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설봉
작품명 : 포영매외 2편
http://blog.naver.com/lein0083/80038740636
지난번 글에서 예고한 바와 같이 이번회는 설봉작가에 대해서
쓰려고 한다.
그런데,애초에는 '사신과 천라지망'이라는 주제로 쓰려고 했던것을
지난 주말에 포영매와 독왕유고를 읽고나서는,
먼저 초기작을 다루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천봉종왕기,포영매,독왕유고등 읽어본 3작품 중에
고심끝에 '먼치킨'이라는 서브주제를 잡을 수 있었던
포영매를 고르게 되었다.
하지만,먼치킨이라는 주제는 매우 미묘해서
개인적으로 많이 고민했는데,
근본적으로 이른바 먼치킨물이
과거 1세대 무협의 질적저하와
최근의 양산무협 범람현상에 있어서 공통된 증상이기 때문이다.
설봉에 대해 인터넷 검색을 하면서 평들을 종합해보면
초기작들은 '조루봉'이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용두사미형태로 끝난 작품이 많았던 듯 하고,
사신이후에 인기작가로 발돋음하였다는 이야기가 많은 것 같다.
특히,초기작품들에 대해서는
평이 엇갈리는데
여기 소개한 포영매 역시 '최고의 명작'이라는 평과 더불어
'어이없는 결말,최악의 졸작'이라는 극단적인 평이 공존하는 것
같다.
이는 독자들의 취향이 엇갈리는 결과라고 생각되며
참고로,이 연재의 역시 '개인적으로' 재미있게 읽은
무협소설을 소개하고 추천하는 의도이지,
특정 무협소설이 탁월하다거나 '객관적으로' 재미있다거나를
증명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먼저 말씀드리고자 한다.
더불어,이 연재의 목적 자체가 가능하면 긍정적인 방향으로
글을 쓰자고 마음먹고 쓰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어찌보면 객관적으로 볼때는 필요이상 오버해서 평가하거나
작가분들에 대한 지나친 칭찬이 이어지더라도
이해해 주시면 좋겠다.
이는 현재의 무협상황상 수준이상의 작가분들에게는
사소한 단점에 대한 질책보다는
커다란 흐름에서의 칭찬이 더 필요하다는
개인적인 생각 때문이다.
(약간 아쉬운 부분들은 사족으로 뒤로 빼겠으며
그나마,비난으로 흐르지 않게 조심할 생각)
전체적으로 좋은 소설인데도 불구하고
몇가지 사소한 실수나 문제로 인해 졸작처럼 평가되서
수준이하 작품들에 묻혀버리는 것이
큰 문제가 아닌가 싶어서 말이다.
굳이 이런 이야기를 서두에 하는 이유는
앞서 소개한 임준욱작가의 소설같은 경우는
기본적으로 누가 보더라도 큰 차이없는 평가를 내릴 수
있는 스타일인 반면,
설봉작가의 초기작들의 경우
개인별 취향에 따라 크게 평가가 나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시 원래의 설봉작가 이야기로 돌아오면......
필자는 우선 일단 히트작인 사신부터 읽기 시작해서
천봉종왕기,포영매,독왕유고 순으로 읽기 시작했는데
결론적으로 말하면
개인적인 취향에는 초기작들이 훨씬 좋았다.
(암천명조는 10년전에 이미 읽었던것 같다.)
뭐,여러다른 사람들의 평대로 초기작들이 조루기가 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그런식으로 따지면,오히려 '사신'은 지루기가 있다고도 할 수 있다.
12권이라는 권수에 비하면 전개되는 이야기의 스케일이나 내용이
빈약한 편이라 억지로 권수만 늘려놓았다는 느낌도 좀 있다.
그렇다고 사신이 별로라는 이야기는 아니고
단지,그로 인해 설봉이 인기작가가 되었다는 점은
확실히,무협독자들의 취향이 크게 변했다는 점을 상징하기 때문에
앞으로 좀더 개인적으로 생각해볼 주제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사신편을 뒤로 넘기게 되었다.
