찌질이 콘라드입니다. 요즘 한창 바쁘고 글도 못 쓰고 있는 차에 요즘 비평란에 '판타지는 킬링타임용이다!'하는 말들이 있어서 몇줄 쓰겠습니다. 물론 본래 장르문학은 킬링타임용이다~ 이지만 판타지도 장르문학의 한 축이니 판타지를 뼈로 삼아 말씀드려도 무방하겠지요? 제가 그나마 아는 체할 수 있는 게 판타지라서 그렇슴다. :-)
판타지의 기본적인 요소가 '재미'라고들 말씀하시는 분이 몇 분 계시는데 전 아니라고 말씀드리겠습니다. 재미는 글이라면 갖출 수 있는 곁다리입니다. 재미가 있으면 재미있게 읽고, 재미가 없으면 재미없게 읽겠죠. 판타지에 꼭 필요한 요소는 아닙니다.
그럼 '판타지'라는 장르에 있어서 꼭 필요한 것이 무엇인고? 다른 것은 없어도, 기본적으로 있어야 하는 것은 무엇인고?
'환상성'입니다.
이게 판타지의 기본입니다. 판타지는 환상문학이고, 환상문학에는 환상성이 있어야 하는 겁니다. 재미? 순수문학을 읽어도 재미는 있지요. 하지만 딴 데는 없고 판타지에 꼭 있는 것은 무엇인가? 환상성입니다. '우와~ 놀랍다!' '시밤 쾅? 이럴 수가!?' 읽는이는 판타지의 환상성을 읽고, 경이감과 놀라움을 느낍니다. 이게 판타지라는 장치를 사용해서 나와야 하는 뿌리, 정체성이죠.
환상성. 이게 판타지의 정체성입니다. '정수'이고, '본질'입니다.
자, 그럼 슬슬 살펴봅시다.
요즘 판타지 시장 지독하죠. 양판소 쏟아져 나옵니다. 킬링타임 판타지 콸콸 쏟아져 나오죠. 환상성 희박합니다. 맨날 깨부수고 소주맛스타가 빙빙 날아다닙니다. 개념작은 1%가 될까말까합니다.
그런데, 킬링타임 판타지가 99%를 차지한다고 판타지의 정체성이 킬링타임이 되어야 하는 겁니까요?
양판소를 읽으며 '신'을 보고 '쥔공에게 뒤지는 놈', '드래곤'을 보고 '쥔공 따까리 도마뱀', '전설의 검'을 보고 '쥔공 칼'. '엘프'를 보고 '하악하악 섹돌이'를 떠올리게 되는 이 틀에 박혀 굳어진 이미지. 양판소가 가지는 정형성. 모두 판타지 본래의 환상성과는 저만치 떨어진 겁니다. 이런 마당에 양판소에서 판타지의 정체성을 찾으려 하다니 웃기는 일 아닌가요?
바다 너머 나라에서도 양판소 잘 나와요. 우리나라만 그런 것이 아니지요. 하지만 양키들이 판타지의 본질과 정체성을 양판소에서 찾을까요? 톨킨과 젤라즈니와 루이스와 엔데를 버젓이 놔두고? 허허허.
착각하지 마세요.
킬링타임 판타지가 쏟아져 나오면 '아 ㅅㅂ 불쏘시개 조낸 쏟아지네. 그만 좀 나와라 젠장' 할 수는 있어도 '판타지는 어차피 킬링타임이군' 할 수는 없는 겁니다.
양판소가 쏟아져 나온다고 그것이 판타지의 본질이 되지는 않습니다. 진주가 있는 줄 알았으면 돌무더기 속에서 진주를 찾아야지 돌만 보고 갈 건가요?
판타지가 킬링타임용인 것이 아니라 킬링타임 판타지를 읽는 독자가 있는 것 뿐입니다. 제가 말씀드릴 것은 여기까지입니다.
해브 어 굿 나잇! 'ㅂ')b
추신: 제목은 간지나게 써보려고 그냥 억지로 써봤습니다. 내용과는 대충 얼맞으니 좀 봐주세염. 히히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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