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 Bibleray
작품 : 마법세계 - 꿈과 종말의 카니발.
문피아 연재작
서설 :
가끔.. 비평 부탁을 요구하는 글들을 분석해 볼 때, 여러가지 생각이 든다. 책으로 판매되어, 즉 나의 주머니에서 대여던, 소장이던 간에 글의 값어치를 내가 지불한 글 같으면야. 소비자로써의 가치평가를 앞세워 열심히 떠들겠지만.
그렇지 않은 일반인의 습작글들은 내가 누군가의 심혈 어린 작품을 평가하는게 옳은가 부터 해서.. 얼마나 이야기 할 것인가. 괜히 누군가의 미래를 꺾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들이 많이 드는게 사실이며, 그런것이 부담되는 것도 사실이긴 하다. 하지만, 일단은 요청이 있었으므로.. 내가 알고 있는 지식들에 기반하여 글을 평가 해 보고자 한다.
1. 단어의 사용이 어설프다.
아마추어 작품들의 특징인데, 수준에 따라 단어 사용법이 아예 틀린것 부터 시작해서, 미묘하게 잘못 사용하고 있는 것, 기본적인 단순한 저학생용 단어들만 사용하는 것 까지 여러가지 단계들이 있는데, 공통적으로는 단어 사용이 맛깔스럽지 못하다. 사람의 말은 단어가 좀 틀려도 억양이라던가, 얼굴 표정, 말의 고저, 장단, 제스추어 등으로 커버할 수 있으나, 글은 그렇지 못하다. 그렇기에 글은 단어 하나 하나의 뉘앙스를 명확하게 인지한 상태에서 서술되어야 독자에게 더 명확한 심상을 그릴 수 있게 해 준다.
이글에서 간단히 몇가지 예를 들자면
1. 오체(프롤로그) - 아마도 오체(五體)를 말하는 것 같은데 우리는 사람의 몸이 찢어졌을때 아 오체가 절단났다. 이렇게 표현하지 않는다. 그보다 익숙한 말로 몸통과 사지(四肢)란 말이 존재한다. 또한 판타지던, 무협이던 간에, 한글만으로는 독자가 명확하게 뜻을 인식하지 못하는 단어들이 있는데, 이럴때는 옆에 한자를 겸용해 주는 것이 좋다.
2. 희망을 망상해 추구한다.(프롤로그) - 희망은 추구하는게 맞지만, 망상은 추구하는게 아니다. 또한 희망과 망상은 전혀 다른 개념이므로, 이 두가지를 같은 위치에 놓고 동시에 추구하는 것은 문맥상 맞지 않는다.
3. 세경이 부모(2화) - 세경이 아버지 / 세경이 어머니는 타인이 세경이의 부모를 부를때 사용하는 [호칭]이지, 작가가 서술할때 사용할 수 있는 단어가 아니다. 작가가 세경이의 부모를 서술하려면, 세경의 아버지, 세경의 어머니 이렇게 서술해 주어야 한다.
2. 묘사가 부족하다.
이 글은 묘사가 부족하다. 핵심적인 부분만을 글로 그려내는데 벅차기 때문에 디테일한 면이 없다. 프롤로그를 보자. 프롤로그는 여 주인공인 클라리몽드가 마왕군과의 전투에서 상처를 입고 사망직전에 도망치는 장면이다. 마왕군(軍)과의 대치라면 전쟁터일텐데, 프롤로그에서는 전쟁터의 기운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개인적으로는 프롤로그를 읽으며 모험가 일행이 길가다가 몬스터 한마리한테 습격받아 뿔뿔이 흩어지는 그림을 자연적으로 연상했다.
전쟁터라면 주인공의 시점이나, 혹은 작가의 전지적 시점으로 서라도 뭔가 전쟁터 다운 모습이 나왔어야 한다. [동료들의 오체] 이걸로 끝이 아닌, 사방에 널려 있는 시신들의 묘사. 날뛰는 적군의 묘사. 사방에서 들려오는 신음소리, 비명소리등 전쟁터의 광기, 잔인함, 패주하는 아군의 처절함. 사냥당하는 불합리함. 상처를 입고 죽음과 맞서는 두려움등이 느껴져야 하는데 이 글은 그런것이 전혀 없다.