일단,위에서 언급한
천봉종왕기,포영매,독왕유고의 공통적인 특징으로는
주인공이 일반적인 무공이 아닌 자신만의 독특한 전문지식을
활용해 적을 상대해 간다는 것(풍수지리,진법,독술)과
추리소설적인 기법을 이용해 마지막의 반전을 꾀하고 있다는 점을
꼽을 수 있겠다.
이러한 점은 그 완성도를 떠나서 설봉만의 독특한 특색으로
느껴졌었기 때문에,
사신에서 일반적인 직업(살수)의 주인공을 등장시켜
보통의 무협소설 스타일로 이야기를 진행시켰던것이
약간 실망스러웠던 것이다.
하지만,사신이 반응이 좋았던 것은
그런 이야기를 대중이 원하다는 반증이기도 하고
무협작가로서 대중성과 작가성중 하나에만 치중하는 것 또한
옳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작가의 이유있는 변신을 탓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그렇지만,독자의 한사람으로 아쉬운 마음을 토로하는 것도
독자로서의 자유이리라.)
그리고,또한 초기스타일을 고집하는데 있어
작가로서의 한계도 있었을것이라 생각된다.
새로운 스타일의 전문기술을 개발하는 것도 한계가 있었을 것이며,
추리소설 스타일의 반전식 구성도 호불호가 갈렸을 것이라
생각된다.
(금강선생님의 설봉작가 관련 글을 읽어보니 사신이전의
작품들이 평에 비해 판매량이 떨어지는 것에 대해
안타까워 하시고 계신걸로 보아,
작가가 나름대로 팔릴수 있는 방향으로의 모색을
시도한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반전이란 상당히 리스크가 큰 구성방식으로
마지막의 한장면을 위해
앞부분의 모든장면들이 철저히 계산되어야 하며
성공적인 반전으로 평가받는 경우는
10편중 한두편에 불과하다.
(식스센스이후에 반전영화들이 많이 나왔지만
제대로된 반전영화로 평가받는건 극히 드물지 않는가?)
따라서,극적인 반전을 시도한
포영매나 천종봉황기의 경우 독자들의 평이 극과 극으로
갈리는 것 같다.
그 반전을 납득 한 독자들은 주저없이 명작으로 추켜세우는 반면
반전의 당위성이 부족하다고 판단하는 독자들은 최악의 졸작으로
평가하기 마련이다.
그런점에서 사실 아주 독특하거나 기가막힌 아이디어가 아니라면
가능하면 반전을 위한 구성은 피하는 것이 소설을 쓰는데 있어
정도를 걷는것이 아닌가 하는 개인적 생각이다.
(개인적으로 임준욱작가를 높게 평가하는 이유는
쓸데없이 반전에 집착하지 않고 물 흐르듯이 전체적인
구성이 안정되게 글을 쓰시기 때문이다.)
개인적인 평가로는(반전부분만 놓고 봤을때)
포영매는 좋았고,천종봉왕기는 보통이었고,독왕유고는
당혹스러웠다.
(그렇다고는 해도 독왕유고는 반전부분을 빼도 재미있는 소설이기
때문에 딱히 문제삼고 싶지는 않다. 재미로는 최고였다.)
아마도,읽어본 다른 독자분들 의견들도 천차만별이라고 생각되는데그만큼 반전이라는 것이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굉장히
주관적이라 사용하기 위험한 수법인것 만은 틀림없다.
특히,추리소설이나 미스테리장르같은 그쪽에 특화된 장르가 아닌
무협소설의 경우 반전이나 미스테리요소외에도 무협적인 요소도
겸비해야 하기 때문에 더욱 쓰기 힘든 것 같다.
그러한 어려운 상황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시도(미스테리와의 결합)에 있어
설봉은 어느 작가보다도 매우 뛰어났다.
미스테리를 위한 여러가지 복선은 물론
무림세력간의 복잡한 암투도 잘 표현하고 있으며
주인공의 개인적인 고뇌도 잘 느낄 수 있었다.
