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에 들어 거의 수십종에 이르는 글들을 보았다.
작업해야 할 원고가 쌓인 상황에서도 손에서 책을 놓지 못하고 있음은 어쩔 수 없는 탐독성 때문이겠지만, GO! 무림을 만들면서 검토해야 할 원고가 많아진 것도 그 원인 중 하나일터이다.
이 용검전기도 그렇게해서 접한 글 중 하나이다.
이름조차 알지 못했던 이 글은 누군가에게서 많이 팔렸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고 이름도 모르던게 그렇게 나갔단 말인가? 라는 의혹속에서 책을 구해서 보게 되었다.
책을 처음 접하자 보이는 것은 흔한 판타지 풍의 내용이었다.
깔끔한 문장이기는 하지만 판타지라는 것이 아무리 잘써도 그 내용으로만 간다면 큰 흥미를 주지 못하는 것이 요즘 나오는 것들의 전형적인 형태이고 이 용검전기 또한 깔끔한 전개를 가지고 있지만 그것을 넘는 뛰어남은 보여주지 못하는 것 같았다.
이게 왜 많이 팔렸다는 거지?
괴이하다 라는 생각으로 책을 넘기다보니 갑자기 무협으로 워프한다. 그 과정은 좀 문제가 있어 보이지만 일단 무협으로 워프한 후부터 이 용검전기는 말 그대로 용검전기로서 왜 잘 팔렸는지를 제대로 보여주기 시작한다.
절제된 대사나 설명들.
그리고 잘 짜여진 스토리라인들.
세력들의 다툼을 복잡하지 않게 일목요연하면서도 제대로 표현해내는 솜씨는 도저히 신인이라고 보기 힘든 고단수의 글쓰기를 보여준다.
주인공의 커나가는 과정이나 주변의 상황을 아우르는 솜씨 또한 겨우 두 개를 쓴 작가로 보기에는 믿기 힘들만큼 뛰어났다.
사람 하나하나의 개성을 살림 또한 늘이고 당기고 하는 강약조절이 아무리 보아도 신인의 것으로는 보기 힘들었다. 물론 작가의 나이가 30대이니 나이어린 신인과 같을 수야 없겠지만 그래도 겨우 두 개를 쓰고 이런 정도를 쓸 수 있다면 주목해야 할 또 하나의 신성(新星)이 탄생했다라고 단정해도 무방하다 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뒤를 어떻게 마무리하면서 끌고 갈 것인가?
라는 것이 4권까지를 본 지금 상태에서 단정할 수 없는 문제이긴 하지만 지금까지 본 것으로는 팔리는 것에는 반드시 이유가 있다는 말을 증명하는 또 하나의 글이 바로 용검전기였다고 말할 수 있을 듯 하다.
애석하다면...
판타지로 시작해서 첫 느낌을 요즘 너무 많이 보는 퓨전형식을 취했다는 것. 그로인해서 나 또한 음, 식상한 형태를 쓰는군. 이라고 하면서 책을 건성건성 넘겼다는 점은 이 책이 처음 나가서 별 반응이 없었다는 점을 설명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작가들은 간혹 큰 실수를 한다.
자신이 쓰는 것은 다른 사람과 다른 것이라는 생각.
하지만 독자가 보기에는 다 같다. 작게 무엇을 어떻게 표현해내건 큰 그림이 같다면 같을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 바로 독자들의 생각이다.
용검전기는 글의 흐름상 다시 판타지로 돌아가야 할 것으로 보여 그 점이 조금 아쉽기는 하다. (순수무협이 아니라 퓨전의 형식을 취한 것이 아쉽다는 것이 아니라, 이미 식상한 차원이동을 굳이 차용한 점이 아쉽다는 것이지만 그것은 작가의 고유권한이니 누가 뭐랄 것인가.)
오늘 이 자리에 이 글을 쓰는 이유는 한가지 뿐이다.
용검전기를 쓴 방수윤이란 작가를 추천하기 위해서다.
현재까지로 볼 때 용검전기는 아마도 근래에 본 글 중에서 가장 뛰어난 것중 하나라는데 전혀 이의가 없을 것 같다.
4권까지인 것이 너무 아쉬웠으니까.
추신 : 감기로 인해 정신이 몽롱하여 제대로 글을 쓰지 못했다는 점을 감안하고 봐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정신을 차리면 다시 손질이 가능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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