이러한 디테일의 부족은 글 전반에 걸쳐서 계속 나타난다. 캐릭터가 어떤 외모인지, 어떤 외형적 특징이 있는지, 어떤 사고방식을 지니고 있는지, 어떤 옷을 입었는지 이런것들이 전혀 없다.
3. 잘못된 캐릭터 설정.
캐릭터의 설정이 이상하다. 처음에 클라리몽드는 희망을 위해 노력했으나, 패배하고 모든 것을 잃으며 자신이 한 행동이 무엇이었는가? 그리고 꿈이 좌절된 것에 대한 좌절감을 느끼고 있다고 서술된다. 그런데 클라리몽드의 나이가 10여 살이다. 초등학생인 것이다..
10살의 여자아이가 희망을 추구하고 꿈을 위해 쉴세없이 전진했다?
인생이 부조리 하다고 느낀다?
더욱 이상한것은 저런 서술 뒤에, 다음과 같은 서술이 따라 붙는 다는 것이다. 클라리몽드는 아직은 막연하게 꿈을 꿀 나이인 것이다. 라고.. 앞뒤가 안맞는다. 막연하게 꿈을 꾸는 데 희망을 추구하고 꿈을 위해 쉴세없이 전진하다가 인생이 부조리하다고 느꼈다고? 뭔소리야 이게? 그것도 10살만에? 30살이 넘는 이 글의 필자도 아직 다 못느낀것을..? 주인공이 아무리 천재라고 해도, 10살의 나이에 뭘 노력하고 추구했단 말인가..
4. 떡밥이 떡밥같지 않다.
프롤로그는 굉장히 중요하다. 영화 작법에도 나오듯이 영화도 초반 5분이 지겨우면, 그 영화는 망한다고 한다. 이는 소설도 마찬가지이다. 소설도 초반부가 독자의 흥미를 끌지 못한다면, 그 뒤가 아무리 재미 있어도 독자들에게 쉽게 전파되기 어렵다. 그렇다면 프롤로그와 떡밥은 무슨 관계가 있느냐? 이글은 전형적인 환생물의 장치를 사용한 트립물이다. 아마 작가는 프롤로그에서 클라리몽드 라는 여주인공이 어떤 것을 꿈꿨고, 어떻게 잃어버렸고, 뭐 이런 것을 뒤 이야기에 대한 떡밥으로 던지려고 한 것 같으나, 문제는 떡밥이 그다지 맛있지가 않다는 점에 있다. 즉 어떤 문제를 던져 주었을 때 풀수 있을 법한 문제는 쉽게 덤벼들 수 있지만(쉽게 풀리지 않더라도), 아예 무슨 소린지도 이해할 수 없는 문제는 관심을 끊어 버리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나 할까.
왜냐하면, 이 떡밥이 단순히 여주인공 스스로가 생각하는데 그친다는 것이다. 독자가 뒷 이야기에 대한 나름대로의 연상을 펼칠 여지가 없다. 어떤 의문점, 궁금한 점을 독자에게 떡밥으로 던지고 싶다면, 독자가 그것을 대충 유추할 수는 있되, 그것의 정확한 내용은 모르게 하는 것이 포인트이다.
예를 들자면,
1. 친구에 의해서 억울하게 죽어가는 주인공 - 친구에 대한 복수의 이야기가 될 것이다.
2. 권력에 의해 가족을 잃어버린 주인공 - 권력에 대항하여 가족을 지키는 이야기가 될 것이다.
3. 음모에 희생당한 주인공 - 음모를 파헤치고 막는 이야기가 될 것이다.
이 렇게 독자가 대충 아 이건 이런류의 이야기가 펼쳐지겠군.. 이라고 감잡을 수 있어야 이게 떡밥으로써의 효용성이 있는것이지, 그냥 난 내꿈을 이루지 못했어는 “그래서 어쩌라구?” 소리 밖에는 나오지 않는다. 작가가 독자들에게 더 이야기에 빠져들기를 원했다면, 구체적이진 않더라도 어떤 꿈을 꾸었는지. 꿈이 어째서 망가졌는지에 대한 최소한의 정보는 흘렸어야 했다.