어쨌든,개인적으로는 설봉작가가
르블랑의 루팡이나 고룡의 초류향같이
모험과 추리를 결합한 완성도 높은 캐릭터와 이야기를
만들어 나갈 수 있는 가능성과 능력을 가지고 있는
국내에서 보기드문 작가라고 생각된다.
혹시라도,작가분이 이 글을 보실 기회가 있으시다면
언제라도 좋으니 언젠가는
초류향보다 멋진 캐릭터를 창조하셔서
미스테리와 무협이 결합된
연작 시리즈물(초류향의 철혈전기나 편복전기같은 느낌의)을
만들어 주셨으면 하는 개인적인 바램이 있다.
특히,주인공의 신비한 능력(무공외의 재능)을
만들어내는데 있어 발군의 능력을 가지신 작가이시니 만큼
아주 개성적이고 독창적인 주인공과 그가 해결해 나가는
여러가지 복잡한 사건들을 생각하면 매우 기대가 된다.
포영매는
몰락한 가문의 복수와 부흥을 꾀하는 조자경이라는 여검사와
무림역사상 절대 무너진적이 없다는 108나한진에 도전한
포영매라 불리우는 무공천재에 관한 이야기이다.
뭐,사실 전자의 이야기가 소설의 80%이고 후자의 이야기는
앞과 끝에 잠깐 나온다고 할 수 있겠지만,
필자가 관심을 가진 부분은 사실 후자 포영매에 관한 이야기이다.
먼치킨(Munchkin)이라는 말이 있다.
환타지나 무협소설에서 지나치게 강한 주인공을 일컫는 말인데
지식in을 뒤져보니
'허풍선이 남작의 모험'이라는 풍자소설의 실제 주인공인
뮌하우젠(Munchausen)남작(1720- 97) [독일 군인· 모험가]
에서 유래되서,
'오즈의 마법사'의 무대가 되는 먼치킨랜드까지 사용되면서
허풍쟁이, 거짓말, 허황된이라는 뜻을 가진 고유 명사이자,
대명사로 활용되고 있다고 한다.
(필자도 찾아보고 첨알았다. 분명한건 90년대에는 국내에서
쓰이지 않던 말인데, 요새는 다들 이런말을 쓰는듯 하다.)
뭐, 단어자체야 어떻게 되었던 이런개념자체는
오래전부터 무협소설내에서도 존재해왔다.
실제로 80년대 무협소설에서는 주인공 손짓하나에
수백수천명씩 죽어나가는 경우도 많이 있어서
90년대중반 신무협의 내새운 기치중 하나도
보다 현실적인 무협이었던 것도 사실이니까.....
어쨌든,이런 먼치킨이라는 것은
그때나 지금이나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되고 있는것 같다.
얼마전,지식in을 뒤지다
'당신의 소설이 먼치킨이냐 아니냐를 판가름 하는법'이라고
하면서 다양한 예를 든 글을 본적이 있는데
무척 재미있어서 잠시 소개한다.
분량이 꽤 되어서 링크를 걸어두었는데,
http://kin.naver.com/open100/db_detail.php?d1id=11&dir_id=110103&eid=4mkwKZhskDRErFHBVeqW39GYf5k/6dQh&qb=uNXEocWyIL7nsPo=
특히,
양과가 부럽다면 당신은 먼치킨이 아니다.
단예가 부럽다면 당신은 먼치킨일지도 모른다.
위소보를 보고 '겨우 일곱이야?'라고 말한다면 당신은 틀림없는
먼치킨이다.
이 부분에서 필자는 배꼽을 잡았다.
각설하고...
필자 개인적으로는 사실 얼마전까지는 먼치킨을 매우 싫어 했었다.
그것은 80년대에 무협을 읽어왔던 반작용이었을 것이다.
그렇기때문에,신무협이 탄생할 무렵
용대운의 태극문에 감명받았으며 대도오에 열광하였던것 같다.
반면에,비상식적인 기연의 연속으로 급작스럽게 강해진 주인공이
단번에 절세고수로 등장하는 패턴의 먼치킨물에 대해서는
결벽적일 정도로 배타적인 시각을 가지게 되었다.
