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이영도
작품명 : 피를 마시는 새
출판사 : 황금가지
이영도님의 소설을 읽으면 언제나 느끼는 거지만, 소설 자체가 아주 정밀한 시계를 보는 기분입니다. 부품이 하나라도 없으면 돌아가지 않는 초정밀 시계. 이야기의 처음부터 끝까지 인물과 사건 하나하나가 톱니바퀴처럼 물려서 진행되는 이영도님의 글은 읽을 때마다 소름이 느껴집니다. 그래서 이영도님을 좋아하지 않는 분들의 말들 중 하나가, 캐릭터 하나하나가 그저 스토리진행을 위한 도구일뿐 애정이 전혀 없다는 것이죠.
이영도님을 한국 최고의 판타지작가로 뽑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습니다. 언어유희로만 따지자면 장르문학을 떠나서 한국 내에서도 최고급이고, 다양한 성격을 가진 캐릭터를 창조해낸다든가 장르문학으로는 가지기 힘든 주제의식을 담아낸다든가.
그러나 저는 이영도님이 가진 가장 강력한 힘은 잘 짜여진 플롯을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에 피를 마시는 새를 다시 읽으면서 뼈저리게 느끼고 말았네요. 이영도님의 스토리짜는 능력이 최고조로 발휘된 것이 이번 피를 마시는 새가 아닌가 싶습니다. 덕분에 나온 작품들 중에서 가장 무거운 작품이 된건 아닌가 싶기도 하고요.
무섭다고 할까요. 정확히 페이지수를 따지기는 어렵지만, 영도님 작품 중에서 가장 긴 작품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품 처음부터 끝까지 작가님이 의도하지 않은 부분이 없는 느낌이었습니다. 책 마무리쯤을 읽어나갈때는 책에대한 감동보다 작가에 대한 경탄심이 먼저 흐를 정도니까요. 이토록 긴 장편에서 이만큼 짜임새있게 이야기를 만들어내는건 순수문학 작가들 중에서도 거의 없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새 영도님 장편이 안나와서 예전 작품을 들춰보던 넋두리였습니다.
결론은, 타자님! 빨리 돌아와줘요 ㅠㅠ 단편보다는 장편을 원합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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