5. 씬(Scene)의 구성이 엉망이다.
예전 다른 작품의 비평에서도 한번 언급한 적이 있었는데, 이 작품 역시 씬의 구성이 엉망이다. 어떤 이야기가 어떤 공간에서 시작 된다면, 그 이야기가 끝날때까지는 그 공간을 벗어나서는 안된다. 이야기 중간에 공간의 이동이 있다면, 그것은 반드시 그 전의 이야기와 어떤 연관성을 지녀야만 한다. 그렇지 않다면 독자는 장면을 머릿속에서 노력을 해 재구성을 해야 되는 불편함을 느끼게 된다.
또한 씬과 씬을 이어주는 전체 이야기의 흐름이 어색하다.
뭔가 뜬금없이 이야기가 진행된다. 갑작스런 비일상과의 조우는 이쪽 세계에서 수없이 많이 사용되는 클리셰중 하나이지만, 이렇게 뜬금없이 무턱대고 벌어지지 않는다.
적어도 분위기 같은것을 잡아주어야 하는 것이다. 꼬마로 가장한 습격자가 한회만에 등장하자 마자 휙휙 썰어서 캐릭터들을 참살하는것 보다, 주인공의 일상과 더불어, 비일상의 캐릭터들의 움직임을 같이 보여주고, 그 접점을 서서히 만들어 감으로써 독자들이 앞으로 이야기가 어떻게 진행될 것인지 흥미를 가지게 만들어야지, 갑툭튀 한 캐릭터가 주인공을 참살하고, 클라리몽드가 마법을 무턱대고 발동시키고... 굉장히 난폭한 플롯 구성이 아닐 수 없다.
6. 문체가 소설의 문체가 아닌 설명문의 문체를 띄고 있다.
소설은 어디까지나 소설이다. 즉 중요한 포인트는 캐릭터들의 이야기이며, 작가의 설명은 캐릭터가 행동이나 대화로 해결 할 수 없는 부분 - 혹은 이미 세계관내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기본적으로 인지하고 있는 사실에 위치해야 된다.
즉 무당산에는 무당파가 있고, 무당파의 시조는 장삼풍이고, 태극권과 태극혜검이 유명하고.. 이러한 설명은 어떤 캐릭터가 입으로 주절주절 대는 것 보다는 작가가 전지적 시점으로 설명해 주는게 깔끔하다. 그러나 캐릭터과 캐릭터의 관계 같은것은 작가의 서술이 아니라, 캐릭터의 행동, 대사, 묘사등으로 해결하는 것이 올바른 소설의 문체일 것이다.
3화에서 학교에서 세경, 태형, 세호, 클라리몽드의 관계를 작가가 일일히 서술하고 있다. 얘는 뭘 좋아하고, 얘랑 얘는 친구고.. 얘랑 얘는 어떤 관계고.. 몇번이고 말하지만, 이건 소설의 서술 방식이 아니다. 소설이라면 캐릭터들의 이야기 속에서 자연스럽게 그것이 묻어 나와야지. 작가가 하나하나 설명해 주는건 설명문에 가깝다.
7. 전지적 작가 시점인데, 메타 픽션의 형태를 취한다.
이 글은 소설임에도 불과하고, 작가가 직접 소설에 개입하여 자신의 입으로 서술하는 메타픽션과 같은 부분이 구석 구석 보인다. 위에 예를 든 3화의 4명의 관계 서술 이후. 작가는 소설속에 직접 등장하여 다음과 같은 글을 남긴다.
< 그렇다지만, 반배정이고, 취미고 대화고 뭐고 이제부터는 상관없는 이야기일 것이다. >
작가는 독자에게 이야기를 매끄럽게 해 주는 사람이지, 자신이 이야기를 평가하는 사람은 아닐터, 더욱이 자신이 독자들에게 캐릭터들의 관계를 설명해 놓고 스스로 부정하는 멘트는 무엇을 뜻하는가? 자신이 부정할 서술은 처음부터 적지 않았던게 더 낫다고 생각되는건 필자 뿐인가?