(뭐,아직도 이런점은 좀 남아있어서
초우의 권왕무적 1권을 보다 중간에 집어던지고 말았다.
평이 좋은 무협이라 언젠간 다시 시작할 생각...)
이러한것은 무협외에도 마찬가지여서
수퍼맨보다 배트맨이나 스파이더맨이 더 좋아졌었고
드래곤볼은 후리자(프리더)이후에는 연재를 안보게 되었으며
주인공이 서태웅이 아니라 강백호이기에 슬램덩크를 너무
재미있게 보았다.
그래도,나이를 먹어가면서
전보다는 사물을 받아들이는 눈이 넓어지는 것인지
한때는 경멸에 가까운 시선을 보내던 먼치킨에 대해서도
보다 긍정적으로 볼 수 있는 여유를 가지게 되었다.
뭐, 단적으로 드래곤볼도 10년만에 다시 읽으니까 후리자이후의
셀이나 마인부우 이야기도 나름대로 흥미진진했으며,
작년에 새로 개봉한 '수퍼맨 리턴즈'도 재밌더라.
사실 보다 넓은 관점에서 보니 먼치킨의 기준도 좀 애매하긴 했다.
예를들어,역시 지식in을 찾아보던 도중
어떤분이 먼치킨이 아닌 무협소설을
소개해 달라고 하니까, 어떤분이 답변으로 나열한 소설중에
장경의 '암왕'도 있었다.
그런데,일반적인 기준에서 보면 암왕의 주인공 구룡선주가 과연
먼치킨이 아니라고 할 수 있을까?
혼자서,문파하나 전멸시키는 것은 일도 아니고
4패가 만들어 놓은 함정을 단신으로 돌파하고
거대한 폭발속에서도 살아서 나오는......
사실,기본적인 먼치킨 캐릭터로서의 소양은 다 갖추고 있다.
그러나,대부분의 독자들이 암왕을 먼치킨소설이라고
생각하면서 읽지는 않을 것이다.
결국 지금와서는 앞전에 이야기한 클리셰도 그렇고
이번에 이야기하는 먼치킨도 그렇고
결국,작가가 어떻게 이용하느냐에 달렸지
그 자체가 문제는 아니지 않는가? 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에 이야기할 포영매역시
먼치킨 캐릭터가 주인공이라 하더라도
얼마든지 좋은 무협소설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좋은 케이스이다.
포영매 갈천상
...개인적으로 적지않은 무협소설을 보았지만 이렇게 황당한
인물은 정말 처음 본다.(적어도 수준을 갖춘 소설중)
다음은 본문중 발췌
'포영매가 무공에 천부적인 자질을 드러낸 것은 불과 열 살 때였다.
개방(幇) 문도가 펼친 봉법(棒法)을 우연히 본 포영매는
타구십팔초(打狗十八招)를 그대로 재현해 낸 것이다.
당시 포영매가 본 것은 타구십팔초 중 광구견미(狂狗見尾)
일초뿐이었다고 한다.
당연히 그 소문을 들은 개방문도들이 가만히 있을 리가 없다.
이튿날 개방문도 네 명이 포영매를 찾았고, 포영매가 펼친
타구십팔초를 보았다.
그들은 질겁을 했다.
열 살짜리 아이가 펼쳤다고는 믿기 어려울 만큼 초식이
정교했기 때문이다.
반(反), 벽(僻), 전(轉), 착(捉), 도(逃), 인(引), 봉(封), 전(輾)의
팔자(八字) 진결(眞訣)이 완벽하게 가미되어 있지 않는가.
비록 내력(內力)이 없어 위력을
발휘할 수는 없지만 초식만은 완벽했다.
개방문도 네 명은 포영매를 잡아 분타(分舵)로 끌고 왔다.
(중략)
분타주는 포영매를 심문했다.
열 살바기 아이가 혼자서 개방절초인 타구십팔초를 익혔다고
하면 지나가던 개도 웃을 일이지 않은가.
