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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평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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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Lv.58 loveless..
작성
15.08.14 23:02
조회
2,427

제목 : 엄마를 부탁해

작가 : 신경숙

출판사 : 창비

 

 노트를 뒤적이다 예전에 쓴 신경숙 비평을 발견하여 올립니다.

 표절 사건이 터진건 좀 지났지만..  조정래, 무라카미 하루키와 함께 내 청춘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던 신경숙씨에게 이 글로 고별을 고하고 싶었습니다. 이 비평을 표절이 터진 이후에도 고치지 않은건 ‘깊은슬픔’ 복간본에서 당신이 했던 말

‘은서의 눈썹 개수를 고치려 하다 그 당시에 어떤 절실한 의미가 있었겠구나'

하고 그대로 두었다는 말 처럼 내 학창시절의 추억속에 어떤 형태로나마 자리잡았던 내 기억마저 부정하기 싫어서였습니다.

 

 80년대를 기점으로 시집을 사는 사람들이 줄었고 90년대를 기점으로 책을 읽는 사람도 대폭 줄었다. 2009년 국민의 월평균 독서량은 1.3 미국, 일본, 프랑스 등 선진국의 평균독서량 6권과 비교하여 한참 낮은 수준이다. 그렇다 한국문학은 점점 소수만의 것이 되어가고 있었다. 콧대 높은 작가들은 자신만의 성을 더 높게 쌓아갔고 권력에 빌붙어 현실을 외면하는 작가도 생겼다.

 신경숙의 ' 외딴 방' 을 기억하는가? 책의 초반에는 제주도의 한 음식점에서 밥을 먹고 있던 '나' 에게 '작가들은 왜 이렇게 글을 어렵게 쓰는거죠? 저희같은 사람은 이해하기 힘들어요. 작가는 보통사람이 하는것이 아닌가봐요' 라는 식으로 식당아주머니가 말을 건넨다. 또 중반 공순이시절 친구에게 걸려온 전화에서 친구는 이렇게 말한다

'너는 우리들 얘기는 왜 쓰지 않는거니 우리들을 부끄러워 하는 것 같더라'

 이게 한국문학의 현실이었다. 통일문학 분단문학을 쓰던 작가들은 글쓰는 것에 위험을 받아야 했으며 '태백산맥' 을 소장만해도 감옥에 간다고 하던 소문이 돌았던 그때 작가들은 현실에서 점차 외면해갔었다. 그런데 그러던 요즈음에 나온것이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 다

'엄마를 부탁해'

난 감히 이 책을 신경숙 문학의 완성이며(감히라고 하는건 그녀가, 그녀의 문학이 아직 현재진행형이기 때문이다.) 외딴방 이후로 아니 그 전부터 던져 왔을지도 모른 질문에 대한 해답이라 하고싶다.

 

신경숙은 그녀의 첫 장편 '깊은 슬픔' 에서 '세' ' 은서' '완' 이 서로 마주보며 사랑하지 못하고 한쪽이 절실히 원할때 다른곳을 보는 일반 통행을 해왔던것 처럼 독자에게 먼저 다가가지 못했고 독자가 다가가려 했을때는 이미 시간이 지난 후였다.(이는 신경숙이 '깊은슬픔' 을 재발행 할때 후기에서 '은서'의 눈썹 개수를 고치려 하다 '그 당시에 어떤 절실한 의미가 있었겠구나' 하고 그대로 뒀던것에 기인한다.) 그 후 나온것이 '외딴 방' 신경숙은 80년대를 먹고살기 급급했던 때라 말하며 그 시절 배고팠던 이들에게 다가가며 소통하기 시작한다.(이 먹고 산다는것은 중요하다. 2000년대에 들어서야 태백산맥의 저자 조정래씨가 국보법 무혐의를 받았다 외딴방이 출간된것은 10년전이었고 이는 다른 외적 압력을 피하는 요소이자. 후의 작품 ' 엄마를 부탁해' 에서도 볼 수 있는 신경숙 문학의 '화두' 가 된다. 이는 최근 영화화된 만화 '이끼' 의 원작자인 윤태호의 작품에서도 어렵잖게 찾을 수 있다. 이는 다음에 얘기토록 하자)

2000년 리진으로 돌아온 신경숙은 좀 더 많은 독자들을 성공했지만 '외딴 방' 과 같은 깊음 현실에 대한 치열함이 없었다. 그러던 중 그녀는 '엄마를 부탁해' 를 들고 우리앞에 나타난 그녀는 작품성과 독자와의 소통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는데 성공한다.

'엄마를 부탁해' 에서는 여럿의 주인공이 나온다. 엄마를 잃어버린 '그들' 혹은 '그녀들' 은 엄마의 자식이자 누군가의 남편이며, 아버지며, 회사원이며, 애인이다. 책을 읽은 우리 역시 그러하고 이런 각기 다른 존재를 작가는 엄마라는 낯설고도 친숙한 존재로 독자들을 하나로 묶는데 성공했다.

 

 엄마는 낯설다. 그렇다 엄마는 낯설다. 너무 친숙하기에 항상 곁에 있었기에 지하철에 오르고 한참이 지나서야 없어진걸 알았으며 실종신고를 하고 엄마를 찾는다는 전단지를 만들때야 몇년간이나 엄마가 사진을 찍지 않았단 사실을 기억해냈다. 그녀는 항상 베풀기만 한다. 소처럼.(그래서 신경숙은 '외딴 방' 과 이 책에서 엄마의 눈이 소를 닮았다 얘기했을지도 모른다.) 엄마는 소처럼 묵묵히 일했다. 소처럼 묵묵히 제자리만 지켜왔다. 심지어 인간과의 경쟁관계에 조차 있지않다. 그래왔다. 우리가 알던 엄마의 이미지가 그러했다. 그것을 전환하는 것이 이 책의 네번째 장인데 우리는 우리가 알지 못했던 엄마의 낯선 모습을 보며 작가는 엄마의 시점에서 그장을 풀어가며 위화감을 없앤다. 그리고 우리는 알게된다. 잊고있던사실.. 엄마에게도 엄마가 있었다는 걸. 엄마가 태어나면서부터 엄마였던건 아니었는데. 왜 그런 당연한 사실을 우리는 잊고 있었던 걸까? 엄마가 엄마이기전에 한 명의 여자이자 사람이었다는 것을..

이 책은 그 사실을 잊어버리고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현대인들에게 던지는 신경숙의 메세지일지도 모른다. 엄마라는 이름을 가지며 그 다른 모든 이름을 포기해야 했던 어머니, 아니 어머니보다 더 익숙하고 친근한 이름 엄마. 이 세상 모든 엄마의 자식들에게 식구에게 이글을, 이 책을 바친다.

 

P.S . 책중 장애인들을 상대로 강연을 하던중 '나' 는 한 장애인의 질문에 잊혀져 생각해내려해도 생각나지 않던 10몇년 전의 일이 기억났다고 엄마에게 말하는 장면이 나온다. 신경숙은 엄마로 회귀하며 처음의 초심으로 돌아온것 같다.(지금이나 예전이 나빴다는 건 아니지만

 

안녕히계세요. 신경숙씨

이제 작가란 호칭을 붙이기도 어렵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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