이러한 메타픽션의 서술은 다른 부분에서도 나타난다. 3화에서 비밀스런 여자 캐릭터가 등장하는데, 작가가 직접 그녀의 구체적인 내용은 비밀이다. 라고 말한다. 정보를 일부로 감추어 비밀스럽게 느끼게 하는 것이면 몰라도. 대놓고 작가가. 이 캐릭터의 목적이나 과거는 비밀임. 이라고 공언하는건... 독자에게 어떤 재미를 줄 수 있을까?
또한 이 여자 캐릭터의 장면을 서술한뒤, 다른 씬으로 옮겨가면서. 작가는 그러던지 말던지, 라는 접속사를 사용한다. 그러던지 말던지 라는 접속사는 접점이 있는 캐릭터가 동일한 공간에서 어떠한 행동을 했을때 다른 캐릭터가 무시할때 사용되는 말이지,
아무런 접점도 없는 캐릭터의 행동을 제 3의 캐릭터들이 그러던지 말던지라고 말하는 것은 불가능 한 이야기이고, 이는 작가가 소설속에 메타픽션적으로 과도하게 개입하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당신이 누군지도, 존재하는지도 모르는 사람의 행동을 그러던지 말던지라고 표현하며 평가할 수 있겠는가?
또한 전지적 작가 시점인데 시점이 왔다 갔다 한다. 전지적 작가시점이면, 작가는 캐릭터가 어떤 감정을 지니고 있는지 알고 있다. 즉 작가가 직접 캐릭터의 감정에 대해서 서술해 줄때는 명확하게 서술해 주어야 한다. 그런데 4화에서 이런 서술이 있다.
세경은 어린애가 건방지게 구는게 짜증났던 건지 - 이건 전지적 작가시점이 아니다. 이런 서술이 되기 위해서는 다른 캐릭터가 세경의 얼굴이나 행동을 관찰하고 있다가 데이터를 얻어내서 추측하는 장면에 가까운 게 되어야만 한다. 작가가 직접 서술하는 내용으로써는 옳지 않은 것이다.
8. 마지막으로 사소한(?) 이야기 일지 모르지만, 이야기의 정합성이 맞지 않는다.
굳이 정합성으로 표현했지만, 이야기 속의 개연성이라고 평가 해도 옳을지도 모른다.
몇가지 거슬리는 예를 들어보겠다.
1. 주인공인 세경과 그 부모는 피투성이 10살 짜리 외국인 여자아이가 자신의 집앞에 쓰러져 있는 것을 발견한다. 상식적인 사람이라면 치료와 함께 경찰을 부를 것이다. 그런데 그런 내용이 없다. 그냥 집에서 치료하고, 대충 입양한다. 현대와 같이 개인신장 정보의 데이터화가 명확한 세상에서 입양이 그렇게 쉬운일 일까? 그것도 외국인! 이런면은 조금더 보충적인 설명이 필요하지 않나 싶다.
2. 주인공인 클라리몽드는 기억을 잃었다. 그런데 어느날 갑자기 나타난 킬러 역시 클라리몽드가 기억을 잃고 있는 것을 알고 있다. 어떻게?
3. 살인자 꼬마는 갑작스럽게 대검을 꺼낸다. 대검이라고 불릴정도면 꽤 클텐데. 설명도 없이 갑자기 손에 들고 있다. 이 대검은 어디서 나타난것인가? 만들었나? 소환했나? 감추어져 있던 것을 보이게 한것인가? 아무런 설명이 없다. 그냥 어느새 들고 있다.
본래 누군가에게 어떠한 것을 지적할 때는 그 해결법을 알려주는게 기본이긴 한데, 소설을 쓰는 것은 아트(Art)의 영역이므로 특별히 뭐라고 대안책을 내 줄 수 없는 것이 아쉽다. 어느새 글을 쓰다보니 대략 1시간 정도 걸렸는데, 이 글이 필자가 한시간을 투자한 만큼의 도움이 누군가에게 되기를 바라면서 이만 줄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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