그것도 단 일 초만 보고 나머지 십칠 초를 유추해 냈다고 하면.
아이는 똘망똘망한 음성으로 제안했다.
“그럼 시험해 보시면 되잖아요. 다른 무공 없어요?
다른 걸 한 번만 보여주세요.”
개방분타주는 분타주 이상만 익힐 수 있는
타구봉법(打狗棒法) 삼절초(三絶招) 중 일초
타단구퇴(打斷狗退)를 시전해 보였다.
“어렵군요. 하지만 최고는 아녜요.”
아이는 타단구퇴를 손쉽게 재현해 냈다.
하나 이초(二招) 구구입동(駒狗入洞)은 쉽게 전개하지 못했다.
(중략)
“네 이놈! 어서 바른 대로……”
분타주는 말을 잇지 못했다.
완벽하다. 완벽하게 구구입동을 재현해 낸다. 어린아이가 하는 몸짓은, 손짓발짓은 분타주조차 오의(奧義)를 완벽하게 깨달았다고 장담하지 못하는 구구입동이다.
아이는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또다시 다른 초식으로 이어진다.
이번에도 엉성하기 이를 데 없는 몸짓에 불과하지만 이제는
그 누구도 믿지 않을 수 없다. 조금만 시간을 주면 제삼초(第三招)
취구번신(臭狗身)이 재현되리라는 것을. 그리고 그렇게 되었다.'
불과 10살때 부터 타구봉법같은 상급무공을
한초식만 보고 다음초식을 유추해내다니......
뿐만아니라,성장해가면서 어떤 무공인든 잠깐 몇초식 보는것
만으로 그 무공을 재현해 낼뿐더러 그를 파훼해 낼 정도의
인물로 성장하게 된다.
천룡팔부의 왕어언이나 학사검전의 운현은 포영매에 비하면
차라리 현실적인 인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마,저런 설정을 아무런 배경지식 없이 보았다면
'일기는 일기장에~'라고 한마디 해주고
미련없이 집어 던졌을 것이다.
하지만,일단 설봉의 작품이었고
앞부분에 전개된 이야기가 상당히 진지했기 때문에......
일단은 계속 보게 되었다.
실제 이야기자체는 독왕유고에 비해서는 긴장감이 떨어졌지만
(주인공이 너무 강하기 때문에)
꽤 재미있게 볼 수 있었다.
뭐,이야기 자체도 먼치킨해서 다 망해가던 무림세가가
포영매 한사람의 등장으로 주변의 4대세가를 격파하고
1년만에 지역의 패자로 떠오르게 된다는 이야기이다.
하지만 이야기를 끝까지 다 보게되면 결국
포영매가 벌인 모든 일은 결국 자신이 108나한진에 도전하기 위한
과정이라는 것이 밝혀지는데......
(자세한 내막과 반전은 직접 책을 보시길...)
결국 반전 부분에 대해서 평이 엇갈리고 있는것 같지만
필자 개인적으로는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사실 소림사 108나한진은 비단 포영매뿐 아니라 무협소설이라는
기본틀안에서 가장 극강할 뿐더러 무적으로 설정된 절대적
존재이다. 어찌보면 군대를 상대하는데나 적합한 절진에 소수의
인원으로 도전한 다는 사실 자체가 무모한 일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그렇기 때문에
포영매의 그 모든 먼치킨적인 면이 오히려 설득력을 얻게 되는
것이다.
대저,먼치킨이란 상대적인 존재이다.
예를들어 한국의 조폭영화의 주인공이 17:1로 싸워서
이겼다면 아마 다들 먼치킨이라 그럴것 이다.
하지만,무협영화에선 사실 17:1정도의 혈투는 일상 다반사로
발생하고 아무도 그를 두고 먼치킨이라고 하지 않는다.
그리고,무협영화에서라도 한명의 고수가 도시를 날려버리는
것은 먼치킨이라 취급하지만,
환타지영화의 대마법사라면 그렇게 황당한 것만은 아닐것이다.
