 아쉬움이나 가슴
을 눌러오는 어떤 감동이 남기 힘들다. 그처럼 앞에서 들인 공에 비하면
너무 어이없는 결말들이 마지막을 장식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번 포영매에서도 그것은 예외가 아니었다.
하지만 지난날과는 비교할 수 없이 모든 부분들이 좋아졌고, 마무리도
좋아졌다.
그럼에도 이번 경우에도 예외가 아니다라고 하는 이유는 그 포영매의 마
지막 탐구대상이 잘 알려진 대상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잘 알려진 대상에
게서는 신비감을 찾기 힘들다. 다른 사람들이 많이, 갖가지 방법으로 그것
을 써버려서 사람들에게 어떤 선입감을 심어준 까닭에 그것을 살리기 힘들
기 때문이다.
설봉은 그 대상에 대한 어떤 조치를 취해주지 않고 마지막에 그것을 밝
힌다.
그렇기에 천하의 포영매가 겨우 그 소림사의...
라는 허탈한 기분을 느끼게 할 수 있다는 소리다.
수많은 마두들이 일초에 부쉈다는 허풍까지 있었던 대상인 까닭이다.
그것을 대상으로 하기 위해서는 앞에서 말한 것처럼, 그 존재를 신격화
시킬 수 있는 전제가 필요했다.
단순히 절곡의 그 무서운 배치만 가지고는 부족했다는 의미다.
그러나...
설봉의 글은 이제 완숙단계에 들어섰다.
몇가지 단점은 굳이 짚을 필요가 없고, 장원 대전에서의 한판 일장 도살
은 전에 설봉의 글에서 보기 힘들었던 숨막히는 묘사로 사람의 눈길을 잡
아끈다.
그만큼 글이 완숙해졌다는 것일터이다.
마무리도 전기한 것처럼 그 대상이 아니었더라면 아무런 하자가 없을 정
도였다.
그러므로 이 글이 설봉의 대표작중 하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리고 이 글을 마지막으로 공개적으로 설봉의 글에 대한 평을 올리는
일은 없게 될 것이다. 그 이유는 그의 필력이 이미 경지에 있어 내가 굳이
여기에서 그의 글을 평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그의 글 또한 앞으로 10년 뒤에서 우리 곁에서 우리를 기쁘게 해줄 것임
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의 변함없는 건투를 기원하고, 늘 골골거리는 그의 건강이 회복되기를
이 자리를 빌어서 다시 한번 진심으로 기원한다.
한풀 꺽인 무더위속에서 금강.
Comment '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