그리고,환타지의 대마법사라도 지구를 날려버리는 것은
먼치킨이라 취급할만 하지만
드래곤볼에서는 그런 인간들이 득실거린다.
요는 먼치킨이 등장한다면
그들이 존재할 수 있는 설정과
도전할 만한 과제를 설정해 주면 되는 것이다.
아무리 먼치킨적인 캐릭터라도 상대해야할 목적 그 자체가
적절하다면 먼치킨이라고 비하할 이유는 전혀 없다는 것이다.
포영매 갈천상은 이야기의 처음부터 패배하면서 시작해서
마지막도 처절한 도전으로 끝을 맺는다.
그 자신이 먼치킨급의 능력을 가진 인물이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108나한진에 대한 한계를 돌파하기 위해
발버둥치고 노력하고 집착하는 모습은
캐릭터로서의 위치상 대치점에 있다 할 수 있는
백전백패의 '추성'과 다를바가 없지 않은가?
(백전백패 => 평범한 주인공이 상승의 무공을 익히기 위해
백여번의 실전비무에서 패배해 가면서 오의를 깨달아 가는 내용)
둘다 추구하는 것은 극한의 무......
설사 천하에 다시없는 기재에게나 평범하지만 노력하는
범재에게나 그 끝에 다다르는 일은 결코 쉬운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어차피 무협자체가 환타지이기 때문에 어찌보면 현실적이고 리얼한 표현이라는 자체가 어불성설일 수도 있다.
하지만,그 안에서도 분명히 이야기의 진정성을 위해
어이없는 먼치킨은 피해할 요소임은 틀림없다.
하지만,먼치킨의 기준은 결코 절대적으로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이다.
그 좋은 예로서 제시 할 수 있는 작품이 바로
설봉의 '포영매'라 할 수 있으며
개인적으로는 굉장히 좋은 무협 소설이라고 생각한다.
뿐만아니라,
다시 따로 소개할 기회가 있으면 좋겠지만
독왕유고,천봉종왕기 역시 매우 좋은 작품으로
아웃사이더적인 주인공들이 자신의 신분과 한계를
뛰어 넘어 가는 과정이 너무 과장적이지 않게 잘 표현되어
있는 수작이다.
특히,천봉종왕기는 풍수지리, 독왕유고는 독공이라는
독특한 소재를 취하고 있는데
작가의 상상력에 폭 넓음에 감탄을 금치 못했었다.
(개인적으론 독왕유고가 가장 흥미진진)
세 작품 모두 10년이 다되가는 고전이 되어 버렸지만
아직 안읽어본 분들에게는 꼭 일독을 권해드리고 싶다.
PS.지난번의 진가소전도 그랬지만 이번의 설봉 초기 3작품도
필자에게는 신작과 같은 느낌인데...
이 글을 읽는 분들에게는 10년이 넘거나 다되가는
고전으로 느껴지실테니 정말 상황이 묘하군요...^-^
< 사족(안 읽으셔도 됨) >
인터넷에서,설봉작품들의 감상을 읽어보면 사신이전의
작품들은 용대운이나 좌백의 작품에 비해 2%아쉬운 점이
있었는데, 사신이후 이들과 동등한 위치로 올라섰다는내용의
이야기를 많이 봤다.
사신이야 그렇다고
설봉의 초기작들은 과연 어떤 점이 부족했기에 이런 이야기를
들었던 것일까?
아닌게 아니라,
실제로 설봉의 초기 무협을 계속 읽고나니 뭔가 걸리는게
있기는 했다.
그러니까...소설자체는 독특하고 내용이나 전개도 좋았는데
뭔가 좀 시원하지가 않다는 느낌이랄까?
개인적으로는 그것을
'신위(神威)'장면의 문제 라고 생각했다.
신위란 본래의 뜻은 신의 위세...또는 신과 같은 위세라는
것이지만 일반적으로 무협소설에서는
고강한 무공을 익힌 주인공이 처음으로 등장해서
그 위엄과 실력을 만천하에(또는 주변사람에게) 알리는(자랑하는)
행위를 뜻한다.
뭐 옛말에도 비단옷을 입고 밤길을 가봤자
아무 소용없다는 말이 있듯이,
아무리 고강한 무공을 익혔어도 아무도 몰라준다면
그 또한 재미없는 일이다.
특히,무협소설은 근본적으로 성장소설적인 구성을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러한 점이 더욱 두드러지는데
독자는 결국 주인공에 감정이입하기 쉽기 때문에
주인공이 정말 멋지게 자신의 무공을 드러내는 장면에서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되고
그때의 재미는 무협소설에서 느낄 수 있는 재미의
최고봉이라고 개인적으로는 생각한다.
여기서,신위장면의 성공여부는 주인공의 무공의 강도라기 보다는
결과적으로 얼마나 통쾌하게 묘사되었느냐인것 같은데,
예를들어,좌백의 '혈기린외전' 1부의 경우 주인공이 전혀 무공을
못함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기술을 이용해서 적들을 해치우는
장면에서 독자들은 통쾌함과 함께 주인공을 멋지다고
느끼게 된다.
그런데,설봉의 소설들은 그런 '신위'장면에서의 느낌이 좀
약한 것 같다.
그런 장면 자체가 없는건 아니다.
천봉종왕기에서 동기감응을 무공으로 대성시켜 고수로
거듭나는 장면이 있고,
독왕유고에서도 새로운 절독을 만들어 당가고수들을 절단내는
장면이 있고,
포영매에서는...3류문파로 전락했던 백문장이 포영매의
활약으로 지역의 패자로 다시 등장하는 장면이 있다.
그런데,묘하게...기대했던 만큼의 통쾌함이 부족했다.
개인적인 생각에는 설봉작가의 특성이 '무'와 '협'중
'무'에 치우치는 경향이 있으면서,
이야기의 흐름도 자연스럽게 개인적인 비밀이나
조직의 내분에 치우면서,
독자들이 싸움의 명분을 찾기 어렵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예를들어,같은 축구경기라도 국내리그보다는 국가대표가
친선경기보다는 월드컵이 더 재미있는 이유는
보는 사람으로서 확실히 응원해야할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그런데,천종봉왕기에서의 곽가장의 내분이나
독왕유고에서의 당가를 비롯한 독문들의 싸움,
포영매에서의 절강성의 패권을 둘러싼 싸움들이...
이야기가 진행되면 진행될 수록
강호는 역시 더럽다는 생각만 들게되는...그런 느낌 말이다.
(뭐,이런것이 설봉의 매력이기도 하지만...)
특히,이 작품들은 추리소설적인 구성으로
특정 사건을 중심으로
비교적 짧은 권수내에서 급하게 결론으로 치닫으면서
그런면이 더 부각되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어디선가 본 '조루봉'이라는
별명은 절묘하다고 생각되는데......
그 뭔가 통쾌하게 될듯 될듯 하면서도
결국 그냥 끝나버린다고나 할까?
또한,이번에 소개한 포영매 같은 경우도
주 공략대상인 108나한진이 처음과 끝에만 등장하고
너무 간단히 묘사된것이 점 또한 아쉬웠다.
개인적으로는 108나한진의 위력에 대한 묘사나
갈천상이 공략해야할 이유등에 대한 동기부여가 확실했다면
마무리가 아쉽다는 평가는 상당히 줄어들었을 것 같다.
한편,설봉의 최신작들은 아직 견식을 못하고 있는데...
읽어야 할것들이 꽤 밀려 있어서
(최근에는 장경에 빠져있다는...천산검로 무지 재미있군요...)
사신 이후에 어떻게 변하였는지에 관해서는
나중에 다시 한번 이야기할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
이야기가 나온김에
다음 연재에는 이러한 '신위'표현이 가장 멋지게 살아있는
용노사의 미완성 걸작 '군림천하'에 대해서
이야기하면서 왜 용대운이 최고일 수 밖에 없는지에
대하 이야기해 보겠다.
(또는 이미 생각이 거의 정리된 좌백의 혈기린외전을
먼저 쓸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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